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강영수씨 - 매일 10km 도보 훈련 “열정” 20여 년간 불우이웃돕기 헌신, 걸으며 냉담자 회두 위해 기도
『연령 제한이 있는 줄 알고 지난해 제1차 전국 도보 성지순례 때 불참했던 것이 못내 안타까웠는데 지금 이렇게 걷게 돼 너무 기쁩니다』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남녀 순례단원 중 최고령자인 강영수(요셉·66세·서울 서초동본당)씨의 도보 순례 참가 소감이다. 동료들로부터「큰 형님」「큰 오빠」로 불려지는 강씨지만 『조금 더 빨리 걸었으면 좋겠다』며 여유를 보일 정도로 매일 평균 20km의 강행군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지난 1월 1일부터 매일 새벽 10km씩 걸으며 도보 순례를 준비해 왔다는 강씨는 참가 동기를『지금까지 살아온 한 평생을 돌이켜 성찰 회개하며 작은 일이라도 극기 보속하고, 주위의 불우 이웃에게 봉사함으로써 감사의 삶을 살기 위해서』라고 명쾌하게 답변한다.
극기 보속·성찰 회개·용서 화해··봉사 감사라는 4개 주제를 매일 한 가지씩 번갈아가며 묵상하고 기도하며 걷고 있는 강씨는 97년부터 20년 가까이 매년 평균 무의탁 노인 10여 명씩을 자비로 돌봐오는 등 본보 83년 11월 27일자에 보도된 미담의 주인공.
24년 동안 당뇨병으로 4번이나 큰 수술을 받는 등 병환에 시달리면서도 노인들을 직접 돌봐오다 지난해 실명한 부인 김장자(마리아·64세) 여사가 본격적으로 앓기 시작한 91년부터는 인보성체수녀원에 양로원 운영을 맡겼다.
운송업을 하는 수익금으로 무의탁 노인 돌보기에 이어 매년 불우 이웃 3∼4명에게 생활비를 보태주는 등 남 모르는 선행을 위해 1년 예산을 미리 세우고 실천하고 있는 것은 이때부터다. 지난 한 해 동안만 김구 선생 살해자 안두희씨를 처단한 인천의 박기서씨 가정을 사건 이틑날 찾아가 생활비를 내놓는 등 전국의 불우 이웃 3명에게 수백만 원을 전달해 온정을 나누었다.
『죽을 때까지 봉사의 삶을 살겠다』는 강씨는『무엇보다 냉담자들의 회두를 위해 걸으면서 특별히 기도하고 있다』고.
◆냉담자였던 이규헌씨 - 한때 냉담, 보속 위해 참가 막내 동생·딸 죽음에 원망만…직장에 사표…동료 치료 분주
『하느님을 원망하며 냉담자로 살았던 제 잘못을 보속하기 위해 도보 순례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던지고 이번 도보 순례에 참가한 이규헌(광헌 아우구스띠노·35세·원주교구 재천 남천동본당)씨의 도보 순례 참가 동기다.
『중 3이던 막내 동생을 데려가시더니 작년에는 여섯 살 난 둘째딸 헤레나마저 거둬가신 하느님이 원망스러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냉담했었다』는 이씨는 96년 9월 4년 동안 뇌종양을 앓던 둘째딸 도경이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아픔과 슬픔을 맨 먼저 꺼냈다.
『이번 순례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그 분의 배려로 느껴진다』는 이씨는 참가 신청 마감일을 훨씬 넘긴 지난 2월 5일 주최 측에 참가시켜 달라고 떼(?)를 써가며 막차로 참가 결정을 통보 받은 행운아다. 바로 이 날은 작은 딸을 극도의 고통 속에 천당으로 떠나보낸 충격과 슬픔으로 하느님을 원망하며 지낸 15개월 간의 냉담생활을 청산하고 고해성사를 본 날이기도 하다. 딸을 떠나보내며 신앙심이 약해졌던 자신에 비해 오히려 신심이 더 깊어지며 그 아픔을 잘 극복해 낸 부인 박인옥(성임 마르타·35세)씨의 깊은 배려도 이씨의 이번 도보 순례 참가에 큰 역할을 했다. 우연히 본보의 도보 순례 광고를 보고 서울로 전화했던 이씨는 부인도 같은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더욱 용기를 낼 수 있었다는 것.
이후 다니던 병원에 사표를 내고『참가를 허락하지 않을 경우 혼자서라도 순례단을 따라 나서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참가 허락을 받은 이씨의 합류는 오히려 순례단에 커다란 보탬이 됐다. 그것은 출발 당일 아침 자신의 직업이「약사」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당초 의료 팀으로 참가할 예정이던 간호사 두 명이 개인 사정상 순례 일정 중간에 합류하게 된 공백을 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보 순례 둘째날부터 물집이 잡힌 아픈 발로 걷고 또 걷고 있는 이씨는 자신의 아픔은 뒤로 한 채 잠자리에 들기 전 다른 동료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느라 약통을 들고 이방 저방을 찾아다니는 일을 기쁘게 감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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