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도회 영성 활성화
교회 관계자들은 한국 교회 수도 공동체들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수도자들의 증가와 활발한 사도직 활동에도 불구하고 수도생활의 본질적 요소들이 지니는 가치들에 대한 인식 부족』이라고 진단한다. 즉 3대 서약 및 공동체 생활과 관련된 기도생활과 고행적 자세 그리고 공동생활에 대한 이해, 또한 수도회 고유 카리스마의 인식 부족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단적으로 얘기해서「수도자들의 영성 부족」문제로 모아진다.
많은 이들은 수도자 영성이 수도회 발전의 일차적 요인이라는 면에서도 중요하지만 3천년기를 향한 한국 교회의 새로운 복음화 문제와 관련해서도 심각하게 거론되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교회 역사적으로 볼 때 수도회들의 영성은 그때그때 지역 교회에 영성적 이익을 주었고 복음화를 가져 왔기 때문이다. 즉 수도회들은 하느님을 찾는 욕망과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려는 열성과 교회에 헌신하려는 삶의 자세를 통해 교회의 영적 생활을 풍요롭게 했고 교회 쇄신의 주역들이 되었으며 또한 복음 전파에 큰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오고 있다.
▲수도회와 영성
수도회들은 영성의 큰 학파 내지 영성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 관상과 활동의 큰 두 방향 안에서 베네딕도수도회 가르멜회 프란치스꼬회 도미니코회 예수회 등의 큰 수도회들은 각각 고유한 수도회 영성을 확립시켜 왔다.
그 중 베네딕도회는 원래 봉쇄수도회였으나 시대의 요구에 따라 활동에도 힘썼으며 작은 형제회는 부유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자극을 주는 영성을 펼쳐 보였다. 또한 관상수도회들은 활동만을 우선적으로 여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하느님 중심의 삶을 일깨워 주었다.
수도회들의 다양한 영성은 하느님 안에서 그 자체로 고귀한 존재이다. 교회 안에서 발전돼온 여러 영성들은「다양성 안의 일치」를 이룬다. 이는 성령 안에서 체험하는 개인적 영성적 특성을 인정하면서도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몸을 이룬다는 영성이다. 더불어 이것은 보편 교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수도회들은 수도회들이 학교병원 복지시설 등 비슷한 활동을 하고 있더라도 고유 카리스마와 정신을 철저하게 살릴 때 한국 교회 복음화에 제대로 된 봉사를 할 수 있고 또한 많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 수도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수도생활의 영성은「수도회원들이 복음적 권고와 창립자의 카리스마, 수도회 고유 정신에 끊임없이 되돌아가는 동시에, 시대와 장소 변화에의 적응」을 말한다.
여기서의 쇄신과 적응은 또한『수도생활 전반 즉 정결 청빈 순명의 3대 서원, 기도생활, 공동생활, 활동과 사명, 회헌 회칙 창립 카리스마와 고유정신 등 모든 분야에서 끊임없이 지속되어야할 부분』이라고 수도회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한 수도회 사제는『지속적 쇄신과 적응의 영성 없이는 아무리 회원과 사업 수가 증가했다 하더라고 수도회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다.
▲한국 수도회 영성 활로
구체적으로 한국 수도회들의 영성을 심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창립 카리스마와 고유정신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체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방인수도회들의 경우 짧은 역사 속에 아직 창립기 초창기에 놓여 있다고 볼 때 전 회원들이 참여하는 수도회 창립작업과 또한 창립과 성장에 필요한 자료를 작성 보관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원들을 국내외로 유학시켜 신학 및 영성을 폭넓게 연구 체험하고 이를 회원들에게 전함으로써 2천년 교회 역사와 세계 안에서의 교회로 성장할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창립자뿐만 아니라 초창기 모든 회원들과 후원자들, 관련인과 기관의 자료를 정리 보관해야 한다는 것.
국제수도회 역시 회원들을 외국에 지속적으로 파견 현지 연수시키는 작업을 통해 자체 수도회 역사, 영성, 창립자의 카리스마, 수도회 고유정신을 전체 수도회 안에 심화 발전시켜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창립 카리스마와 고유정신을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현대사회 흐름에 맞추는 작업도 요청된다.
국제수도회들은 수도회 전체 차원에서 마련되는 국제회의 연구회 세미나에 회원들을 파견, 현대사회 안에서의 카리스마 실현문제를 연구하고 이를 전체 회원들에게 탄력성 있게 보급하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와 관련된 각종 공문서 책자를 번역 모든 회원들이 읽고 연구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방인수도회 경우 연륜이 깊은 국제수도회들의 수도생활과 영성을 비교 연구하는 노력을 통해 기존의 카리스마 고유정신의 실현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지역교회 세계교회 흐름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회 발전의 중요한 요건이「회원 양성」이라는 점에서 회원들의 양성은 수도회 영성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으로 제시되고 있다.
