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단 후미 담당 전갑수씨 - “아이들 졸업·입학 선물로 편지 4통”
『한 사람도 낙오하지 않고 무사히 부산까지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기도하면서 걷고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창간 70주년 기념 제2차 전국 도보 성지순례단 행렬의 후미를 맡아 단원들의 안전을 위해 가장 애쓰고 있는 도서출판「기쁜 소식」사장 전갑수(베르나르도·44세·서울 방학동본당)씨의 말이다. 최양업 신부의 발자취를 따라 중부 내륙 산간지방을 관통하며 주로 좁은 2차선 국도를 많이 걷는 관계로 어려움이 크다는 전씨는『제가 손에 들고 흔드는 차량 안내봉을 트럭 등 대형 차량들이 치고 나갈 때는 등골이 오싹해진다』고.
가장 힘든 후미를 맡아 순례 초반부터 발뒤꿈치가 벗겨져 취침 전 치료 받는 고통 속에서도 매일 밤 일정을 무사히 끝마친 감사의 마음이 누구보다 큰 전씨는 걷는 도중 뒤로부터 차 소리가 들리면 돌아서는 동시에 한 손은 거수경례를 붙이고 또 한 손은 차량 안내봉을 흔든다.
『가족과 저희 회사 식구들께 미안하고 감사드린다』는 전씨는 순례기간 중 치러진 장녀 해원(마리스텔라)이와 장남 병준(후꼬)이의 졸업식과 중·고교 입학식에 함께 하지 못한 대신 입학 및 졸업 선물로 두 아이에게 4통의 편지를 보냈다는 전씨는 도보 성지순례의 확산과 성서 못자리에 보다 많은 이들이 참여해 성서공부 열기가 다시 일어났으면 하는 소망을 피력했다.
◆개신교서 개종한 최용철씨 - “신앙의 참맛 느껴보고 싶어요”
『순교성인 선조들이 걸어가신 길을 따라 걷고 싶어 사업도 팽개치고 무작정 따라 나섰습니다』
한일은행과 함께 이번 도보 순례의 협찬사 중 하나인 풍강건설주식회사 사장 최용철(사도 요한·57세·서울 잠원동본당)씨의 순례 참가 동기다. 이번 순례를 위해 1천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쾌척한 최씨는 한창 바쁜 공사 현장을 2개씩이나 뛰어다니던 일정을 놔두고 도보 성지순례에 훌훌 떠나왔다. 특히 순례에 전념하기 위해『갖고 온 핸드폰도 출발 당일부터 꺼버렸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가톨릭신문사 서울지사장이자 이번 순례단의 권순기 단장을 대부로 모시고 영세한 신영세자로써 가톨릭교회의 참맛에 깊이 젖어보기 위해서 참가하게 됐다』고 덧붙이는 최씨는 여든을 넘긴 두 분 부모님을 비롯 부인 김준희(49세)씨와 두 자녀 등 온 가족이 독실한 개신교 신자 집안에서 불과 4개월 전에 천주교로 개종했다.
발이 부르트고 발톱 하나는 이미 썩어 새까매진 고통 속에서도『규칙적으로 걷고 제때에 식사하니까 건강해진 것 같다』며 웃어 보인다. 실제로 평소 체중보다 1kg 이상 불어났다는 최씨는『고행의 순례길이지만 새로 갖게 된 천주교 신앙의 진수를 순교정신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한다.
◆성실한 신앙인 다짐 손용준씨 - “신앙과 인생 반성해 보려 참가”
『침묵하며 걷는 것이 무엇보다 좋습니다』
50대를 넘어서면서 자신의 신앙과 인생을 반성해 보기 위해 참여했다는 손용준(야고보·51세·서울 돈암동본당)씨의 전국 도보 성지순례 참가 소감이다.
소속본당에서 3년여 동안 레지오 꾸리아 단장으로 일했으며 정의구현 전국연합이 90년 설립한 「빛두레 신앙인학교」운영위원장을 맡아 사회교리를 위주로 신자 재교육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손씨는『교회활동을 하는 동안 개인 영성에 소홀한 점이 많았던 것으로 생각돼 이번 순례에 참가하게 됐다』고 밝힌다.
『걸으면서 몸은 고달프지만 바깥 일은 모두 잊어버리고 단순해진다는 것에 감사를 느낀다』는 손씨는 도보 순례 중반을 넘어서면서 발바닥 물집이 생겨 받는 고통은 한 차례 지나갔고 이제는 발가락 4개가 부르트고 그 중 두 개의 발톱은 새까맣게 변색될 정도로 썩어 있어 걷고난 후 매일 밤 치료하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린다.
손씨는『이번 순례 일정 중인 지난 2월 24일 이대 음대 국악과를 졸업한 장녀 선애(세실리아·25세)의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점이 무척 미안하다』고 말한다. 특히 출발 이틀 전에 입대한 후 한창 훈련 중인 장남 민섭(베드로·22세)군이 맡겨진 소임을 훌륭히 끝마쳐 줄 것을 기도했다는 손씨는 순례 후 보다 성실한 가장으로서 또 신앙인으로 살아갈 것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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