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이 왔을 때 왜 하느님은 침묵하고 계시는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던지게 되는 질문이다. 수원교구 성남대리구 분당성마태오본당(주임 이근덕 신부)은 이러한 질문에 진지하고 생동감 있는 답을 전해주는 모노드라마 ‘침묵’을 5일 성당에서 선보였다.
사순시기를 맞아 더욱 깊이 있는 묵상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된 시간이었다.
‘침묵’은 일본 막부시대 가톨릭 박해 사건을 소재로 20세기 일본 문단의 거장 엔도 슈사쿠가 쓴 동명 소설을 극단 ‘단홍’ 유승희 대표가 각색해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포르투갈의 예수회에서 조선에 파견됐다가 붙잡힌 젊은 신부 로드리고는 예수의 얼굴이 그려진 성화를 밟고 배교하면, 고문당하고 있는 신도들을 살려주겠다는 관헌의 회유를 받는다. 로드리고 신부는 끊임없이 기도하며 하느님께 답을 구하지만 하느님은 계속 침묵한다. 그는 ‘이 고통의 순간에 신은 왜 응답하지 않는가?’라고 질문하며 신앙의 본질을 고민한다. 로드리고 신부가 예수의 성화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바치는 마지막 기도는 무엇이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고통을 보여준다. 마침내 성화를 밟기 위해 발을 든 순간 신부의 귀에 침묵하던 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밟아도 좋다. 네 발의 아픔을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너희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진 것이다.”
‘침묵’은 모노드라마로 선보여 더 짙은 감동을 준다. 배교를 강요 당하는 로드리고 신부의 고뇌는 일상에서 흔들리고 방황하는 우리들 개개인의 자화상을 엿보게 해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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