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종이(한지)는 우리 고유의 멋을 살리면서도 은은한 색으로 어디에도 잘 어울리죠. 닥종이로도 성물을 제작할 수 있음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닥종이인형 작가 인정옥(클라라·의정부 화정동본당)씨의 작품은 현대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성경 속 인물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원래는 일반적인 닥종이인형을 제작했는데, 2004년 세례가 제 작품인생의 전환점이 됐어요. 세례 받은 이후에 성모 마리아와 예수님 등 성경 속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시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3등신의 일반적인 닥종이인형은 짜리몽땅해 귀엽기는 하지만 성경 속 인물들을 표현하기에는 어딘지 어색했다. 인씨는 기존 형식에서 탈피해 8등신의 현대적인 인형을 만들었다. 실험적인 시도였지만 그가 하고자 했던 작품과도 잘 어울렸다. 그러다 보니 작품은 하나 둘 늘어났다. 지난 2007년에는 서울 평화화랑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물론 전시 주제는 ‘성경 속 인물’이었다.
“기도와 묵상이 제 작업의 원천이죠. 부끄럽게도 열심히 하는 신자는 아니지만 작품을 시작하면 거기에 몰두하다보니, 신앙적으로 성숙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닥종이인형은 닥종이와 피복선, 풀 등 간단한 재료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인형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천 번의 손길이 필요할 정도로 고된 작업의 연속이다. 거기에 성경 속 인물들을 표현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냥 인형은 이런 모습을 만들고 싶다 하면 만들어 지더라고요. 그런데 성상은 콘셉트를 잡는다고 해도 그대로 만들어 지지가 않아 어려웠어요. 성경 이야기이기 때문에 철저한 고증도 필요해서 성경도 읽고, 신부님과 수녀님들께도 많이 여쭤보면서 작업하고 있어요.”
인씨는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하느님이 주신 ‘은총’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적인 욕심이 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는 결국 하느님이 함께하셨기에 모든 것이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올 10월 인씨는 평화화랑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마련한다. 이번에도 역시 ‘성경 속 인물’들을 주제로 삼는다.
“종이로 만든다고 하면 약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우리 조상들이 오래전부터 해오시던 거잖아요. 풀칠하고 종이를 겹겹이 붙이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단단하기도 하고, 유약처리를 하면 변질 위험도 없어서 반영구적이에요. 앞으로도 이 작업을 계속하면서 널리 알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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