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간「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내외적 여론에 의해 명백히 비인도적인 전쟁 범죄로 공인되고 있음에도 아직 일본 정부의 태도에 본질적 변화가 없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3일 미국 법무부의 한 조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운동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일본의「731 부대」와「위안부」범죄와 관련된 전범 16명을 입국 금지시킨다는 것.
이 시점에서 2월 27일 서울 흥사단 강당에서는 이 같은 조치를 전 세계에 확대시키고 위안부문제 해결운동의 새로운 활력소로 삼고자 하는 행사가 열렸다.
3·1절 78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강제연행 당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연대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준비한 행사는「정신대운동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여성 인권 종교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는 가톨릭 여성 수도자들이 모습을 보여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교회의 해결 노력과 관심을 드러냈다. 더불어 서울 포교 성베네딕도 수녀회 최옥순 수녀는「일본을 깨우쳐 주소서」라는 제목으로 정신대 피해자 돕기 참가자로서의 소감을 발표, 눈길을 모았다.
특히 미 법무부에서 12. 3 조치가 발표되도록 미국 워싱턴에서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였던 이동우씨(워싱턴 정신대 대책위원회 대표)와 가해국 국민으로써 도츠카 에츠로 변호사 등 일본인들이 참석, 눈길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는「일본군 위안부」의 진상은 무엇이며 피해자들이 지금까지 앓고 있는 후유증, 그리고 일본 정부가 제안하는 국민기금을 받아서 안 되는 이유 등이 논의됨은 물론 국내 활동가·법률가의 입장, 일본인들의 입장들이 발표됐다.
워싱턴 정신대 대책위원회 대표 이동우씨는 미 법무부에서 12.3 조치가 발표되도록 적극적 활동을 벌였던 장본인. 이씨는 미 법무부 특별조사 국장인 로젠 바움씨를 통해 미 법무부가 이 같은 조치를 내리게 된 경위와 결과 그리고 향후 계획에 대해 인터뷰한 것을 비디오 테잎에 담아 와 보고했다.
총 3부에 걸쳐 기조 발제와「정신대 할머니 온겨례 돕기 운동」「일본 전범 입국금지 제안」등에 관한 논의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서울 성포교 성베네딕도회 최옥순 수녀는 가톨릭 수도자 입장에서 정신대 할머니 돕기 운동에 참여한 소감과 활동 현황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 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 윤정옥 대표는 기조 발표를 통해 그간 진행되어 온 운동 과정과 앞으로의 전망과 계획 등에 대해 설명,『우리가 일본에게는 물론 우리 자신에게도 독립된 민족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는「침략정치의 골수」라고 볼 수 있는 이 문제를 제대로 정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그것은 50년이 지난 지금 피해자들을 속여서 배상금이 아닌 동정금을 받게 하려는 제안을 뿌리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윤 대표는 계속해서『동정금을 받는다는 것은 피해자가 자원해서 공창이 되는 것이므로 곧 일본은 죄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이고『지금 일본이 바라는 것은 전쟁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로 하여금 국민기금을 받게 함으로써 전쟁 범죄에 대해 면죄부를 받아 세계의 압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침략전쟁이 잔인했고 그 중에서도「군 위안부」제도는 중대한 인권 침해였는데도 지금 일본은 반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한 윤 대표는『피해자들은 현재 정신적 육체적으로 후유증을 앓고 있으며 육체적인 것보다 더 심한 병은 정신적 심리적으로 얻어진 병, 즉 속아서 혹은 폭력으로 붙잡힌 순간부터 사람으로 취급되지 못하고 소모품 군수품으로 취급되었던 데 대한 상실감이 크다』고 들려줬다.
미국 워싱턴 정신대문제 대책위원회 대표 이동우씨는『대부분 희생자들이 고령에 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정신대문제 촉구운동은 상당히 시급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하고『희생자들이 우리 곁을 떠나고 나면 이 운동은 의미를 잃고 말 것』이라면서『정신대 희생자를 돕는 운동을 위하여 정열을 쏟을 때는 내일이 아닌 바로 오늘』이라고 피력했다.
이씨는『근래에 와서 정신대 문제는 국제 사회 각처에서 중대한 인권문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전해오고 있다』고 들려주고『미국 내 많은 대학에서는 여성학 사회학 등 많은 연구 과목으로 정신대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이 문제를 논문의 주제 과목으로 택하는 학생 수가 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정신대 희생자들을 돕는 운동에 대한 전 국민적 공감대 형성 고양과 적극적 기금 모금 활동, 일본 전범들에 대한 제재 본격화로 의견들이 모아졌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더 이상 유엔 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라는 구호만으로는 우익의 발호와 더불어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는 일본 정부를 단죄할 수 없다』고 전하고『일본 전범의 출입국 금지 등 이 문제의 보다 조속하고 올바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토대로 일본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한층 다양한 대응 방안과 국내외적 조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이 같은 방안들의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진정한 목적은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함께 다시는 반 인륜적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온 국민과 세계의 양심 세력이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대 할머니 돕기 나선 최옥순 수녀 - “이제는 우리가 도와 드려야죠” 정신대문제 해결·이해 확산에 주력
2월 27일 오후 서울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정신대 운동 어디까지 왔나」주제 세미나를 통해 정신대 할머니 돕기 운동에 대한 소감과 함께 한국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활동을 발표한 서울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 최옥순(이레네) 수녀.
이 자리에서 최 수녀는『과거에는 힘이 없어서 국권을 잃어버리고 할머니들을 지키지 못했지만 이제 우리는 민족의 자존심을 살려서 조국의 할머니들을 우리 손으로 정성껏 도와드려야 할 것』을 역설,『두려운 과거를 생각하기조차 몸서리쳐지는 아픔 속에서 그들은 지치고 소외되어 그들의 가슴은 한을 쌓아올린 무덤과 같았다』고 표명했다.『이제 그들은 잊혀진 역사를 외치며 우리를 일깨우고 있다』고 호소, 참석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최 수녀는 정신대 할머니들에게는「아리랑고개 최 수녀」수도회네에서는「정신대 수녀님」으로 불릴 만큼 정신대문제 해결과 이해 확산을 위해 적극 노력을 펴고 있는 인물.
수도회 내「정의 평화 환경보존 질서운동」대표, 한국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여성분과위원, 천주교 인권위원회 위원 등의 직함이 말해주듯이 사회 인권 여성문제에 대한 식견과 관심도 상당하다.
한국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가 지난 95년과 96년 정신대문제 해결을 위한 기도회, 단식기도 등을 개최했을 때 행사의 홍보와 진행에 주도적 역할을 맡기도 했다.
94년경「수요시위」에 우연히 참가한 후 정신대 할머니들의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그때부터 이 문제에 적극 참여하게 됐다는 최 수녀는『가톨릭교회의 보다 큰 관심과 구체적 활동이 요청된다』면서『본당 단체들이 연대 수요시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정신대문제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태도를 보이는 모습을 보았을 때 무척 답답한 마음을 느낀다』고 말한 최 수녀는『3·1절과 함께 사순절을 맞고 있는 시점에서 억눌린 이들을 위해 오신 예수님을 생각할 때 정신대 할머니들은 바로 그 억눌린 이들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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