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장 엄서옥 수녀
지난 2월 4일 남자선교수도 장상연합회와 함께 제1회 봉헌생활의 날 행사를 치른 한국 교회 내 68개 여자 수도회들의 연합체「한국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회장 엄서옥 수녀(살레시오회).
엄 수녀는「7천여 명에 달하는 여자 수도자들이 수도자 신원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교회 안에서의 그 위치와 책임감을 더 느끼게 된 뜻깊은 날이었다」고 그 소감을 전한다.
『수도생활의 가치를 모든 신자들에게 일깨워 준 기회였다는 점, 남녀 수도자들이 작으나마 3천년기 한국 교회 복음화를 위한「다짐」의 행보를 함께 시작했다는 면에서도 감사하다는 느낌입니다』.
엄 수녀는「그 같은 감사함과 함께 동시에 우리 수도자들은 각 수도회의 창립 카리스마를 심화하고 한국 현실에 토착화려는 꾸준한 노력을 통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작업과 연계,「현대사회와 교회의 필요에 응답하고 복음의 원천으로 돌아가려는 끊임없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엄 수녀가 생각하는 여자 수도회의 미래 방향이다.
엄 수녀는 소화 데레사 성녀의「수도회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처럼「한국 교회의 꾸준한 성장과정 안에서 여자 수도자들은 선교 일선의 선봉대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평가한다.
『근래에는 선교지역 상황을 차츰 벗어나고 있는 한국 교회 현실을 직시하여 그동안 본당 사목에 주력하던 사도직 활동에서 현대사회 필요에 응답하고자 하는 특수 사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경향입니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사는 현장을 찾는 사도직 활동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고 얘기한 엄 수녀는「아직 수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교회 사회 안에서 예언자적 역할을 하며 쇄신의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여자 수도자들이 사도직 활동 중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질문하자 엄 수녀는『본당 사도직에 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연합회 산하에「본당 사도직 연구위원회」를 결성했다』고 답했다.
이 위원회는 현재 본당 사도직 활동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단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라고.
본당 사도직 문제와 관련「본당 기타 교회 기관에서 여성 수도자들이 하고 있는 일들 중 평신도들을 양성하고 활동을 활성화하여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에게 맡겨야 할 것」이라고 말한 엄 수녀는「이러한 전체 분위기 안에서 수도자들은 교회와 사회에서 참으로 예언자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우리 문화를 깊이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우리 주위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면서 복음적 가치관을 현재 한국인의 심성에 맞게 표현하려는 작업이 있어야 합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3천년기를 향한 새로운 복음화에의 투신을 이렇게 역설한 엄 수녀는『교회와 사회에서의 남녀 평등문화 건설에 노력하는 것도 새 복음화에 동참하는 시도 중 하나』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 여자수도회 현황과 활동
“각 수도회 고유 카리스마가 조화를 이루며 시대의 징표와 현대 교회의 요청에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수도자 수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한국 교회는 아직 외국 교회로부터 풍부한 성소를 간직하고 있는 교회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아시아권의 수도자 증가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여자 수도자들의 증가 모습은 괄목할 만하다.
한국 교회 여자 수도회들은 1백여 년의 역사 속에 전교 교육 사회복지 등 교회 사회 안에서 봉사와 투신의 삶으로 한국인의 구원과 교회 발전에 큰 영향을 주어왔다.
의료 교육사업을 통한 간접 선교는 한국 사회 안에 교회의 모습과 복음을 심는 데 매우 큰 기능을 담당했고 또한 본당 전교활동을 통한 그들의 노력은 많은 이들에게 복음을 전수시킴으로써 직접적으로 오늘날 한국 교회 성장에 커다란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한국 교회 2백주년, 조선교구 설정 1백50주년 행사와 관련해서도 많은 이들은「한국 교회는 수녀들이 아니면 쓰러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수녀들의 역할은 한국 교회 성장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역사 현황
역사적으로 볼 때 초기 한국 교회 모습 안에서는 강완숙을 비롯한 일단의 여성들이 함께 모여 기도와 봉사의 삶을 살았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의 삶이 축성되고 봉헌된 삶은 아니었다 해도 교회 관계자들은 1888년 이후 교회 안에 심겨진 수도적 삶을 수용하는 데 있어 밑바탕을 이루었다고 얘기하고 있다.
1888년 7월 22일 프랑스 중국 국적을 가진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4명 회원들의 입국은 한국 교회 수도회 발전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수도생활의 영성을 전파시켜 줌으로써 한국 교회가 수도자들의 삶과 영성을 통해 더욱 풍요로워지고 성숙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고아원 운영 의료봉사로 사도직 활동을 시작한 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는 1909년 평양 황해도 제주도 각 본당에 수녀를 파견함으로써 본당 전교활동을 시작했고 여학교에 교사를 파견, 학교 교육에도 나섰다.
또한 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는 한국 방인수도회가 설립될 때 수련을 도와주거나 원장 책임을 맡아 도움으로써 수도회 기틀을 잡아주었고 국제 수도회들의 한국 진출을 돕는 일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후 1924년에 메리놀수녀회가 진출했고 25년 포교 성베네딕도수녀회 31년 부산 성베네딕도수녀회가 진출 본당 전교 진료소 운영 학교 운영 등으로 활동을 벌였다.
