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주의에 오염되지 않고 참된 영화예술을 추구해온 구 소련 출신의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다큐멘터리 비디오와 일기책이 함께 나왔다. 영화예술을 통해 신과 인간의 구원문제를 추구해 온 타르크프스키의 예술세계와 생애, 사상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출시된 다큐멘터리「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천재 전설 그리고 인간」은 타르코프스키 감독이 지난 86년 죽음을 앞두고 직접 연출했으며, 유작「희생」의 제작 과정과 인터뷰 등이 담겨 있다.(문의=02-279-7429)
타르코프스키 감독은「이반의 어린 시절」「안드레이 류블레프」등의 작품을 통해 깊은 상징의 샘에서 구원을 길어올려 사람들의 목마름을 해갈해 주었던 옛 소련의 위대한 영화 철학자. 이 작품에서 역시 그는 완벽을 추구하는 구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트 바닥을 뒹굴면서 직접 연기를 지도하고, 스태프들과 쉬지 않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그의 모습은 그의 영화가 자신의 영혼을 불살라 얻어낸 에너지의 산물임을 증거하고 있다.
이 다큐에서 타르코프스키 감독은 영화만이 진정한「시간의 예술」임을 강조한다. 필요없는 부분을 깎아내 버리고 깊이 간직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들을 남긴다는 의미에서 영화는 결국 시간을 조각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절망과 혼돈의 세상 속에서도 한 포기 희망을 심는 것을 잊지 않았던 그는「잠입자」「솔라리스」등을 통해 존재의 근원, 그리스도의 향기가 깊숙히 내재한 영화를 소개한 바 있다.
늘 하느님의 존재 안에 머무르면서 영혼의 향기를 앵글에 담아냈던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면면을 알게 해주는 이 비디오는 이전에 나왔던 그의 많은 작품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타르코프스키가 1986년 사망하면서 남겨놓은 일기들을 모아 엮은「타르코프스키의 순교일기」(두레刊)는 작품「솔라리스」(1971∼86)를 처음 준비하고 있던 1970년부터 그의 마지막 작품인「희생」(1985∼86)을 작업하던 17년간의 기록들이다.
이 일기들은 그가 지난 1985년 펴낸 이래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어 널리 알려졌던「봉인된 시간」에 나타났던 그의 삶에 관한 고백적 모습들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타르코프스키는 폐암 선고를 받고 병고와 싸우던 중 유언을 통해 미망인 라리사 카르코프스카야 여사에게 자신의 기록물들을 맡겼고 그의 죽음 후 부인은 그 중에서 12권의 커다란 공책과 4권의 작은 공책으로 된 엄청난 분량의 일기책을 발견했으며 이 책은 이 일기들 중에서 선별된 것이다.
이 책 속에는 그의 인생관과 세계관, 위대한 예술가로서의 모습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인 고뇌, 작품의 구상에서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세세한 묘사들이 담겨 있다.
특히 24년 동안 6편의 영화 밖에 제작을 허락하지 않았던 소련의 문화 담당 관료들과 당의 관료들에 대한 한 예술가의 거의 절망적인 투쟁이 끊임없이 일기책의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일기는 한 도덕적이며 윤리적인 인간, 현대 문명 사회의 극심한 물질주의에 투쟁을 선포하고 인간 세상에서 정신적인 것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에 대해 투쟁으로 맞섰던 인간, 어떤 경우에도 모든 수단을 다해 자신의 정신적인 자유를 지키려 했던 인간의 삶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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