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생활에서 찾고 싶은 조용하고 여유로운 공간 하면 떠오르는 곳이 성당이나 화랑 또는 조그마한 찻집 혹은 공원 등이다. 이런 곳 외에도 길을 가다 들어가서 정신적 여유와 심지어는 생활의 자극까지 얻을 수 있는 곳이 서점이라는 생각을 한다. 서점에 대한 인상에는 그곳의 분위기와 서점 직원들의 자격과 태도가 큰 몫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외국에서 지내다 온 사람이라면 제각기 그곳에서의 기억들이 있게 마련이다. 독일생활에서 자주 떠오르는 곳이 서점이다. 그곳의 서점들을 기억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마치 향기로운 차를 마시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자주 가던 동네의 조그마한 서점에 대한 첫 인상은 아늑하게 꾸민 공간과 점원들의 친절과 전문성이었다. 그 서점은 차를 마시면 찻집이 될 것 같이 실내를 꾸몄고 어린이를 위해 구석에다 인형, 자동차 등의 장난감을 작은 탁자 위에 마련해 놓았다. 고객들이 책을 읽고 메모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해 둔 것도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점원들은 고객이 구하는 책의 비치 상황을 대부분 알고 있었다. 불확실할 때는 컴퓨터를 이용해 즉시 책을 찾아주고, 그들이 취급하지 않는 책일 때는 출판사의 전화번호를 적어 주거나 주문을 대신하여 준다. 그들은 주문한 책이 도착하면 집에 전화로 알려주는 친절도 보인다.
이러한 친절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졌던 것은 점원들이 자주 찾는 고객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이 오면『○○씨, 안녕하세요?』등의 가벼운 인사를 나누는 풍경이었다. 이것은 계획된 상술에서 오는 장사와 고객의 관계가 아니라 이웃사촌처럼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점원들에게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라기보다 자신이 선택한 일을 즐기는 곳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들은 매달 그 달의 기획 서적들을 진열장에 아름답게 정성들여 꾸민다. 여성작가 소개, 우주에 관한 것, 여행, 예술, 외국 작가 소개뿐만 아니라 입학식, 부활절, 성탄절 때에는 특색 있는 장식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서점에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자주 준다.
서점에서 점원과 고객이 날씨, 살아가는 이야기, 읽을 만한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은 사회 전반에 깔린 여유라고 생각한다.
무표정하게 파는 것에만 신경을 쓰는 점원들이 많은 요즘의 대형 서점을 나오면 왠지 마음이 씁쓸해진다. 여유와 따뜻함이 깃들은 작은 서점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삶의 온기를 잃어가는 것과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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