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소녀인 미영이를 딸처럼 생각하며 돌보고 싶어 집에 데려왔는데, 그 애의 도벽을 알게 되는 순간 정이 뚝 떨어졌어요. 우리 부부는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기 때문에 그 아이의 나쁜 버릇을 고쳐줄 수가 없어요. 밥 먹여주고 학교에 보내주면 다 잘 될 줄 알았는데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하나 밖에 없는 순진한 제 아들이 물들까 걱정스럽기도하고요. 좀 도와주세요』
레아씨가 미영이를 알게 된 것은 어느 비 오는 여름날이었다고 한다.
『이곳이 어디예요?』 한 어린 소녀가 신문을 들고 가게 문을 두드렸다. 『그곳을 왜 찾니?』 『취직하려고요. 저는 일자리를 얻어야 해요. 가출했거든요』
어수룩한 그 소녀의 행동이 미심쩍어 신문에 실려있는 그곳으로 전화를 해 보니 술집이었다.
『넌 그런 곳에 가면 안 돼. 그곳은 미성년자 출입 금지야! 네 부모님은 어디 있니?』 『없어요!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돌아가셨어요』
미영이가 태어난지 6개월쯤 되었을때 미혼모였던 엄마는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하루 아침에 고아가 된 미영이를 세 들고 있었던 주인집 할머니가 키웠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갈 무렵 이모라는 분이 나타나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모마저 미영이를 오른손이 불구인 친구에게 맡기고 일본으로 떠나고 말았다.
『그 아줌마는 파출부 일을 했는데 한 손이 불편해서 움직일 수 없어 초등학생인 저에게 청소며 빨래를 시켜 돈을 벌었어요. 뿐만 아니라 생활보호 대상자인 저에게 동사무소에서 매달 지급되는 돈을 가지고 생활해 나갔어요. 그 생활은 제게 너무 힘들고 지겨웠어요』 미영이는 지금도 울먹이면서 그때의 어려움을 표현하곤 한다.
미영이의 도벽은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병이다. 한 청소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알게 모르게 주어지는 사랑의 잔소리가 필요하다. 『밥 먹어라. 공부해라. 동생과 싸우면 안 된다. 네 방 좀 청소해라!』 등의 별볼일 없는 엄마의 잔소리(?)가 사실은 한 인간의 인격을 형성하는 데 큰 몫을 하게 된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천덕꾸러기 같은 삶을 살며 성장해온 미영이는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평범한 상식이 좀 부족한 편이다.
하느님의 섭리로 「젊음쉼터」에서 생활하게 된 미영이가 만일 충분히 사랑 받고, 신뢰를 받게 된다면 틀림없이 변화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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