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갖가지 색의 꽃을 피우는 꽃나무들이나 연두빛 잎사귀를 내보내는 흙을 만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지가 품어내는 봄의 정령을 노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유난히 산불이 많이 났던 작년과 올해였다. 수많은 나무가 타는 것을 보며 우리 모두는 가슴을 아파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3월부터 나무를 심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위로가 된다. 혼란한 정치와 경제로 허탈했던 우리 국민의 마음을 닮은 불 탄 민둥산에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봄은 다시 한 번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부드러워진 흙을 만지며 나무를 심고 대지와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봄이 주는 선물이다.
퇴직을 앞둔 어느 대학 교수가 장래의 경제성이나 전원적인 노후의 삶이나 묘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나무를 심어 자연을 살리기 위해서 산을 사서 직접 돌보시는 것을 보았다.
이분에게 나무를 심는 봄은 가장 바쁜 계절이어서 이때가 되면 손톱 밑에는 항상 흙이 묻어 있을 정도이다. 교수님은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는 여러 손님들을 초대하여 그들과 같이 나무를 심는 것을 즐겨하신다. 심은 나무에는 나무를 심은 사람의 이름과 날짜를 달아 두신다.
이 산에서 생애 처음으로 나무를 심어본 82세의 한 노인은 나무를 심는 기쁨과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체험하시고는 『이 나무가 다 자라는 것을 내 생전에 보지 못해도 나는 이 나무를 통해서 이 세상에서 항상 숨 쉬고 살아 있음을 믿는다』라고 조용히 말씀하셨다.
수 년 동안 나무를 심고 가꾸시는 교수님은 나무는 모두 그의 친구라고 말씀을 하신다. 그 분은 힘들고 해결하기 어렵게 느껴지는 일이 있으면 산에 와서 나무들 사이를 걷는다고 하셨다. 그러다 보면 모든 일들이 쉽게 생각되고 해결하는 힘도 생긴다고 하신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사람은 자신이 대지에 속한 존재임을 체험할 뿐만 아니라 삶의 풍요로움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믿는다.
이 봄에는 심을 나무를 고르고 다리와 팔에 흙을 묻히고 온 몸에는 땀을 흘리며 나무를 심어 보는 것이 어떨까?
자신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기쁜 일이 생긱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사람, 엄청난 소비생활을 하면서도 나눌 것이 없는 사람, 웃을 틈이 없는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그들을 나무를 심는 데에 초대하는 것이다.
나무를 심어 본 사람은「대지의 목소리는 나의 목소리이다」라는 어느 싯구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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