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도 교회 출판계는 지난해부터 상당한 정도로 눈에 띄게 시작한 변화가 좀 더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불황의 터널을 지나온 출판계는 나름대로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교회 출판사들 역시 각 출판사의 개성을 살리고 독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출판 기획들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각 출판사들의 기획물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 해 동안 선 보일 책과 함께 출판 방향에 대한 계획들을 들어본다.
과거의 경우 책은 일단 출판되면 어쨋든 기본적인 수요는 항상 충족되어 왔다. 하지만 하루에만 수백 종이 쏟아지는 책의 홍수에 더해 첨단 영상매체의 매력적인 유혹,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바쁜 현대인들의 책을 읽기 싫어하는 경향 등 한 권의 책이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 데에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여건이 됐다.
이에 따라 각 출판사들은 독자들의 필요와 기호를 분석하고 교회 전체의 요구를 파악, 참신하고 다양한 기획물들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결국 앞으로 출판사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책들을 제대로「기획」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단순 단행본보다는 주제를 가진 시리즈물을 주로 펴내 기획 출판에 강세를 보여온 분도출판사의 경우에는 올해 상당히 대작으로 보이는 시리즈물을 준비하고 있다.
총 63권의 방대한 규모로 계획된「동양고전 시리즈」는 동양의 대표적인 사상 조류를 조명한다. 유가, 도가, 병가를 커다란 세 대주제로 대별하고 각 주제를 다시 12가지의 소주제로 분류해 각 소주제별로 한 권의 책을 엮어낸다.
이 시리즈는 국내 창작물은 아니고 중국에서 출간되고 있는 저작을 번역하는 것이다. 이미 국내 중국어와 중국 문학을 전공하는 번역 교수진이 구성되어 번역이 시작됐고 올해 가을부터 매월 2권씩 집중적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분도출판사는 지금까지 신학과 성서 등 신앙과 종교생활의 근원이 되는 학문적인 서적들을 중심적으로 출간해 왔으나 올해부터는 이러한 출판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비신자를 포함하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서도 본격적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동양고전 시리즈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분도는 한편 종교와 문화·예술의 접점을 모색하는 저작물을 적극적으로 번역할 예정이다. 일례로 샤갈의 작품 속에 담긴 종교성에 대한 탐구, 개신교 신학자인 칼 바르트가 가톨릭을 음악적 배경으로 하는 모짜르트의 음악 속에 담긴 종교성을 해석한 저작 등 음악, 미술, 문학 작품 속의 종교적 향기를 해설한 책들도 여러 권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분도는 물론 그 외에도 기존의 신학 총서, 아시아 신학, 종교학, 교부 문헌, 우화, 중세 철학 등 무려 10여 종 이상의 시리즈물을 지속적으로 출간하는 동시에 여성 신학, 환경 신학, 생태학 등의 현대적 감각에 어울리는 저작들도 펴낼 예정이다.
비교적 읽기 쉬운, 대중성 있는 책들을 주로 펴낸 성 바오로 출판사의 경우에는 지금까지의 기조와는 매우 다른 성격의 책들을 많이 선 보인다.
그 하나가 브라질의 성 바오로 출판사에서 펴낸 신구약 성서 주석 시리즈이다. 총 73권으로 구성, 브라질에서 출간된 시리즈물을 국내 실정에 맞게 권 수를 조정해 올해 봄께부터 한꺼번에 2권씩을 펴낼 계획이다.
이 시리즈는 기존의 주석서들이 지나치게 학문적인 바탕을 요구하는 데 반해 보다 대중적으로 집필되어 일반 신자들이 읽는 데 큰 부담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사회 현상을 다룬 시리즈로 에이즈, 생명문제, 신흥종교, 사탄주의 등 각종 사회 현상을 주제로 한다. 하지만 성 바오로 출판사는 이러한 현상들을 종교적 시각에서가 아니라 보다 사회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룬다. 올 초 그 첫 권으로 로마 그레고리안대학 이재숙 교수가 집필한「뉴에이지」가 나올 예정이다.
대중성을 유지하면서도 전문성 있는 책을 펴내려는 성 바오로 출판사의 올해 가장 의욕적인 기획은 1차분만 최소 6년에서 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가톨릭신학」시리즈이다. 지난 95년부터 기획을 시작, 가톨릭대학 교수진 등 기획 의원 8명을 확보, 집필에 들어간 이 시리즈는 가톨릭 사상을 보호, 진작한다는 목표로 철학, 교의, 윤리, 법학, 사목, 영성, 성서 등 신학과 철학 제 분야를 총 망라하는 대규모 기획이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상을 다룬 책이 그 첫 권으로 올해 말 선 보인다.
교회 출판계의 변화는 크게 기획 출판의 증가 외에 독자 층이 신자 일변도에서 일반인 대상으로의 확대, 베스트셀러보다는 다양한 영역을 다룬 책의 출간 등으로 짚을 수 있다.
독자 층의 확대는 가톨릭출판사가「새남」, 바오로딸이「열린」을 출판 등록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비종교적 색채의 책들을 출간하기 시작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성 바오로 출판사는「다품종 소량 생산」을 지향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폭 넓게 선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들은 그동안 출판계가 직면했던 급격한 출판 환경의 변화에 대해 출판사들 스스로 상당한 고민을 해온 결과로 보이며 일단은 그런 변화들이 긍정적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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