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전 교회는 매년 주의 봉헌 축일인 2월 2일을 「봉헌생활의 날」로 기념하게 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에 의해 제정된 봉헌생활의 날은 수도생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수도성소 육성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한국 교회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시행되는 봉헌생활의 날을 맞아 남녀 수도회별로 9일 기도를 실시하는 등 수도자 자신들의 내적 성찰 작업과 함께 2월 4일에는 남녀 수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미사 봉헌 및 기념 행사가 열린다. 본지는 이 같은 봉헌생활의 날 실시와 관련 그 제정 배경 및 의의를 알아본다.
◆의의와 제정 배경
「봉헌생활의 날」제정은「교회와 세상 안에서의 축성생활과 그 역할」주제로 지난 94년 열렸던 제9차 세계 주교대의원회의(Synod 시노드)와 그 흐름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시노드는 지난해 3월 발표된 세계 주교회의 교황 후속 권고「봉헌생활」(Vita ㅊConsecrata) 발표로 이어졌다.
결국 봉헌생활의 날은 9차 주교 시노드, 사도적 권고「봉헌생활」과 그 의의와 취지가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
제9차 시노드는 봉헌생활의 영성적 삶과 사도직에 있어 철저한 쇄신을 촉구하였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현 상황에 비추어 객관적 식별을 감행한 계기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물질주의 쾌락주의 등으로 사도적 사업과 영적 가치 사이의 균형 유지에 도전 받고 있는 봉헌생활의 본질과 역할을 근원적으로 성찰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 배경은 2천년 대희년을 향한 새로운 복음화에 전 교회가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의 선교 사명에 봉사하고 있는 수도자들이 카리스마의 풍요로움과 자신들이 속한 문화의 다양성을 동원하여「새로운 복음화」에 능동적 자세를 갖도록 초대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회사적으로 교회 안에 봉헌생활이 풍요로워지고 생기를 띠게 됨을 볼 수 있다. 청빈 정결 순명의 복음적 권고의 삶을 사는 수도자들이 교회 안에서 묵묵히 겸손하게 살아가고 있을 때 교회는 내적인 생명력을 발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같은 봉헌생활 성찰은 세속의 여러 도전을 받고 있는 현 시대의 교회를 보다 풍요롭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일부라 할 수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사도적 권고 봉헌생활을 통해『여러 세기에 걸쳐 무수한 사람들을 고무시켜온 봉헌생활이 갖는 자기 봉헌의 확실성은 앞으로도 계속하여 그리스도인들에게 힘을 북돋아 줄 것이고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헌신적인 사람들의 공헌으로부터 천상 본향을 향한 여정에 힘찬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봉헌생활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또「교회는 새롭고 활성화된 봉헌생활의 영성적 사도적 공헌을 필요로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교황은 1월 6일 발표된 봉헌생활의 날 제정 취지에서도「봉헌생활은 교회의 선교 사명을 위한 확고한 요소로써 교회의 중심 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2월 2일 봉헌생활의 날은 크게 세 가지 측면으로 그 목적을 이야기할 수 있다.
첫째는 봉헌생활이 교회에 주신 하느님의 은혜이고 선물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인식, 그에 대한 감사와 찬미를 하는 것이다. 둘째는 봉헌생활에 대한 모든 교회 구성원들의 이해를 고양시키는 것이다.
더불어 세째는 봉헌생활을 하는 이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세상 안에서의 소명을 보다 생생하게 숙고하고 이를 거룩하게 기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혼란스럽고 물질주의와 세속주의가 넘쳐나는 세상 안에서 봉헌생활을 하는 이들은 이 날을 기념함으로써 자신들의 신원을 새롭게 하고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역설하고 있다.
봉헌생활의 날이「주의 봉헌 축일」에 기념되는 것은「예수의 신비」즉,「성부에 의해 축성되고 세상에 자신의 뜻을 가져올 예수의 신비」를 표시하는 것이다.
예수가 성전에 나타나신 사건은 교회와 세상 안에 자신을 드러내도록 불리운 이들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온전히 바치신 것에 대한 웅변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마리아는 자신의 아들과 딸을 성부께 바치는 교회의 모습을 상징한다.
결국 봉헌생활의 날 제정은 봉헌생활이 교회 안에서 갖는 중요성을 모든 교회 구성원들에게 확인시키고 특히 봉헌생활을 하는 수도자들이 자신들의 교회와 세상 안에서의 역할을 새롭게 하도록 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 교회는 수도성소의 의미가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고 수도자들은 자기 신원, 자기 정체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확신 결여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남녀 수도회 간의 불균형과 교구와 남자 수도회 간의 부조화 등도 숙고해야 할 과제로 짚어지고 있다.
