『듣는 것이 지긋지긋하다』라고 하는 어느 고교생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청소년들에게 「듣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면, 과연 어떠한 대답들을 내어 놓을까?
현대의 도시 사람들은 듣는 데에 장애를 받거나 귀를 기울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 속에 살고 있다. 바쁘고 시끄러운 생활에서 가장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는 감각 기관이 듣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서 엄청난 위력을 지니는 통신의 발달은 우리를 듣는 쪽보다는 자신의 음성을 남겨두는 등의 전달문화로 이끌고 간다.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카운셀러나 정신과 의사의 몫이고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은 환경 운동가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대화가 문제 해결이나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우리는 실제로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말하고 들어야 하는지 모르는 채 지낸다. 대화는 들을 수 있는 자세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은 사전적 지식에 머문다.
「듣는 것」하면 어린들의 잔소리가 먼저 생각나는 많은 청소년들이 호출 신호기를 휴대하며 호출에 그토록 매달리는 것은, 그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들어 주기를, 또 자신을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를 역설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리라.
청소년 동아리인「늘 푸른 만남」이 만든「자연 속에서 생명을 느껴요!」라는 자연캠프 프로그램은 감각을 균형 있게 발달시킬 수 있는 훌륭한 기회라는 생각을 한다. 청소년들 스스로 진행하는 이 겨울캠프의 프로그램에서 그들은 아침에는 차가운 계곡물에 세수를 하고 산책을 하며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를 듣거나 나무를 안고 그 기운을 느끼는 시간을 갖는다. 낮에는 연 날리기, 그림 그리기, 자연에 편지 쓰기를 하며, 밤에는 별들을 바라보고 야간산행을 한다.
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듣고 느끼는 감각을 고루 열어놓는 외에도 그들은 관심 있는 주제를 발표하고 귀 기울여 듣는 기회를 가진다. 이곳에서 청소년들은 듣는 것이 그들의 정신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경험하게 될 것이다. 듣는 것이 지긋지긋하다는 느낌에서 해방되어 그동안 자신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자신 안의 균형을 찾을 것이리라.
들을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내적 질서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정신 에너지를 축적하고 성장시키는 활동이다. 듣는 것은 단순한 수동적인 감각 기관의 활동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정신운동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환경을 청소년들에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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