32년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 창설로 방인수녀회 탄생의 기쁨을 갖게 된 한국 교회는 이어 43년 서울성가소비녀회 46년 복자수녀회 등 연이은 방인수녀회 출범을 보게 된다.
60년대는 외국 수도회들의 한국 진출이 봇물을 이룬 시기로써 사랑의 씨튼수녀회 성바오로딸수녀회 마리아수도회와 함께 10여 개의 수도회들이 한국 땅에 수도회에 분원을 마련했다.
이러한 수도회들의 증가는 조선교구 설정 1백50주년 한국 교회 2백주년을 지내면서 더욱 활기를 띠었다.
96년 3월 1일 현재 한국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회장=엄서옥 수녀)에 가입된 여자 수도회는 68개(94년 말 한국 천주교 교세 통계표에 의한 여자 수도회 수는 70개). 연합회에 보고된 이들 수도회들의 회원 숫자는 종신 서원자가 5천1백69명 유기 서원자가 2천25명으로 7천여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 외에 외국인 수녀는 1백67명, 수련자 청원자가 각각 7백92명 4백34명, 지원자가 3백11명으로 보고되고 있다. 7천여 명에 이르는 종신 유기 서원자들의 숫자는 한국 교회 전체 수도자 수의 90%를 차지하는 수치이다.
최근의 교세 통계표를 참고해 볼 때 한국 교회 여자 수도회들은 거의 매년 2백여 명이 넘는 종신 서원자들을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수도회 발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한편 90년대 들어 청원자 지원자들의 숫자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여서 미래 성소자 개발과 관련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활동
한국 교회 역사의 2백여 년은 박해와 식민지시대 전쟁 가난으로 점철됐다. 이러한 모습은 선교지라는 특성과 함께 빈민구제 교육 의료활동 분야에 수도회들의 도움을 필요로하게 했다.
1888년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를 비롯 한국에 뿌리를 내린 수도회들이 대부분 선교를 목표로한 선교수도회 내지 활동사도직 회원들이었던 것도 같은 배경이다.
그런 면에서 수도자들의 역할 역시 관상적인 면보다는 선교와 활동적인 차원에 집중되었고 연이어 세계 각 곳에서 진출한 수도회들이나 한국인 수도회들조차도 선교와 활동사도직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생활 체제를 갖추게 됐다. 특히「본당 수녀」라는 사도직은 한국 교회만의 독특한 사도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도회 한 관계자는「전쟁 등으로 인해 교육 의료 사회복지에 집중되었던 수도회 활동이 70-80년대 들어 신자 증가가 폭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수녀 대부분이 몰려오는 예비 신자들의 신앙교육에 나서게 되는 현상을 빚었다」고 이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이것은 많은 이들이 한국 수도회 문제점들로 지적하고 있는「거의 유사한 종류들의 사도직 봉사」「구별되지 못하는 고유 카리스마」더 나아가「여자 수도자들의 자기 신원, 정체성 결여」의 모습을 남긴 배경이 됐다.
96년 3월 1일 현재 한국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조사 자료에 따르면 여성 수도자들의 사도직 활동 분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단연 본당 공소를 포함한「전교」(2천1백6명) 부분이다. 전국 본당의 80%가 수녀들의 협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본당활동을 중심으로 한 여성 수도자들의 사도직 수행은 한국 교회 안에 제2의 교계로 자리잡아 왔고 대분분이 수도자들의 신분을 그러한 각도에서 인식하게 만드는 결과를 빚었다.
이 외에도 수녀들의 활동 분야를 보면「사회복지」(1천91명)「교육」(6백64명)「의료」(6백35명) 분야 순으로 인력이 투여되고 있다.
▲전망
여자 수도회 관계자들은「이제는 한국 수도회들이 모두 오늘의 세상과 사회 안에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함과 동시에 재확립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가 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 교회 특수 상황으로 인한 일 중심의 사도직 생활이 기도생활의 불충실, 기도와 사도직의 부조화를 낳았지만 외적인 모습 때문에 수도 신분이 침해를 받았다기보다는 수도자 스스로 자기 삶의 고유성을 잃은 경향이 더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수도생활의 정체성 재확립」을 3천년기를 맞고 있는 한국 여자수도회 향방의 첫 자리로 꼽은 관계자들은 그러한 바탕 위에 각 수도회 고유 카리스마가 조화된 가운데 시대의 징표와 현 교회의 요청에 개방적이고도 수용적인, 그리고 협력적인 자세를 가져야만 할 것이라고 제언하고 있다.
또한 2백주년 사목회의 수도자 의안에서처럼 한국 천주교 전래 3세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선조들의 신앙과 순교정신을 새롭게 하여 민족 문화 전통의 토양 위에 그리스도의 정신을 뿌리내리게 하는 민족 복음화의 노력도 계속적으로 추구돼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회문제와 관련한 예언자적 역할 수행에도 보다 많은 노력과 관심이 기울여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노인 청소년 여성 도시빈민 농촌 노동자들의 문제를 수도자들이 더 민감하게 인식하고 문제의 동참을 위한 사도직의 구조적 개선을 시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런 점에서「정신대문제 해결을 위한 기도회」개최 등 최근 한국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사회문제 동참 노력은 수도자들의 교회 밖 세상의 변화와 요구에 대응키 위한 시도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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