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선교수도회 장상협회장 김정택 신부
『봉헌생활의 날 선포하시고 전 교회가 이날을 기념할 수 있도록 하신 교황 성하께 너무나 감사하다는 생각이고 하느님의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3천년기 교회를 향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교회 남자 수도회들이 새로운 도약기를 맞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봉헌생활의 날 제정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밝힌 한국남자선교수도회 장상협의회장 김정택 신부(예수회)는 『이날을 계기로 각 수도회들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은 수도자 개개인들이 수도회들의 고유 영성을 살고 그 영성을 살리면서 알리고자 하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되는 것이 남자 수도회의 수적인 미미함과 부진한 활동.
이러한 지적에 대해 김 신부는 『일본만 해도 남자 수도회들의 진출 역사가 거의 4백년에 이르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그 역사가 매우 짧고 그러다 보니 수도회들이 한국 땅에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요함으로써 창설자들의 영성을 심화시키고 그 삶으로 구체화시키는 기회가 충분치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이제는 이 같은 적응기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전하면서 『역사와 연륜이 짧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 이유만을 탓해서는 안 되고 새로운 활로 모색을 위해 수도회들이 함께 연대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요청된다』고 말했다.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그동안 남자 수도회들이 한국 교회 안에서 활동해온 몫도 매우 크다』고 평가한 김 신부는 『일례로 교육 사회복지 출판분야 등 교구 사제들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활동을 벌여왔고 특히 피정사업이나 영성 쇄신을 위한 교육 등을 주도하면서 성직 수도자 평신도들의 영성생활 향상에 도움을 주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는 4월 성소주일을 앞두고 남자선교수도회 장상연합회는 한국 교회 모든 남자 선교 수도회들을 소개하는 책자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는 현재 협의회가 가장 관심 있게 여기고 있는 「공동 성소계발」노력의 일환이다.
김 신부는 이와 함께 「수도성소의 날」등을 기획, 수도회 전체가 함께 수도성소를 소개하고 이를 위한 공동 행사를 벌이는 날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얘기했다. 협의회는 각 수도회들의 영성을 일반인들에게 알리고 홍보하는 세미나 형식의 행사 개최도 고려 중이다. 이는 일반 신자들에게 「수도자들이 어떠한 영성으로 살고 있는지」보여주고 알리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김 신부는 이 같은 노력들에 앞서 『수도자들이 고유 영성을 살지 않으면 아무리 활동이 크게 보인다 해도 힘이 없을 것』이라고 부언.
성소 계발과 관련 김 신부는 『물질주의 세속주의 안에서 많은 수도회들이 이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고 성소자 발굴 면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반면 이러한 것들을 거슬러 전통적이고 영신적인 것들을 거슬러 추구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남자수도회 활동과 전망
한국 교회의 특징 중 하나는 세계에서 드물 정도로 여자 수도자들의 수가 많고 성소자들도 많다는 것, 그리고 그에 비해 남자 수도회는 수적으로도 상당한 열세에 있으며 그 현황 역시 미약하다는 것이다. 남자 수도자들의 미미한 실태와 둔감한 성장 등은 한국 가톨릭교회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많은 이들에게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의 배경과 원인은 무엇일까. 3천년기를 향하고 있는 한국 교회 안에서 남자 수도자들은 어떤 비전을 갖고 수도회 활성화를 모색해야 할까. 현황과 활동 현재 지니고 있는 어려움들을 살펴보는 가운데 향후 방향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현황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가 발행한 「94년 한국 천주교 교세 통계표」에 따르면 94년 말 현재 한국 교회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남자 수도회는 교황청 설립 수도회가 24개 그리고 교구 설립 수도회가 6개이다. 선교회와 사도직 단체를 포함하면 37개에 이른다. 수도자 수는 외국인을 포함 총 7백33명(종신 유기서원자)이며 이 중 성직수사(사제)는 2백44명 평수사는 2백64명이다.
이 통계에 의하면 전체 교구 신부가 1천9백10명임을 감안해 볼 때 수도회 사제가 교회 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7%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수도회 관계자들은 이러한 수치는 세계 교회 전체 사제 비율을 살펴볼 때 수도회 소속 사제가 37%를 점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그에 30%도 안 되는 비율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수적인 증가 면에 있어서도 지극히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세 통계를 기준으로 할 때 90년대에 들어와 수도자 수의 증가가 신자 수의 증가율을 상회할 정도로 수도성소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91년부터 93년까지 여자 수도회가 14·9%의 증가율을 기록하는 동안 남자 수도회는 1.8% 증가에 그쳤다.
