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음한몸운동 장기기증부=(02)774-3488, 757-1589
■ 강남성모병원=(02)590-1745, 590-1523∼4
▲ 사체기증(02)590-1071∼3
▲ 골수기증=(02)590-1149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담당 최창무 주교를 비롯한 사회사목부서 내 사제들이 2월 5일 일체의 장기 기증과 사후 화장을 선언한 이후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장기기증부 및 강남 성모병원에는 연일 장기 기증과 관련한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주교를 비롯한 성직자들의 결단에 신자로서 동참하고 싶다는 의사와 함께 장기 기증과 화장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교회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내용이다.
실제로 강남 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에는 사제들의 선언 이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장기 기증 등록을 마치고 돌아갔는가 하면, 등록은 하지 않았지만 꼭 장기 기증을 하고 싶다며 구두로 약속하는 격려성 전화도 상당수 걸려오고 있다.
기존의 어떤 치료법으로도 소생이 불가능한 말기 환자의 장기를 정상적인 건강한 장기로 대치하는 장기 이식 수술은 단순히 장기를 이웃에게 내어주는 의미를 넘어 생명의 나눔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장기를 기증한다는 것은 살아서는 물론 죽어서까지 이웃을 향해 철저히 사랑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의 참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위의 수많은 이웃들 중에는 장기 기증자가 없어 고통 받다가 결국 죽어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첫 장기 이식 수술은 69년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에서 신장 이식 수술을 처음 실시 한 것이 처음으로 현재 각막을 비롯 신장과 심장, 폐, 췌장, 간, 골수 등 다양한 장기를 이식해 오고 있다.
이러한 장기 이식을 위해서 많은 장기들이 기증돼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유교사상의 영향과 이웃 사랑의 부족으로 극히 드물게 장기 기증이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교회에서는 그나마 지난 89년 성체대회를 계기로 시작한 헌안헌혈운동의 일환으로 장기기증운동이 시작돼 지금까지 6천9백10명이 각종 장기를 기증해 놓고 있다.
그 중 2천7백 명이 안구를, 23명이 장기를 기증, 실명의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빛을 선사했으며 죽어가는 사람에게 새로운 생명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성체대회 이후 점차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신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지난해 9월에 개최됐던 김대건 신부 순교 1백50주년 신앙대회에서 2만6천여 명의 신자들이「안구나 장기, 시신 등 사후 나의 몸을 기증하겠다」는 봉헌을 약속해 장기 기증에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단지 교회는 이러한 장기 기증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입각한 장기기증운동을 펼쳐나가면서 장기 기증을 현실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뇌사 인정과, 추호라도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윤리위원회와 같은 부가 장치를 철저히 가동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강남 성모병원과 같은 교회병원에서는 윤리위원회를 발족, 장기 이식에 따른 법적, 윤리적, 교회적 입장을 충분히 반영시키고 있다. 윤리위원회의 가동은 그리스도의 사랑에 입각한 장기 기증이 혹시라도 기증자와 교회의 입장에 반할 경우 철저한 감시를 통해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담당 주교와 신부들이 장기 기증과 함께 사후 화장을 발표해 심각한 묘지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바 있다.
천주교 사제로서『가뜩이나 좁은 국토에서 우리라도 묘지를 차지하지 말자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사후 화장 선언을 특히 화장 후에도 납골당마저도 포기하자는 뜻으로 교회 안팎으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톨릭신문을 통해 이러한 화장 선언이 발표되자 많은 신자들 중에는 화장을 해도 교회법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문의가 쏟아지기도 했다.
물론 교회법 제3장 1176조 제3항에는「교회는 죽은 이들의 몸을 땅에 묻는 경건한 관습을 보존하기를…. 그러나 화장을 금지하지 아니한다. 다만 그리스도교의 교리에 반대하는 이유들 때문에 선택하였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분명하게 못 박고 있다.
