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행렬 70m 이상
⊙…가톨릭신문 창간 70주년 기념 제2차 전국 도보 성지순례단(단장=권순기, 지도=주평국 신부)은 3월 2일 대구대교구 신동본당 전교회장이자 김범우 묘소를 발견한 마백락 회장의 안내로 순교 성지 한티마을에서 신나무골 성지까지 도보 순례에 나섰다. 동참 구간으로 개방된 이날 순례에는 순례단 24명을 비롯 박태봉 편집국장 등 본사 직원과 경산본당 청년회 박억수 회장 외 회원 31명과 신동본당 신자 10명 서울 상계동본당 총회장 외 12명 등 70여 명의 남녀노소 신자들이 70m 이상의 긴 행렬을 이루며 5시간여 동안 침묵 속에 순례했다. 이날 순례 참가자들은 예수성심회 수녀들이 운영하는 신나무골 성지 바로 옆 양로원 성당에서 주평국 신부 주례 홍사영 신부 공동 집전으로 주일미사를 함께 봉헌했는데 순례단은 이날 미사 헌금 전액을 양로원에 전달했다.
◆십자가 들고 도보 순례
이날 선두 주평국 신부 바로 뒤에서 길을 안내한 마 회장은 동명성당에서 신나무골까지 2차선 국도와 가파른 산길, 들길을 지나는 20여km를 시종 십자가를 두 손으로 높이 들고 기도하며 걸어가는 것은 물론 성지 소개도 하고 자기 가족들을 총동원해 순례단원들의 점심까지 제공하는 정성을 보여 참가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발톱 썩어가도 강행
⊙…순례 일정이 종반에 접어들면서 발톱이 시커멓게 썩어가는 단원들이 생기는가 하면 발바닥 물집으로 고생하는 단원들이 늘고 있는데 이 중 주평국 신부는 매일 평균 20km의 도보 순례 일정이 거듭되면서 출발 전부터 앓아오던 늑막염에다 감기 몸살과 설사까지 겹치는 극도의 고통 속에서도 선배 최양업 신부의 수고 수난에 동참하는 마음가짐으로 2일 만에 이를 극복하고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주 신부가 이날 병이 난 것은 한 달 전 사전답사 당시 문경새재 이화령고개를 넘어서면서 주평국 신부의 기도 내용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와 이채. 사전답사에 동행했던 권순기 단장은 주평국 신부가『이 지역이 바로 12년 동안 전국 심산유곡을 찾아다니며 도보 사목을 펼치던 최양업 신부님이 누적된 피로에다 설사병을 만나 쓰러지신 후 돌아가신 곳』이라며 자신도 대선배 최양업 신부님의 고통을 나눠 갖게 해 달라고 기도한 바로 그 장소에 와서 발병한 것이라고. 이 같은 얘기를 전해 들은 한 단원은 평소 최양업 신부를 존경하는 주평국 신부의 순교자 현양 노력과 천상의 최양업 신부간의 통교가 이뤄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한 마디.
⊙…이에 앞서 첫날부터 순례단과 동행하고 있는 홍사영 신부(국내 유학·서울대교구 교육국 영상교재연구실)도 순례단의 가장 맨 후미에서 단원들의 안전을 위해 수고하고 있는데 순례 9일째인 2월 21일 감기몸살로 하룻동안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회복되기도 했다.
특히 홍사영 신부는 이번 도보 순례단의 순례 모습을 담은 비디오 영상을 제작, CD롬으로 보존하기 위해 3명의 비디오 및 사진 전문가를 동원 순례 일정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그 일행은 사진 스튜디오「빛으로 가는 그림」을 운영 중인 사진 전문가 곽환석(토마스 아퀴나스·33·서울 석촌동본당)씨와 비디오 기사 노갑용(28)씨 등이다.
◆“미친 사람(?)” 자평
⊙…도보 순례단원들은 순례 후 처음 받아본 본보 2월 23일자 9면에 게재된 일요한담『엄동설한에 따뜻한 아랫목을 놔두고 가출해 고생을 사서 하는 전국 도보 순례단원들은 미친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인천교구 통진본당 주임 백순기 신부님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하면서『우리는 모두 미친 사람』이라고 자평하기도.
◆앞당겨 정년 퇴직 후 참가
3월 1일 토요일 저녁 상주 신앙 고백비 순례 후 대구 한티 성지에서 부산교구 소속 홍왕근(스테파노·54·울산 월평본당)씨가 순례단에 합류, 홍씨가『이번 도보 순례에 참여하기 위해 정년 퇴직을 1년 앞당겨 어제 2월 28일 인수인계를 끝내고 왔다』는 말을 들은 순례단원들은『미친 사람 또 하나 늘었다』며 환영사를 대신했다.
◆종일 비 맞으며 걸어
⊙…순례 13일째인 지난 2월 25일 안동교구 문경본당(주임=정상업 신부) 신자들을 비롯 서울 상계동·혜화동·목동본당 신자 등 50여 명의 신자들이 문경새재 제3관문에서 안동교구 마원성지까지 하루종일 비를 맞으며 순례했다. 비에 흠뻑 젖은 몸으로 마원성지에 도착한 순례단원들은『도보 순례 중 내리는 비나 눈은 은총』이라는 문경본당 수녀님의 말씀에 우중에 무사히 순례를 마칠 수 있었던 것에 감사드리는 모습들이었다. 특히 순례 행렬에서 50m 이상 멀찍이서 장화를 신고 따라오던 마원성지 박상근 순교자의 방계 혈족 후손이『전국에서 많은 순례객들이 이곳을 찾아오지만 오늘 여러분과 같이 비를 맞으면서도 침묵 중에 묵묵히 묵주기도를 바치며 순례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며『순교자 후손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3일 만에 하루씩 순례
⊙…순례 일정 중 주평국 신부가 4년째 보좌신부로 일하고 있는 서울 상계동본당을 비롯 전국 각지에서 도중 참가자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데 그들 중 3일 만에 한 번 꼴로 순례단과 하루 일정을 보내고 서울로 돌아가는 신자가 있다. 인천 월드코아 백화점에서 숙녀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봉녀(모니카·44·서울 용산본당)씨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2월 16일부터 3일 간격으로 순례단에 합류해 하루 일정을 끝마치고 귀경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씨는 지난해에도 6회나 이런 식으로 참가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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