수도회 관계자들은 특히「양성자의 양성」, 즉 장상들과 양성자의 양성에 보다 관심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각 수도회들은 이에 대한 보다 적극적 관심을 갖고 장기적 체계적 프로그램 안에 적절한 회원을 선별, 국내외로 유학 연수시켜 장래 양성자 및 지도자로 양성하는 안목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수도회 양성자들 간의 모임이 더욱 활성화되는 것과 함께 장상연합회 차원의 심도 있는 양성자 프로그램 마련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관계자들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수도자들의 초기 양성과 관련 한 수도회 사제는『수련기 영성을 제대로 받지 않고 서원을 하는 것은 본인의 수도생활과 성소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뿐 아니라 수도회 자체에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말하고『자칫 초기 양성 기간에 양성 중인 회원들이 수도회가 필요로 하는 각종 작업및 행사 준비에 투여되는 것은 바람직 하지 못하다』고 전했다.
사제 양성 기간이 10년에 이르는 것과 비교한다면 대체적으로 4년여 동안 진행되는 수도자 양성과정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이들은『수도회들은 지원기 청원기 수련기 양성과정 4년의 수준과 질을 끊임없이 향상시키고자 하는 진지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한국 교회 영성과 수도자
교황 요한 바오로 6세의 사도적 권고「복음의 증거」52항에서는『수도자들은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아가면서 자신들을 먼저 변화시키고 또한 시야를 넓혀 인간들의 필요와 난관과 노력을 직시하고 기도와 활동으로써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복음을 증거해야 함』이 명시돼 있다.
한국 교회가 양적으로 팽창돼 있고 특히 영성적으로 빈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자들「기도와 영적 체험의 증거」는 무엇보다 시급한 요구 사항이 아닐 수 없다.
S수도회 한 사제는『한국 교회의 영적 성장을 위해 수도자들이 맡아야 할 몫은 영적 체험』이라고 밝히고『극도의 물질주의 이기주의화 되어 있는 현 사회 안에서 수도자들은 깊은 영성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영성과 내면성의 탁월함을 증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수도자 개인들의 영적 심화작업과 함께 더불어 수도회들은 평신도들의 신앙 영성 심화와 성화의 확립을 위해 평신도들에게 수도회의 영성을 나누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조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수도회 자체적으로도 본당 공동체 평신도들을 위한 피정 재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도회의 영성을 나누고 세상 안에서 함께 그 영성을 살도록 하는 방안이 요구된다고 전한다.
그 이유는 평신도를 수도회 고유 영성으로 양성하고 수도회 사명과 사업을 평신도와 함께 수행하는 것은 향후 3천년기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필수작업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돈보스꼬 정보문화센터 원장 김보록 - “수도회 담 더 낮아져야”
『수도회들의 담이 좀 더 낮아져야 하리라고 봅니다. 이것은 평신도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수도회 차원에서 세미나 피정 등을 자주 마련, 평신도들이 수도원을 더욱 친근하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살레시오수도회 김보록 신부(돈보스꼬 정보문화센터 원장)는 수도자들이 세상과 교회 안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보다도「영성적인 면」이라고 강조하고『2월 2일 처음으로 교회 안에서 기념된「봉헌생활의 날」이 수도자들에게는 자신들에게 부여된 영성생활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교회 안에서 이 영성생활을 통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방향성을 찾는 데 구체적 도움이 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회 영성 빈곤의 이유에 대해「방인수도회들의 짧은 역사, 수도회들의 급작스런 증가」등을 꼽은 김 신부는『또한 국제수도회들은 한국어에 대한 언어적 어려움 때문에 자신들의 고유 카리스마를 충분히 한국 교회 안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특히 수녀들이 본당 안에서 해온 역할은 대단합니다.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나름대로 기도생활의 표양을 보여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너무 여러 가지 활동에 바쁘다 보니 수도생활에 필요한 기도 공동체 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김 신부는 수도회들의 영성 심화를 위해서 수도회 고유 카리스마 정신을 계속 연구하고 이를 시대상황 안에서 구현시키려는 지속적인 작업과 함께 구체적으로 수도회 회원들을 재교육시키는 노력을 배가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다수 수도자들은 아마도 수도회에서 마련하는 연 1회 이상의 피정과 세미나를 경험할 것입니다. 이 시기가 회원들이 수도회 고유 카리스마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활동 때문에 교육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전체 회원들이 모이기 어렵다면 시기를 나누어서 교육을 마련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할 것입니다』
김 신부는 또한 회원들도 개인적으로 수도회 창립자들의 성인전을 자주 탐독하고 회헌 연구와 자주 기도와 묵상에 몰입하는 등의 자발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활동에 치우쳐 기도 시간을 잊거나 축소하게 되면 점점 깊은 영성생활을 추구하기가 어렵게 됩니다.「기도와 묵상」은 저절로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고 꾸준히 인내롭게 계속할 때 그 안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한국 교회의 영성 빈곤은 기도가 무엇인지 모르고 어떻게 하는지 모른 데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국 80%의 본당에 수도자들이 상주하고 있는 것과 관련 김 신부는『본당 거주 수도자들이 기도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배려해 주는 사목자들의 관심과 배려도 요청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앞으로 수도회들은『특히 평신도들과 함께 수도회 영성을 가꾸어가고 세상 안에 실현시켜 나간다는 의식을 갖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수도회 제3회 회원들의 경우 단순한 신심단체 후원회로만 성격을 규정하지 말고 수도회 고유 영성을 살고 고유 영성과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고유 성화 완덕을 이루려는「사회 안의 수도자」의 공동체가 되도록 가꾸어 주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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