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신학적 문제점 - 송열섭 신부<청주교구 사목국장>
“낙태는 곧 살인” 생명의 존엄 일깨워야
성교육 부재…가치관 상실
십대 여중고생의 낙태가 심각하다. 1990년 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미혼 여성의 낙태 실태가 전체의 32.9%를 차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이제 청소년의 낙태만으로도 30%에 이른 것이다. 그러니까 매일 1천여 명의 10대들이 학교가 아닌 산부인과를 찾고 있는 셈이다.
이는 생명의 존엄성을 먼저 배워야 하는 청소년들이 생명 파괴를 배운 탓이요,『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더없이 존중하겠노라』고 명예를 걸고 서약한 의사들이 생명 파괴에 앞장선 탓이다. 그런데 어찌 학생들과 의사들 탓뿐이랴! 따지고 보면 부모, 정치인, 교육자, 법조인, 매스콤 종사자, 종교인 등 모두의 탓이다.
경제 개발이란 미명 아래, 우리나라는 30여 년이 넘게 힘 없는 태아들의「침묵의 절규」를 철저히 묵살해 오지 않았는가? 그래서 이제는 생명을 살해하는 낙태가 간단한 수술처럼 다반사로 여겨지고 있고, 부모나 의사도, 검찰도, 교육자도 애써 침묵하고 있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들은 생명을 침해하는 가해자에 앞서서 마음과 몸이 병들고 상처 입는 피해자라 아니할 수 없다.
낙태는 무엇인가? 낙태는 임신을 중간에 중단시키는 단순한 수술이 아니다. 뜻 그대로 표현하면 고귀한 인간 생명을 살해하는 것이다. 즉 외계에서 태아가 생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성장하기 전에 태아를 모태로부터 분리 추출하는 것을 말한다.
임신되는 순간부터 한 인간의 삶은 시작된다. 그리고 임신 후 10주만 되어도 발가락, 손가락, 눈, 코, 입 등 모든 장기가 갖추어지는 5cm 정도의 작은 아이다. 낙태란 이 아이를 팔과 다리를 분해하고 온통 몸체를 파괴하는 행위인 것이다.
왜 낙태는 안 되는가? 너무도 자명하지 않는가?「무죄한 태아」를 낙태하는 것은 무죄한 이를 살인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살인 행위와 다름 아닌 이 낙태 행위를 어찌 인간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국가를 어찌 개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낙태는 분명 인간의 기본권 침해이고 불의로서 인간 상호관계에 커다란 손실과 장애를 초래하는 것이다.
오늘의 사회는 이 시대 최대의 반생명적 폭력이랄 수 있는 낙태를 일상적인 관행쯤으로 여기고 있으니, 그것은 이미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파괴적이며 생명경시 풍조에 젖어들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성 개방 시대를 넘어 성의 상품화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음란 비디오, 음화, 저질 간행물, 광고 등 성의 공해 속에 내버려져 병들고 있다. 10대 윤락녀의 숫자도 놀라운 증가 추세인데, 85년부터 89년까지 서울시립여자기술원을 거쳐간 3천9백48명의 여성 중 10대가 30%이었다. 또한 10대의 범죄 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성범죄인데, 강간의 경우 19세 이하가 34.9%를 보였다. 10대들의 고민 중 가장 큰 고민도 성문제로서 한국 청소년연맹 상담실이 6년간 상담 유형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84년부터 86년까지는 학업 진로문제가 1위였으나, 87년부터는 성문제가 1위로 바뀌었다. 성의 상품화와 성교육의 부재 상태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 이성지능(IQ)은 높은데 정서지능(EQ)은 낮은 청소년들, 타인의 고통과 슬픔은 아랑곳 없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청소년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먼저 부모들이 그리고 사회의 어른들이 생명의 존엄성과 임신 출산의 깊은 의미를 청소년들에게 알려주고 보여 주어야 한다. 청소년들의 낙태문제는 어른들의 죄업이기 때문이다.
