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부는 성분도복지관 장애인 야외학습체험장에서 청소년들의 이야기꽃이 한창이다. 시무룩해 있는 한 장애인 청소년에게 교사가 슬쩍 다가갔다.
“우와, 정식이 손은 꽃 같다. 꽃. 이제 손 위에 꽃잎을 붙여보자.”
한 장애청소년의 손을 도화지에 올려놓자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의 연필을 들어 손 모양을 따라 그린다. 손을 떼자 금세 자신의 손모양이 도화지에 그려져 있다. 자신의 손을 보는 것이 신기했던지 청소년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이가 “재미있다, 파이팅”이라고 크게 외쳤다.
단순한 생태체험이 아니라 ‘생태적 놀이’다. 장애청소년들에게 자연이야말로 진정한 교사임을 가르쳐주고, 자연을 통해 작은 변화를 알게 하는 ‘신바람 산바람’ 녹색체험교육사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성분도복지관(관장 김경한 수녀,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진우리 661)이 복권기금(산림청 녹색자금)의 지원을 받아 마련한 이 프로그램은 식생 설명 등 생태 위주로 이뤄지는 학습과는 차별화된 하나의‘놀이’다. 삼림으로 둘러싸인 복지관의 너른 마당에서 장애아동들은 생명의 움직임을 몸으로 체험한다.
어미새가 아기새에게 먹이를 가져다주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직접 청소년들이 ‘새’가 돼 움직인다. 움직임이 비교적 느린 중증장애청소년들은 ‘나무’가 된다.
“나무 역할을 맡은 아동에게 빨래집게를 집어놓고, 그 집게를 먹이로 가정한 후 열심히 집게를 이동시켜 보는 것이지요. 놀이가 끝나면 ‘어미새들은 벌레를 잡을 때 어떨까’하며 문제를 던져봅니다.”
성분도복지관 사회재활팀 권용수 팀장은 장애청소년들이 이러한 놀이를 통해 집게에 의한 자극을 느끼고, 어미새와 아기새의 관계성 등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나뭇잎 퍼즐’은 나뭇잎을 잘라 맞춰보는 놀이다. 처음에는 맞추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에게 ‘잎맥’이라는 조건을 주면, 그들은 의외로 잘 맞춘다. 나뭇잎을 만지며 자신의 감각을 느껴보기도 한다.
프로그램은 청소년들뿐 아니라 부모와 교사에게도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줬다. 네모난 교실 안에서 청소년들의 돌발행동을 제지하기에 바빴던 교사들도 자연에서는 ‘저 아이가 기분이 좋은가보구나’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놀이를 통해 청소년들 스스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고, 과제를 해결해나간다.
“대부분 장애청소년들은 경험이 많이 부족해요. 부족했던 경험을 직접 체험하며 채워가는 것이지요. 비가 오면 알아서 뛸 줄 알기 시작하고, 떨어진 나뭇가지들이 젓가락 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 시작합니다.”
프로그램은 저마다 다른 장애 정도를 가진 청소년들을 한데 모아주기도 한다. 자연 안에서 ‘함께’ 행동하며 관계성을 배우고, 서로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소극적인 청소년들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고, 활발한 신체활동으로 인지능력과 두뇌를 발달시키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장애청소년 김대건안드레아군은 “꽃을 보고 나무를 보면서 더불어 사는 삶을 배웠다”며 “수업내용이 즐겁고 이렇게 숲에 오니 느낌이 환상적이다”고 말했다.
올 11월까지 계속될 ‘신바람 산바람’은 화·목·금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30분까지 이어진다. 일반학교 특수학급 및 직업훈련생, 주간보호시설 장애아동들이 참여할 수 있다.
※문의 031-799-0300 성분도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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