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네팔 기행기는 초자연적인 외경의 마력 앞에서 자기 존재를 되묻는 아픈 해오 속의 순례이다. 오체 투지로 설산과 자갈밭을 고행하는 사람들의 그 만행의 법열을 이방인이 해독한다는 것은 모독일 수 있으나 박완서의 티베트·네팔 기행기는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 정복되지 않은 대지와 순연한 사람들의 미소, 부처와 라마의 미라, 모래바람 속의 침묵까지 사유하여 회화적으로 결정지어 보여준다.
출판사 학고재가 세계의 문화와 풍경, 예술을 기행문으로 담는 세계문화예술기행 제1편은 중견 소설가 박완서의 티베트와 네팔 기행이다.
백두산보다도 1천 미터가 높은 표고 3천6백50미터의 티베트와 그보다 1천5백여 미터가 더 높은 고원지대를 건너 찾아간 네팔 여행은 혹독한 자연환경과 고산병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는 곳이었다고 한다.
시인 민병일씨가 찍은 사진과 함께 박완서씨는 티베트와 네팔의 풍경과 사람들, 그들의 삶의 방식과 전통, 예술에 대해 작가의 눈으로 섬세하면서도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다.
『만약 야크가 없다면 이곳 사람들은 어떻게 혹독한 겨울을 날 수 있을까. 사람이 야크를 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야크한테 기생한다고 하는 게 옳을 듯하다. 산 기슭에 우두커니 서 있는 야크를 보면 우수에 차 있는 게 인간보다 훨씬 더 영적으로 보인다』
박완서씨는 네팔을 즐기는 듯하다.『작년에 이어 올해도 또 네팔을 다녀왔다. 약탈한 것 투성이인 세계 유수의 박물관이나 신자 없는 장려한 성당, 그림엽서하고 똑같이 가꿔놓은 전원 풍경에 실컷 질린…그런 유럽이나 미국 여행은 얼마나 피곤한가』
절대로 두 줄을 넘는 문장이 없이 간결하면서도 산뜻하고 명쾌한 문체로 저자는 티베트와 네팔, 순수한 영혼의 세계와 침범되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그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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