◆산부인과적 각종 후유증 - 김수평 교수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산부인과>
“합병증 빈도 높아” 패혈증, 영구불임 등 특별한 관리와 시설 필요
최근 보건복지부와 입양기관의 통계 자료가 일간지에 발표된 바에 의하면, 1996년도에 입양된 3천3백9명 입양아의 어머니가 미혼모인 경우는 2천8백22명이었다. 이들 중 55.6%에 달하는 1천5백69명이 10대 미혼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10대 미혼모들이 성적인 지식이 부족하고, 의논 상대가 없으며 경제적으로 능력이 없어서, 또는 극히 일부이지만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인하여 분만으로 임신이 종결된 결과일 것이고, 초기에 유산을 시킨 경우들을 감안할 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10대 미혼모들은 자신의 성 행위가 임신과 연관되어 심각한 사회문제들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잘못된 성 개방 풍조와 호기심, 무분별한 성관계와 때로는 비도적적인 남성들에 의한 성폭행 등에 따른 결과로 생각한다.
의학적으로 볼 때 20세 미만의 임신부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산과에서는 철저한 관리를 하도록 되어 있다. 임신 초기에 유산이 잘 일어나고, 중반기 임신 중에는 임신중독증의 발생률이 현저히 증가하여 분만 중에는 난산에 빠져 제왕절개술의 빈도가 증가하며, 마취와 수술에 의한 분만으로 인해 합병증과 후유증의 발생 빈도도 20세 이후 임산부에 비해 몇 배나 증가한다.
특히 10대의 미혼 임신부들은 자신의 성 행위에 의해 임신이 된 사실도 모르는 채, 임신 전반기인 20주까지 그냥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랫배가 불러옴에도 불구하고 살이 찐 것으로 생각하다가 배 속에 이물감과 커다란 종류의 덩어리가 자란 것으로 생각하여 가까운 주위 사람들과 상의하여 산부인과 외래를 찾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때에는 이미 태아가 5백g 이상 크기로 자궁 속에서 자라고 있어서 그 임신은 분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중절을 시도하는 경우에는 중반기 임신 이후의 임신중절에 따른 합병증들이 발생할 수 있다. 덜 익은 과일을 나뭇가지에서 억지로 떼어낼 때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곁가지가 찢어지듯이 10대 임신부의 몸에도 그러한 상처가 발생할 수 있다.
떳떳치 못한 임신과 윤리적 도덕적 종교적으로 어긋난 임신의 종결은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임신부들에서 발생한 자연유산, 사산 및 조산일 경우에서와 같이 드러내 놓고 떳떳하게 최선의 처치와 치료를 받지 못하므로 의학적으로 많은 후유증을 유발한다. 인위적으로 시도된 유도분만과 무리한 기계 조작에 의한 산도의 열상, 그 열상 부위에 침범한 세균에 의한 감염, 그리고 때로는 그 열상 부위로부터의 다량 출혈, 종래에는 패혈증 등이 속발하여 미혼 임신부임에도 불구하고 자궁을 떼어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난관과 자궁 주위의 염증 등으로 영구불임에 빠져 이후에 임신을 할 수 없게 된다.
만일 만삭까지 임신을 유지시키더라도 떳떳한 임신부들과 같이 산전 진찰을 받을 수 없으므로 임신 중 일어나는 생리적인 변화에 따른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모성과 태아 및 영아기의 사망률과 이환율이 그렇지 않은 임산부들보다 현저히 높다.
특히 10대 임신부는 위생 상태가 좋지 않고 성병 감염의 기회가 많고 임신 중 영양 상태가 좋지 않으며 정서적으로 불안정하여 특별한 관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10대 미혼모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전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임신부들을 돌볼 수 있는 기관도 그리 많지 않아서 이들은 거의 생명을 버린 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청소년기의 무분별한 성 행위, 특히 10대 미혼모들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고등학생들의 임신은 가정과 학교에서의 교육과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무절제하고 비윤리적인 무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기성세대들의 책임 아래 예방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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