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자식을 보신 것이 당신 마흔넷 되던 해였지요. 제가 태어난 해에 아버님의 연세가 쉰둘이셨고요. 올해 제가 쉰둘인데 이제야 아버님의 마음 속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사회복지법인 유린보은동산의 이사장으로 사회사업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는 한광수씨(히지노·52세)가 펴낸「아버지, 아버지,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는『쉰두 살의 아버지에게서 태어난「쉰둥이」의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절절한 사부곡』이다.
유린보은동산은 중랑구 신내동에 있는 유린종합사회복지관에서부터 원광장애인복지관, 구일어린이집, 등촌사회복지관 등 여러 개의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꽤 규모 있는 사회복지법인이다.
그가 복지사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가 그 첫 번째 이유이다. 유난히 불우한 이웃, 특히 혼란한 세태 속에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정을 가졌던 선친은 이미 1950년대 중반 아마도 서울에서는 가장 먼저 문을 열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무료 사설 탁아소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는 유린보은동산의 전신 역시 아버지의 숨결이 살아있는 사회복지재단 개성유린관이다. 부친이 전 재산을 바쳐 이끌어온 개성유린관을 자신이 물려받고 난 후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더 크게 발전시킬 수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그는 원불교의「보은동산」재단과 합병해 유린보은동산이라 이름 짓고 이사장을 맡음으로써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았다.
결혼을 전후해 가톨릭에서 세례를 받은 그의 집안은 종교의 구성이「오묘」하다. 자신과 두 딸은 천주교, 큰 딸은 수녀로 필리핀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아직 생존해 계신 어머니는 60년 이상 독실한 원불교 신자이고 유일한 누이동생도 원불교 신자이다. 세 형 중 두 형은 개신교이다. 그래서 주일이면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서로의 종교에 대해 일말의「의혹」도 갖지 않는 조화로운 분위기를 갖고 있다.
올해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사회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한씨가 아버지를 그리는 책을 엮은 것도 올해가 갖는 의미가 유별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쉰둘에 자신을 낳았고 그 핏덩이가 올해 쉰둘이 됐다. 그가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이 얼마나 절절한지는 세상을 떠난 해 아버지의 연세가 78인 것을 기려 책의 내용을 모두 78꼭지로 나누었다.
저자인 한광수씨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해군 군의관으로 군생활을 시작, 공군 의무감을 지낸 후 예편했다. 그 후 용현의원을 개원 원장으로 있으면서 서울시 의사회 부회장을 6년간 맡기도 했다.
<朴榮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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