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확고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두 중견 작가가 지혜로운 사랑을 위한 잠언집과 여성에게 성과 순결이란 무슨 의미인가를 묻는 장편소설을 펴냈다.
간결한 문체와 따뜻한 이야기, 여백의 미를 음미하게 하는 정채봉씨가 아름답고 지혜로운 사랑을 위한 메시지를 담은「사랑을 묻는 당신에게」(청년사)를 펴냈고 감성적인 문체로 정평이 난 한수산씨가 10여 년을 기다려 완결한 장편「모든 것에 이별을」(삼진기획)을 출간했다.
으레 상투적이고 진부하게 여겨지기 쉬운 사랑 이야기를 감칠맛 나는 공감을 이끌어 내도록 풀어낸 정채봉씨의「사랑을 묻는 당신에게」는 오늘날 경박한 사랑의 풍조를 바로잡게 해주려는「참 사랑의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사랑에 눈 뜰 때, 사랑에 빠졌을 때, 그리고 사랑을 잃었을 때 등「사랑의 생로병사」를 거쳐 참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그 단계마다 알맞는 이정표들을 놓아두고 있다.
그는 사랑을「모듬살이」의 일부로 해석한다. 저자는 흔히 사랑이 음악과 미술, 문학의 주제가 되어 다루어질 때에만 그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사실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 속 이야기로서 더욱 반짝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작가는 더욱이 시대에 따라 우리의 삶 속에서 사랑은 그 모습을 달리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감각에 걸맞는 사랑의 방법을 제시한다. 특히 넷째 마당「사랑의 심술」에서는 사랑하는 이들, 사랑에 빠진 이들의 속마음을 짚어보고「사랑의 심리」를 탐색하면서「사랑의 기술」을 터득하게 한다. 여기에서는 사랑을 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돌아보면서 그 바탕에 깔려있는 본질을 들여다보게 한다.
한수산씨의「모든 것에 이별을」은 다소 비장한 제목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성폭력이라는 우리 사회의 가장 야만적인 범죄 행위와 여기에 희생된 한 여성의 극도의 분노와 복수극을 통해 인간에게, 여성에게, 더 현실적으로는 한국의 여성에게 있어서 성과 순결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격정적으로 묻는다.
옛 애인 창우에게 전해진 노트를 통해 밝혀지는 여주인공 혜련의 꿈과 사랑, 그리고 그것들이 무참하게 깨어지는 과정을 빠른 속도로 추적해 가는 이 작품은 감성적인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준다. 하지만 여자의 삶 자체인 이 노트를 통해 드러나는 것들은 단지 윤리적인 잣대로만 단죄할 수 없는 격렬한 분노와 복수, 한 여성의 비극적인 삶이었다.
세 남자에게서 윤간을 당하고 그 죄책감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야 했던 여자, 그로 인해 그 여자는 미래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어머니까지 충격으로 죽는다. 자신을 파괴한 세 남자에 대한 복수가 시작되고 열아홉 살 어린 여자의 삶은 폐허가 된다.
작가는 여자가 세 남자를 파괴하게 함으로써 복수극을 성공하게 한다. 살인보다도 오히려 더 야만적인 성폭력에 대한 여성, 나아가 인간으로서의 분노는 이러한 복수에 대해 적어도 심정적으로나마 공감하게 하지 않을까. 그리고 한 여성이 자신의 뜻이 아닌 폭력과 강압에 의해 순결을 잃었을 때 그 사회 안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에 대해서도 작가는 격렬하게 문제를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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