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러한 일들이 종교에 일어날 수 있었는가? 한때 여왕 같은 세도를 누렸던 종교가 이제 하녀로… 처음에는 가볍게 여겨지다가 그 다음에는 무시되고 마침내는 경멸 당하고 저주 받고 추방되었다』
다소 과장인 듯 하기도 한 이 말들은 근대에 접어들면서 종교가 경험해야 했던 곤혹스러움을 말해 준다. 17세기까지 서양문화는 근본적으로 그리스도교에 의해 규정되고 관찰되어 왔다. 하지만 급속하게「세속화하는」세계로부터, 교회와 신학의 후견에서「해방된」사회로부터 새로운「파라디그마」에 대한 자극이 주어짐으로써「획기적인 전환」이 이루어졌다.
최근 분도출판사가 펴낸「문학과 종교」는 이로부터 시작된 근대세계 안에서 종교가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또 근대세계에는 종교를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탐색한다. 그리고 그 탐색의 여정은 파스칼에서 카프카에 이르는 8명 위대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더욱이 각 작품 세계를 신학과 문학의 양쪽 눈을 모두 사용해서 들여다 봄으로써 보다 폭 넓고 깊은 탐색이 가능하게 된다.
예수와 도스토옙스키, 신학과 문학의 조우, 절대자와 대면한 위대한 작가들의 모습을 그린 이 탐색의 여정에는 철학과 신학 쪽에서 세계적인 일치운동 신학 교수인 한스 큉, 문학의 쪽에서는 소설가이자 수필가 출판인이자 문학 평론가이고 TV 비평가로서도 이름이 높은 발터 옌스가 나섰다.
두 사람은 모두 튀빙겐대학교에서 기초 신학, 일반 수사학 강좌를 맡은 바 있다. 한스 큉은 63년 이래 교의신학과 일치운동 신학 교수, 80년 이후에는 학부에 속하지 않고 계속해서 일치운동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발터 옌스는 62년 이래 튀빙겐대학에서 강의를 해오고 있다.
「문학과 종교」는 이들이 1984년 5월 튀빙겐대학교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심포지엄의 발표 논문을 기초로 해서 엮어진 것이다.「신학과 문학, 20세기에서의 대화의 가능성과 한계」를 주제로 열린 이 심포지엄은 작가와 문학자, 신학자 70여 명이 참석했다.
여기에서 다뤄진 작가들은 모두 8명으로 파스칼에서 시작해 카프카에서 끝난다. 정신사적으로 17세기의 위기와 더불어 시작된 근대, 데카르트와 파스칼에서 시작된 근대 는 1차 대전의 위기, 나체와 카프카와 함께 끝난다. 이 시기 동안의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생생하고 모순에 찬 근대 종교사를 탐색한다.
30년 전쟁 후 종교개혁 사상이 뿌리내린 독일에서의 그리피우스, 독일 계몽주의의 핵심인 레싱,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대표적 작가 횔덜린과 노발리스가 다뤄지고 본질적인 의미에서 19세기에 이르러 근대의 위기를 신호한 키에르케고르와 도스토옙스키를 만난다.
한스 큉과 발터 옌스는 이 일련의 논문들을 하나의「시론」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이 다룬 주제와 논의 대상들은 폭과 깊이에서 매우 방대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과 신학, 예술과 종교의 세계를 넘나들며 이루어진 이 탐색을 통해 종교의 영역이 현세와 분리된 것으로 무의식적으로 인식하는 그리스도인들은 많은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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