2월 2일 봉헌생활의 날은 이런 면에서 한국 교회 안에 봉헌생활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수도회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풀어가는 노력들이 증폭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주교회의 봉헌생활 담당 최창무 주교
“한국 교회의 수도회들은 전교에 필요한 조직으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수도회의 고유 카리스마를 정립하는 작업이 능동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권고에 의해 특별히 시행되는 봉헌생활의 날은 단지 수도자들만을 위한 날이 아니고 그리스도교 신자인 우리 모두를 하느님 앞에 다시 한 번 초대하는 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례 견진성사를 통해 그리스도교의 자녀가 된 것을 되새기면서 각자의 소명에 재삼 귀 기울여 보는 그런 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주교회의 축성생활 담당 최창무 주교는 2월 2일 봉헌생활의 날을 맞아 특별히 마련한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이번 첫 봉헌생활의 날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 같은 면에서 그간의 신앙생활을 반성하고 보다 더 완전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추구하는, 즉 세상 안에서의 희생을 각오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인 최 주교는『또한 수도자들은 이 날을 빌어 봉헌생활에 불리운 것을 감사해야 하고 평신도들은 그들의 부르심에 항구하도록 함께 기도하는 자세가 요청된다』고 밝혔다.
2월 4일 남녀 수도자들이 함께 모여 봉헌생활에 대한 세미나와 미사 봉헌을 계획하고 있는 것과 관련 최 주교는『특별히 복음삼덕의 생활을 통해 하느님께 자의 봉헌을 서약한 이들이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새롭게 파견을 받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라면서『남녀 수도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그 의미를 살려 나가면서 각자 역할에 따른 봉헌생활의 의무를 충실히 해 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봉헌생활의 날 제정은 전 세계 교회가 2천년 대희년을 향한 「새로운 복음화」의 거보를 내딛고 있는 시점에서 교회의 선교 사명에 봉사하는 수도자들 또한 복음화 사업에 보다 능동적으로 공헌토록 초대한다는 배경을 갖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사춘기에서 「성년기」로 넘어가는 한국 교회는 이제 내적인 모습도 성숙함을 갖추어야 할 것이고 수도자들은 바로 그 대열의 선봉대가 되어야 할 것이며 봉헌의 날은 그러한 다짐이 더욱 굳건하게 해줄 수 있는 시기가 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최 주교는「수도자들은 특별히 수난 받는 그리스도를 닮는 희생이 그 본질」이라고 밝히고『이것은 그 누구보다 봉헌생활을 하는 이들의 몫』이라면서『세상 안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자신을 내어주는 모습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요청되지만 수도자들에게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들려줬다.
부르심에 대한 의미를 고양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또한「기도하는 공동체」로의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봉헌생활의 날은 한국 교회에 한층「축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최 주교는 부언.
현재 외형적 팽창 내적 성숙 결여라는 과제 속의 한국 교회는 무엇보다「기도」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강조한 최 주교는『수도자들의 기도는 수도회 내실화와 함께 신자들에게 그 기도를 전파시키는 커다란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교회는 바티칸 공의회 이후 즉 60년대 후반경부터 커지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 신앙 모습이 형성되기 전에 모든 것이 바티칸 공의회에 따른 개혁 물결에 따라 새롭게 시도됐습니다. 거기에서 신앙의 내면화보다 외형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진 교회 모습으로 성장하게 됐습니다』.
수도회의 고유 카리스마 영성 부족 활동과 기도의 부조화라는 한국 교회 수도회 문제점이 언급되자 최 주교는 그 배경을 이같이 얘기하고『수도회들 역시 짧은 역사 속에 양적인 성장을 거듭했지만 전교에 필요한 조직으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내적 성찰을 통해 각 수도회의 고유 카리스마를 정립하는 작업이 이번 기회를 통해 보다 능동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와 함께 특별히 최 주교가 인터뷰를 통해 거듭 역설한 것은『’수도자들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불리움」속에 우리 모두의 불리움도 잠재돼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 최 주교는『바로 그 때 우리 모두는 각자의 성소를 새롭게 인식하고 하느님께 자신을 내어놓는 가운데 봉헌생활의 날을 은혜롭게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젊은이들에 대한 성소 육성의 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봉헌생활의 날 제정 취지를 상기시킨 최 주교는 『수도성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은「주저하거나 두려워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면서 『내가 수도성소의 길을 선택하고 그 일을 행하는 것이 아니고 부르시고 쓰시는 분은 바로 하느님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