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면서 ‘배반당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음악적으로 표현(수난곡)하고 싶은 마음을 글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다윗의 자손께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 높은 곳에 호산나!”라고 환호하는 군중의 외침이 아련히 들리는 저 편에서, 유다가 예수님의 몸값을 흥정 하고 있습니다. 군중의 환호를 받던 예수님의 얼굴은 굳어지기 시작합니다. ‘나를 팔아먹다니. 어떻게?’하며, 예수님의 얼굴은 붉어지며, 번뇌의 먹구름으로 가득 찹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파스카 음식을 준비하라고 하십니다. 만찬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 넘길 것이다”라고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 합니다. 제자들은 쥐죽은 듯 조용합니다. 그 순간 예수님을 팔아넘길 유다도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하며 천연덕스럽게 묻습니다. 예수님의 가슴은 마냥 미어집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며,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너희는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라고 하시며 용서의 잔을 나눠주십니다. 이 작은 방에서 이루어지는 순간을 천사들은 천상악기를 다 동원하여, 화려하고 장엄한 오케스트라로 연주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배반할 제자들을 데리고, 겟세마니 산으로 향하십니다. 그 발걸음은 근심과 번민으로 가득차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라고 하시며, 얼굴을 땅에 대고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을 비켜가게 해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라고 기도하십니다. 땅을 움켜쥐고, 피땀을 흘리며 기도합니다. 그런데도 제자들은 이 순간에 ‘우리 아기 잘도 잔다’는 곡에 맞춰 잠을 자고 있는 듯합니다.
당신이 팔아 넘겨지는 순간이 다가오자, 예수님께서는 급한 마음으로 “일어나 가자. 나를 팔아넘길 자가 가까이 왔다”며 제자들을 깨웁니다. 이미 신호해 둔대로 유다는 예수님께 입을 맞추러 다가옵니다. 역겹고 더러운 배신의 입맞춤을 당하십니다. 예수님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죄인의 손에 이끌려갑니다. 이 순간에 믿고 사랑했던 제자들은 슬금슬금 도망칩니다.
사람들은 이미 정해놓은 벌을 선고하기 위해 온갖 죄를 뒤집어씌웁니다. 심지어 하느님의 이름으로 ‘네가 정말 하느님의 아들인지’를 고백하라며, 우격다짐합니다. 이에 예수님은 ‘그렇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에 사람들은 화난 폭도처럼 옷을 찢으며 “이 자가 하느님을 모독하였습니다. 그 자는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하며 예수님 얼굴에 침을 뱉고 주먹으로 후려치고, 손찌검을 하며, ‘너를 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 맞춰봐라’하고 놀려댑니다. 순간, 당신을 세 번씩이나 모른다고 부인하는 베드로와, 당신을 팔아먹은 것을 후회하며 목매달아 죽는 유다가 잠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민족의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빌라도 총독에게 넘기며 사형을 시켜달라고 조릅니다. 아니, 협박까지 하며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고 외쳐댑니다. 이 아우성을 듣는 어둠의 사탄들은 좋다고 환호성을 외쳐댑니다.
빌라도는 권력유지를 위해 예수님을 죽음에로 넘겨줍니다. 이제 군사들과 군중들은 ‘분풀이가 허용된 이’의 옷을 벗기고 가시관을 씌우고, 갈대로 때리며 마구 대합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매달려 딱하고 불쌍한 버림받은 자로서,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라고 울부짖습니다. 사랑하고 믿었던 이들에게 당한 배신에 대한 울부짖음은 메아리로 온 누리에 퍼져갑니다. 메아리가 멈추어질 때쯤에, 그분은 숨을 거두십니다. 세상은 어둡고 껌껌한 죽음의 천지가 되고, 성전의 휘장은 찢어지고 땅은 흔들리고, 바위들이 갈라지며, 공포의 순간이 다가오자, 사탄들은 승리했다고 난장판의 잔치를 벌입니다. 그때 몇몇 사람이 “참으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라고 고백하며, ‘나는 부활이며 생명이다’라고 예수님께서 하셨던 말씀을 마음에 새깁니다. 바로 그때부터 죽음의 곡소리는 기쁨과 생명의 선율로 바뀌고, 생명의 빛이 비춰오며, 믿고 부활한 자들과 천사들이 함께 부르는 승리의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잘 묵상했습니까? 여러분도 우리 신앙의 핵이며 정점인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각자의 가장 멋진 표현으로 고백하면 어떨까 합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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