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이 성성한 노학자 3인이 학문을 향한 뜨거운 열정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파브르 곤충기」전 10권을 완역했다. 이 대작업을 완성한 주역은 이근배 한국생화학회 명예회장(미카엘·83세), 안응렬 전 외국어대교수(마르티노·86세·불문학), 이가형 국민대 명예교수(76·영문학)이다.
프랑스의 곤충학자이자 박물학자인 파브르가 평생을 걸쳐 완성한「곤충기」는 누구나 익히 알고 있지만 막상 국내에 소개된 내용은 그 중 흥미로운 몇 부분만 발췌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에 완성된 원고는 불어 원본 텍스트 전 10권을 빠짐없이 번역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완역, 작지만 장엄한 곤충의 세계를 원본에 충실하게 접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 노학자가「파브르 곤충기」를 번역하기로 결의한 것이 지난 80년. 92년 완성됨에 따라 번역작업만 13년에 무려 원고지 1만7천여 장의 방대한 분량이다. 특히 이들은 모두 여러해 전 대학 강단을 떠나온 고령인데다가 자신들의 전공분야도 아닌 책을 무서운 집념으로 완역해 냄으로써 후학들을 비롯한 학계와 학문에 대한 열정과 성실성으로 귀감이 되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파브르의 곤충 이야기는 다른 소설처럼 한 번 슬쩍 읽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감동적』이라고 입을 모은다.『티끌 만한 곤충들의 사회생활이 마치 사람들의 그것과 같고 사랑, 증오, 단체생활, 시시한 사람을 빰 칠 만한 그들의 모성애, 자르나크의 솜씨를 무색하게 하는 적에 대한 일격 따위는 읽는 사람을 매혹시킨다』고 이들은 말한다.
더욱이「곤충기」는 파브로가 일생을 바쳐 완성한 인간 승리의 기록이기 때문에 더욱 값진 것으로, 책에서 묘사되는 곤충의 종 수만 1천 종에 달하고 있다.
92년 원로학자 3인의 집념으로 완성된 이 원고는 현재 이 명예회장의 제자인 한필순 원자력연구소 연구위원(64)이 맡아 올해 말 완성을 목표로 CD-롬으로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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