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오후 8시, 늦은 밤 아무도 없는 골목에 자동차들이 여러 대 들어선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앗숨도미네라고 적힌 간판을 따라 내려가니 어두컴컴한 건물 안 지하에서 음악소리와 이야기소리가 흘러나왔다.
문을 열자 초등학생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문화선교를 실천하는 교구 복음화국 봉사자회 소속 뮤지컬팀 ‘앗숨도미네’다.
“순수한 열정으로 모인 사람들이에요. 2005년 창단된 후 지금까지 뮤지컬 공연을 했고요. 이번에 네 번째 공연, ‘YES!’를 준비 중이에요.”
총감독 정애란(베로니카)씨도 큰 소리로 단원들과 함께한다. 5월 7일부터 무대에 올릴 ‘YES!’의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기 때문이다. ‘YES!’는 성모 마리아를 주제로 한 뮤지컬이다. 지난번 바오로해에 바오로 사도의 회심을 주제로 공연했던 작품‘Turn’처럼 앗숨도미네는 가톨릭이 가진 다양한 요소를 뮤지컬 주제로 잡아왔다.
“성모님의 일생을 조명해보자고 생각했지요. 환희의 신비를 묵상하며 시놉시스를 썼는데, 지도 신부님과 주교님이 용기를 많이 주셨어요. 마리아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기에 하느님께서 점찍어놓으셨을까 생각도 많이 했고요.”
정 씨의 말처럼 뮤지컬 ‘YES!’는 어릴 적 마리아의 모습을 상상해 담고 있다. 마리아의 잉태 소식과 요셉과의 관계, 요셉의 내적 갈등, 순명의 정신과 결혼, 베들레헴의 구유 경배까지 짧지만 쉴 새 없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YES!’는 제목처럼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는데 순명한 처녀 마리아의 굳건한 신앙을 보여준다. 뮤지컬팀 앗숨도미네의 뜻(주님, 여기 있습니다)과 비슷한 ‘순명’이 가진 아름다움이다. 단원들이 노래한다.
“예수님 손을 잡은 그 손을 놓지마요. 그 손을 놓으면 길을 잃어버릴지도 몰라요.”
5년여 간의 시간동안 단원들은 많이 자랐다. 탁 트인 목소리와 흥겨운 율동, 다양한 표정까지 관객으로 하여금 뮤지컬에 몰입하도록 한다. 얼굴에는 구슬땀이 흐르고, 반복되는 연습은 일찍 끝나야 자정이다. 평일에는 으슥한 밤 2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각자 직장과 본당활동 등을 하고 있는 단원들은 연습이 끝나면 ‘파김치’가 돼 돌아간다.
하지만 뮤지컬은 관객보다 배우들의 신앙을 더욱 자라게 했다. 자신의 배역을 이해하기 위해 성경을 꺼내 읽고, 매주 연습을 통해 친교와 공동체 정신을 이뤘다.
마리아 역을 맡은 송다미(에스델?12) 양은 “마리아는 겸손하면서도 당당한 인물”이라며 “열심히 준비한 뮤지컬을 신자들에게 보여줄 생각을 하면 힘들기보다는 기쁘다”고 말했다.
성인 마리아 역을 맡은 김선아(비비안나?27) 씨도 “마리아는 약한 여성이지만 강인한 어머니”라며 “항상 기도로써 배역에 충실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앗숨도미네의 단원은 30여 명 남짓. 창단 때와 비슷한 숫자이지만 수확은 있다. 40대 이상으로 구성되었던 단원들의 연령대가 낮아진 것이다. 초등학생들부터 10대, 20대, 30대 신자들도 앗숨도미네의 단원이 되기 위해 오디션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번 ‘YE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성모님을 다시 바라봐주었으면 좋겠어요. 막연한 성모님보다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과연 그분의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도 해보고요. 그동안 하느님의 말씀에 ‘예’라고 대답하지 못했다면 이제부터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용기도 가졌으면 좋겠고요.”
정 씨는 선교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시대가 변화하며 선교의 방법도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보는 뮤지컬은 신자와 비신자 모두를 포함한 ‘이웃’에게 다가갈 수 있는 소중한 도구다.
“단원들은 물론 저 또한 처음 열정을 잃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 공연 외에도 뮤지컬을 자주 접하지 못하는 벽지나 산간공소에 기회만 마련된다면 가서 꼭 공연을 하고 싶네요.”
밤은 계속해서 깊어 가는데 단원들의 열정은 무르익고 있었다. 감독의 호된 질타에도 배우들의 얼굴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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