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일 기쁜 것은 고목나무에 푸르므레 봄빛이 드는거와, 걸어가는 발뿌리에 풀잎사귀들이 희한하게도 돋아나오는 일이다. 또 두어 살쯤 되는 어린 것들이 서투른 말을 배우고 익히는 것과, 성화의 애기들과 같은 그런 눈으로 우리들을 빤히 쳐다보는 일이다. 무심코 우리들을 쳐다보는 일이다.
우울하고 경악스러운 사건 투성이의 기사로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우리에게 입춘을 알리는 매화가 신문의 한 구석에 피어있는 것을 보고 문득 서정주 시인의 시가 생각났다.
오늘, 아니면 어제 우리는 무엇으로 기뻐했는가?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기뻐하는 것이 우리의 삶과는 근본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살면서, 기뻐하고 감동하는 것을 어색하게 여기게 되었다. TV, 게임기, 컴퓨터 등으로 유년시절을 보내는 어린이들의 표정에도 어린이다운 천진한 눈빛과 기쁨의 웃음이 사라져가고 있다. 발뿌리에 풀잎이 돋아나는 것을 볼 수 있는 장소도, 빗물을 튕기며 장난을 할 수 있는 흙도 없는 세상에 어린이의 기쁜 얼굴을 본다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톨스토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귀한 것이 어린이의 영혼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대의 어른들이 어린이를 그들의 살아있는 장난감이나 흥미로운「생활품목」으로 여겨 어린이를 타락시키고 있는 추세에 대하여 몬테쏘리 여사는 신랄한 비판을 하였다.
어린이들의 기쁜 모습을 보는 것은 한편의 시를 읽는 것이며 가장 귀하고 중요한 재산을 모으는 것과 같으리라. 우리 자신이 기뻐할 수 있는가를 들여다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요즘은 기뻐하고 감동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고, 그런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그의 기쁨을 진심으로 인정하여 주기를 어려워한다. 상대방의 기쁨이 허영이나 거짓이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하거나 우리 자신도 기뻐하기를 주저하거나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돈과 권력이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진다. 돈을 선물로 받고 기뻐하는 어린이의 눈빛은 이미 진정한 기쁨에서 멀리 떨어져나간 변질된 모습이다.
하루에 한 편의 시를 읽거나 하루 중에 기뻐한 적이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갖는 것이 이 암담한 시대를 견디어내고 맞설 수 있는 힘을 얻어내는 지혜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조그마한 것에 감격하고 기뻐할 수 있었던 어린이의 귀한 영혼을 지니고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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