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에 접어들고 있는 세대, 특히 중년 여성들이 자녀들이 떠난「텅 빈 보금자리」를 바라보며 우울에 빠지거나 자아 정체감으로 삶의 의미를 상실하는 상황을 자주 보고 듣는다.
그러나 중년기에 겪는 자아 상실감의 이면에는 자신의 위치를 발견하고 싶은 내적 욕구와 무엇인가를 새로이 시작하고자 하는 변화의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어디서」「어떻게」「무엇을」「과연?」이라는 물음으로 자신의 삶에 새로운 전환점을 찾고자 하는 이러한 욕구는 삶의 황혼기를 잘 준비하려는 내적 성장으로서의 자세이다.
늙어서 무엇인가를 한다는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삶에의 도전을 회피하고 자기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이미 포기하고 자신 안에 벌써 곰팡이를 키우고 있는 중년이다.
이러한 섣부른 포기와 자아 상실감을 회복하여 의미 있는 노년을 준비하고자 하는 염원을 충족시켜 줄 사회적, 문화적 여건이 빈곤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것은 경제적인 요인보다는 사고의 빈곤에서 오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의 대학에서 노년을 바라보는 세대들이 젊은이들과 함께 진지하게 수업을 듣고 토론하는 것을 신선하게 본 적이 많다. 의사 생활을 하다 사회학을 다시 시작한 55세의 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로 30여 년을 일한 후에 민속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던 그리이스인은, 자신들이 하고 싶어했던 공부가 그들에게 어떤 기쁨과 의미를 주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감동적으로 들은 기억이 있다.
오랫동안의 염원으로 시작한 공부에 보여주는 중년들의 강도 있는 수업 자세와 경험에 근거한 폭 넓은 안목은 자주 젊은 대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한다.
중년 층과 노년 층이 증가하는 시대에 그들과 함께 하고, 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확산되어야 한다.「공부를 하고 싶다」「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여행을 하고 싶다」등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 「많아진 시간」만이 전제 조건이 아님을 젊을 때부터 알아야 한다. 남편의 퇴직과 더불어 짐을 싸고 이혼을 요구하면서「자유」를 찾고자 하는 극단적인 행위보다는 서서히 노년의 삶을 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사회적 배려도 마련되어 있을 때, 우리는 중년 층의 문화가 퇴폐라든가 소비문화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중년 층들이 몰두하고 집중하고자 하는 정신적 욕구와 잠재된 힘은 우리 사회를 건강하고 젊게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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