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는 죽은 이들을 위한 터라는 인식으로 유가족들조차 기일이나 명절 등에만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대형 묘원들도 남은 가족들이 쉬거나 죽음에 대해 묵상할만한 공간을 갖춘 경우는 드물다.
수원교구 ‘안성추모공원’(원장 최석렬 신부)은 이러한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추모공원이 죽은 이들을 위한 공간으로서 뿐 아니라 살아있는 이들의 쉼터로 자리할 수 있도록 새 단장에 나서 관심을 모은다.
추모공원은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9일 교구장 이용훈 주교 주례로 리모델링한 관리동 축복식을 마련하고, 유가족들을 위한 새로운 공간의 문을 열었다. 공원 명칭도 묘원에서 ‘추모공원’으로 변경했다.
새로 선보인 관리동에는 사무실과 식당, 카페테리아, 편의점, 야외 테라스 등을 갖추고 있다. 사무실에서는 직원 10여 명이 유가족들에게 발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며, 식당에서는 추모공원을 찾는 이들이 예약 없이도 중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꾸몄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음식은 모두 천연조미료와 질 좋은 재료만으로 만들어진다. 또 카페테리아에서는 최고급 원두를 직접 구입하고 볶아, 다양한 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특히 추모공원은 가족 단위의 유가족들이 쉬어갈 수 있는 자연 공간을 지속적으로 넓혀, 누구나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원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매장 20년이 지나 개장하는 묘지의 빈 공간도 자연 그대로의 녹지로 조성, 가족공원으로서의 면모를 굳혀나갈 방침이다.
추모공원 원장 최석렬 신부는 “부활의 신앙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조차 죽음을 두렵게만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누구나 가족들과 더불어 추모공원을 찾아 죽은 이들을 추모할 뿐 아니라, 각자 자신의 존재와 삶을 돌아보고 영원한 생명과 구원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묵상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재 추모공원에는 여타 묘원과 달리 전담 사제가 상주, 매주일 미사와 기도 및 강좌 등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또한 각 본당과 연계해 소외된 이웃들에게 무료 장묘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교회 운영 추모공원으로서 사목적 배려도 확대해가고 있다.
최석렬 신부는 “앞으로는 대성당과 성체조배실 등도 갖춰 일반 기도순례객들을 위한 공간도 넓혀나갈 방침”이라며 “아울러 연령회원뿐 아니라 일반 신자들을 위한 영성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에도 힘써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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