우려할 만한 것은 전체적으로 수도자들의 수는 약간의 증가를 나타내고 있지만 몇몇 수도회를 제외하고는 수련자 청원자 지원자들의 수가 모두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한국 가톨릭교회 내 남자 수도회들은 현상 유지에 머물고 있으나 오히려 지망자가 감소하는 추세를 맞고 있어 「위기 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관심 있는 이들의 지적이다.
▲역사 활동
한국남자수도회의 역사는 1909년 성베네딕도회 진출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1794년 중국인 주문모 신부나 1834년 유방제 신부 1836년 파리외방선교회 모방 신부 등이 이미 입국해 활동을 벌였으나 이들은 모두 교구 사제나 전교회 사제들이었다는 점에서 수도회 활동에 포함시키기 어렵다.
1909년 성베네딕도회 수도자들로부터 싹이 튼 남자 수도회들의 활동은 1937년 프란치스코회 진출로 이어졌고 그 후 50년대 들어서서 예수회 살레시오회 등 10여 개 수도회들이 한국 교회와 인연을 맺었다. 간헐적으로 이어지던 수도회 진출은 80년대 들어 다시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때 진출한 수도회 수가 13여 개. 현재 활동 중인 수도회 숫자의 40%에 가까운 숫자라고 할 수 있다.
덕원에 신학교를 설립하고 인쇄소를 설치하고 한국 최초의 미사경본과 신양성서 신심서적 등을 한글로 번역 발간했던 성베네딕도회, 그리고 프란치스코회가 본당 운영 사회사업을 펴면서 세상 안에서의 수도생활인 재속 3회를 운영 평신도들의 영성 키우기에 나섰다. 이후 남자 수도회들은 사회복지활동, 교육 사업, 성직 수도자 평신도들에 대한 영성지도 등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으며 해외 선교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수도회 활성화의 어려움
이러한 활동들에도 불구하고 남자 수도회들이 한국 교회 안에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수도회 관계자들은 남자 수도회들의 성장과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지 못한 것은 일차적으로 상대적으로 수도회들의 진출 역사가 늦었다는 역사적 배경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50년대 이후부터 80년대 사이에 진출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활발한 사도직 활동이나 성소계발 및 양성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내용은 교회 안에 남자 수도회, 특히 평수사에 대한 인식을 심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고 수도생활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를 심어 주었다.
평수사의 신원과 존재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또한 성직자 신분 선호와 성직자 중심 경향은 평수사의 위치를 약화시켰고 많은 젊은이들의 평수사 지원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수도 공동체 내 성직 수사와 평수사와의 갈등도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수도생활을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인들에게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유교사상은 수도생활 중 순명서원과 공동생활 안의 평등한 형제적 생활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 이와 함께 성소계발의 어려움도 수도회 성장을 막는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대부분 수도회 관계자들은 『수도자들을 모집할 때 정말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한다. 성소자 발굴의 어장이라 할 수 있는 본당의 97.5%가 교구 사제나 전교회 사제들이 맡고 있고 교구 성소계발 기구 역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형편에서 수도회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망
이 같은 어려움들을 안고서 한국 교회 남자 수도회들은 3천년기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 숙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며 어떤 비전을 가져야 할 것인가.
프란치스코회 유수일 신부는 『무엇보다 수도회 고유의 카리스마와 그리스도 중심의 삶을 추구하는 복음삼덕의 삶에 충실키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힌다.
물질적 세속적 흐름 속에 교회도 많은 도전을 받고 있고 수도회 역시 그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 공동체들의 성화는 한국 교회의 영성 쇄신과 발전에 매우 중요한 몫을 할 것이라는 게 관심 있는 이들의 견해다.
『수도회가 고유의 카리스마에 충실치 못할 경우 「일반화 현상」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인 유 신부는 『보다 영성적인 삶과 내면적 삶에 충실하면서 복음삼덕의 신앙 안에서 순명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교회가 지향하는 일치적 친교를 보여주는 공동생활로 신앙의 「살아있는 표지」가 되도록 노력하고 실제적인 가난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미한 현존」이라는 남자 수도회들의 자평 속에서도 사회사업 애덕사업과 교구에서 손을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의 여러 사목적 활동들은 남자 수도자들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 있고 특히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영신적 도움을 수도회에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향후 한국 교회 남자 수도회들의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지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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