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맺음말
참고 사항 1:상징 체계에 대한 이해
2)거룩한 변화와 그 현실성
에피끌레시스가 마쳐지면 거룩한 변화를 청하는 행위가 이어진다. 4가지 양식 모두가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하신 최후의 만찬을 그대로 재현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 내용들은 4복음서(마태 26, 26∼29: 마르 14, 22∼25: 루가 22, 17∼20: 요한 13, 26∼30)는 물론이고 사도 바울로가 예수 부활 이후 초대교회 공동체에서 전통적으로 행해 왔던 최후 만찬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고린토 전서 11장 23∼26절에 근거한다. 그래서「성변화 기도문」을 제외하고 앞과 사이의 기도문들이 각 양식별로 약간씩 차이가 나는 것도 각 양식마다 의존하는 성서 본문들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어쨌든 사제는 예수께서 행하셨던 것처럼 빵을 들어올리거나 눈을 위로 향하면서 정해진 기도를 바치게 되는데 이때 공동체도 사제와 함께 예수의 행위를 능동적으로 재현한다.
이어서 사제는 몸을 굽혀 바치는 성변화 기도문 즉 성사 제정의 본문 중 누룩이 들어 있지 않은 빵의 거룩한 변화를 청하는 기도를 바친다. 사제는 양손으로 빵을 받쳐 든 채 약간 몸을 굽힌 상태에서『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으라. 이는 내 몸이니라』라고 기도하고 변화된 성체를 들어올려 공동체를 향해 보인 후 다시 성체보 위에 있는 성반에 모신 다음 몸을 깊숙히 굽혀 경의를 드린다.
이때 사제가 행하는 행위는 우리 인간을 위해 먹을 거리로 자신을 내어주시는 하느님의 지극한 겸손에 최대한 감사와 흠숭을 드리는 상징이기에 공동체 역시 같은 행위로 동참한다. 뒤 이어서 사제는 포도주가 담긴 잔(성작)을 받쳐 든 채 사이기도를 바친 후 약간 몸을 굽힌 상태에서『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시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너희와 모든 이의 죄 사함을 위하여 흘릴 피니라. 너희는 이 예식을 행함으로써 나를 기념하라』라고 기도한 다음 공동체를 향하여 마찬가지로 변화된 성혈이 담긴 잔(성작)을 들어 보이고 다시 성체보 위에 올려 놓는다. 그리고 깊숙히 몸을 굽혀 경의를 드린다. 공동체도 같은 행위로 사제의 상징 행위에 동참한다.
이러한 거룩한 변화의 현실성은「신앙의 신비」라는 사실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성변화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내용이자 그 현실화이다. 그 신비는 더 이상 감춰져 있는 것이 아니고 가시적이자 감각적으로 현실 안에서 체험되는 그러한 신비이다.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현실적으로 가시적이면서 감각적인 빵과 포도주, 즉 거룩한 빵과 거룩한 포도주 안에서 신비스럽게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체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축성된 빵과 포도주는 성사이다.
사실 이 성사는「음식」이다. 하지만 그 음식은 독식을 위한 것이 아니다. 공동체가 함께 나누어 먹어야 할 공동분배의 음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분배가 개인 중심적으로 각자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몫을 나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 모두가 이타적인 상태에서 서로를 염두에 두는 그러한 의미에서의 것을 말한다. 한 마디로 그것은「--위한」음식이다. 바로 이「--위한 음식」이라는 것이 거룩한 변화의 첫번째 현실성을 드러낸다.
그런데 음식은 단 한 번 섭취하고 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 그리고 생명의 활성화를 위해서 항구하게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여기에서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신앙 공동체로서 그리고 개별 신앙인으로서의 성장과 생명의 활성화를 위해 성변화된 음식을 항구하게 먹어야 한다는 또 다른 현실성이 드러난다. 이것을 전문적인 용어로 아남네시스(주님의 빠스카 기념)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간과할 수 없는 거룩한 변화의 현실성은『주께서 오실 때까지 주의 죽으심을 전하고 주의 부활하심을 굳세게 믿는 삶』에서 드러난다. 공동체가 성변화된 빵과 포도주를 함께 나누는 가운데 체험한「신앙의 신비」사건을 세상 안에서도 마찬가지로 현실화시키며 살아가는 것 그래서 얻어 누리는 생명을 확산시켜 나가는 삶이 곧 성변화의 세 번째 현실성인 것이다.
거룩한 변화 안에서 드러나는 이 세 가지 현실성을 공동체 안에서 뿐 아니라 세상 안에서 종말론적으로 구체화시키는 삶의 모습이 바로「아가페」의 삶이다. 아가페야말로 기념과 감사의 자세로 주님사건을 함께 나누는 삶의 모습을 표현하는 말이기 때문이다(1고린 11, 26 참조).
사제가 공동체의 신자들에게 성체를 나눌 때『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말하고 신자들은『아멘』하고 답하면서 받아 먹는다(이순성, 의미로 본 성사와 미사, 7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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