따라서 일선 사목자들은『죽은 시신을 매장하든 화장하든 부활 교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하고『오히려 육신의 일부를 필요한 이에게 기증하고 또 묻힐 육신의 자리조차도 차지하지 않는 것이 부활에 합당한 사랑의 자세』일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매년 여의도 면적에 해당하는 20만 기의 묘지가 증가, 국토의 효율화를 저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의 이 같은 화장 선언은 죽어서도 남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나눔과 희생을 선택한 것으로 앞으로 신자들의 화장 선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장기 기증과 화장 선언이 발표된 이후 동료 사제들과 신자들은 물론 일반 사회에까지 이웃 사랑의 극치를 보여준 이 운동이 교회 일각에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파급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관계자들은 이러한 교회 안팎의 요청에 따라 장기 기증과 사후 화장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사회사목부는 심포지엄 등을 통해 화장제가 부활신앙에 저촉되는지와 함께 신자들의 이해와 동참을 확산시켜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기 이식으로 새 생명 얻은 최조건씨
“신장 기증자 얼굴도 모르지만 항상 보람 있게 살고자 노력”
『신장을 기증해 주신 분의 얼굴도 모르지만 항상 그분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람 있게 살아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만성 신부전증으로 만 2년째 고생하던 지난해 10월 3일, 강남 성모병원에서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최조건씨(51·예비 신자)는『그날 이후의 삶은 오로지 신장을 기증해 준 분이 덤으로 준 인생이라 생각하고 있다』며『그분에게 누가 되지 않는 삶을 살도록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50대 여성의 신장을 김포에 사는 한 아주머니와 하나씩 나눠 이식 받은 최조건씨는 평소 운동을 좋아하며 건강을 자신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만성 신부전증이라는 병에 걸려, 결국 이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만약 신장을 이식받지 못했다면 마음대로 음식을 먹지 못하고 일도 못하는 등 아마 지금까지 살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죠. 요즘은 하루를 살아도 정말 살아 있다는 실감을 하며 살아갑니다』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후 1년이 지나야 완전 회복된다고 하지만 최씨는 경과가 좋아 6개월 밖에 안 된 지금, 혼자서 시장도 가고 생업을 위한 일도 별 어려움 없이 하고 있다며 신장을 기증해 준 제공자에게 거듭 감사를 전했다.
부인과 이혼하고 재산도 다 날린 상태에서 만선 신부전증이라는 진단은 정말 자신을 절망으로 몰고 갔지만 그러한 절망 뒤에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하다는 최조건씨.
흑석동에서 작은 여인숙을 운영하며 혼자 살고 있는 그는 남은 인생을 보다 보람 있고 값지게 살다가 누군가에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최씨는 신장 투석을 하기 위해 병원에 다닐 때 매매를 통해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아 보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자신과 같은 생활보호 대상자로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고 말하고 생활 형편이나 신분의 귀천을 떠나 아무런 댓가없이 자신에게 신장을 이식해 준 강남 성모병원이 고마울 뿐 이라고 말했다.
◆강남 성모병원 장기 이식 코디네이트 석부현씨
“자연스런 관습처럼 정착됐으면…” 매매에 의한 장기 이식 어떤 경우에도 불가
『주교님과 신부님들이 장기 기증과 화장을 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정식 발령을 받아 장기 이식 관련 업무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가톨릭대학교 강남 성모병원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석부현(크리스티나·42·서울 개포동본당)씨.
그는『장기 이식만을 하면 얼마든지 살려낼 수 있는 생명인데도 기증한 장기가 모자라 속수무책일 때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하고『외국처럼 장기 기증이 일반화돼 하나의 자연스런 관습처럼 정착돼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석부현씨는 아직 우리나라는 유교사상이 강해 본인이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히고 사망했어도 유가족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 기증자는 운전면허증 등에 그 사실을 기록, 사망 후 즉시 장기 기증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석부현씨는 다행히 지나번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담당 주교와 성직자들의 장기 기증으로 장기 기증에 다소 회의를 가졌던 신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고 이웃 사랑의 실천으로서 장기 기증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길 희망했다.
장기 기증 뇌사자가 나타나 이식을 해야 할 처지가 되면 새벽이라도 병원으로 달려와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자신을 통해 새로운 생명이 탄생할 수 있다는것을 생각하면 한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석부현씨는 강조한다.
현재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인 석부현씨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주로 장기 수혜자 등록과 이식 환자 사후 관리, 공여자 파악과 구득, 공여 장기의 보존과 분배, 장기 이식 교육 등 장기 이식과 관련된 제반 업무를 총망라하고 있다.
그러나 석부현씨가 가장 아쉬워 하는 것은『이웃 사랑에 바탕을 두고 이뤄져야 할 장기 기증이 매매에 의해 이뤄질 경우』라고 말하고 강남 성모병원에서는 이런 비윤리적 병폐를 막기 위해 어떤 경우라도 매매에 의한 장기는 이식 수술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석씨는 강남 성모병원을 비롯한 교회병원에서는 윤리위원회의 판정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기 때문에 장기 이식에 따른 문제는 발생할 수 없다고 전하고『신앙인으로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마지막 수단으로서 장기 기증을 적극적으로 해 달라』고 당부했다.
교회병원으로서 최초로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로 활약하고 있는 석부현씨는 가톨릭대학교 간호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간호 석사로 78년부터 강남 성모병원에 재직하기 시작, 정형외과와 안과, 외과, 응급실을 거쳐 간호 행정을 맡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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