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랑 봉사자 이정환씨 - "지난 삶 반성하는 계기 돼"
『수많은 주검을 만지는 연령회 활동을 하면서 죽음은 예고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체험한 결과 제 자신부터 살아왔던 삶을 되돌아보기 위해 도보 순례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제 자신부터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준비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도보 순례에 임하고 있다』고 다시 강조하는 이씨는『봉사란 타인을 위해 나의 시간과 돈을 사용하는 것으로 희생이 따라야 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활동에「봉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데 대해 민망해 했다.
9년여 연령회 활동을 하는 동안 1백39회에 걸쳐 시신을 염해오면서 항상 죽음과 가까이 지내온 이씨는 도보 순례 중에도 본당 연령회원들의 활동상을 체크하면서 비디오를 잡은 손에 묵주까지 함께 들고 항상 기도하고 있다. 91년 60시간의 과정을 마치고 서울대교구 연령회연합회가 수여하는 제1기 연도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여 최고령자 황정옥씨 - "참가 허락해 감사할 뿐"
『나이가 많아도 순례단에 참여시켜 준 주최 측에 감사할 뿐입니다』
제2차 전국 도보 성지순례단의 여성단원 3명 중 최고령자인(수산나·62·인천교구 산곡3동본당)씨는 연신『감사하다』는 말로 참가 소감을 피력한다.
지난해 회갑을 지낸 사람 같지 않게 남녀 단원들과 보조를 맞춰 열심히 걷고 있는 황씨는『순례 제6일째인 지난 2월 18일 335번 지방도로를 따라 경기도 여주를 지날 때 눈보라가 몰아치고 트럭이 지나갈 때마다 휘뿌연 눈가루를 덮어쓸 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샬트르 성바오로회 서울관구 김명희(루갈다)·김명자(마리아) 수녀의 모친인 황씨는 화상을 입은 큰딸 수녀를 영등포 화상전문병원으로 치료차 왕래하던 2년 전 운전 면허증을 취득한 신세대 할머니다.
11년 전 남편과 사별 후 장남 김명호(요셉)씨와 함께 살고 있는 황씨는『지난 2월 4일 도보 순례단 첫 모임 때 나이 젊은 분들만 많아서 내심 걱정했었다.』고 털어 놓으면서『지금까지 일정대로 걸을 수 있는 것이 주평국 신부님 이하 모든 순례단원들의 보이지 않는 배려와 두 딸 수녀 등 1남 3녀 자녀들의 끝임없는 기도 덕분』이라며 감사해 했다.
황씨는『힘겨운 구간을 걷고 나면「돈 주고 고생 사셨네요」라며 따뜻한 인사를 건네 주는 단원들의 격려와 기도가 있는 한 부산까지 무사히 갈 수 있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두 번째 참가한 김영주씨 - "걷는 것이 좋아 또 참가"
『지난해 아직까지 영세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하시던 부산 오창근 신부님을 만나는 것이 가장 무서워요』
전국 도보 순례단원 중 주평국 신부와 권순기 단장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지난해 제1차에 이어 올해 제2차 도보 순례에 연속 참가한 김영주(34세)씨의 말이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정현숙 탁구교실」에서 주부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탁구를 가르치고 있는 김씨는 자그만 체구지만 남녀 단원 중 가장 잘 걷는 사람 중 하나다.
인솔자 주 신부 바로 뒤에서 깃발을 들고 걷는 김씨는 아직 세례 받지 않은 미신자 아가씨지만 힘겨운 순례길에서 항상 미소로 동료들을 대하며 밝고 맑은 모습을 잃지 않는 순례단의 마스코트다. 2년 연속 참가 동기를 묻자『지난해 참가자 모임에 참석해 오던 중 이번 2차에도 자연스럽게 참가하게 됐다』는 김씨는『단지 걷는다는 것 자체가 좋아서』라고 덧붙인다.
지난해 서울서 부산까지 순례를 마친 후『끝까지 무사히 해냈구나』라는 성취감을 만끽했었다고 토로하는 김씨는『천주교 신자가 아니라고 배척하기보다 따뜻하게 배려해 준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타인들을 위해 궂은 일을 자발적으로 하시는 모습에서 흐뭇함을 느낀다』는 김씨는 도보 순례의 성과로『평소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을 보다 너그럽게 볼 수 있게 된 점과 진실로 주위 친지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겨난 것』이라고 꼽는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