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 - 다시 태어나야 할 때
하느님은 그리스도를 부활시키심으로써 그를 통하여 우리 모두를 영원한 생명으로 구원하시리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주셨습니다.
천국에서 가장 큰 기쁨은 죄인의 회개요, 탕자의 비유에서 보듯이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가장 큰 바람, 오직 하나의 소망은 이들이 살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적으로 큰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고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나라의 운명 자체가 어둡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권력에 집착하여 이전투구만을 일삼고, 가진 이들의 과소비와 사치풍조에 상대적으로 가난한 이들의 빈곤감과 위화감은 더욱 깊어갑니다. 슬픈 일입니다. 나라를 위해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지금은 정치인들은 물론이요, 온국민이 대오각성하여 다시 태어나야 할 때입니다. 참으로 모두 이기주의를 버리고 애국애족하는 마음으로 힘을 모아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런 우리에게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진실히 우리 마음을 밝히는 빛이십니다. 그리스도는 부활하심으로서 참으로 어떻게 살아야 우리 자신이 참 인간의 삶을 살 수 있는지를 잘 밝혀 주십니다. 이 그리스도께서 교회 안에는 물론이요 우리 안에 현존하십니다. 우리 각자의 마음 안에 현존하십니다.
우리는 우리 존재 깊숙한 곳에 현존하시는 이 주님, 그리스도를 믿음 속에 만나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분을 깊이 믿고 사랑함으로써 그분과 일치되어야 하겠습니다.
마침내 우리 자신이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의 도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 인천 나길모(굴리엘모) - 신앙 강화에 심혈을
주교인천교구의 모든 신자들이 부활하신 주 예수님께 대한 신앙을 항상 간직하게 해 주십시오. 그리스도께 대한 우리의 믿음은 대단히 중요하며, 특히 현세가 온갖 죄악으로 물들었기에 더욱 중요합니다. 가장 큰 죄악의 하나는 믿음이 없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무시한 채 물질 만능주의와 이기주의에 물들어 있고 쾌락과 소비지상주의를 추구하고 부패에 물들어 있습니다. 또한 낙태, 단종시술 가정파괴 등 이런 모든 죄악은 하느님을 망각하고 그분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2천년 대희년의 첫째 목표는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 강화입니다. 우리의 신앙을 강화하기 위해 매일의 기도와 매일 하느님 말씀의 봉독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성사적 생활, 특히 주일미사에 성실해야 하고 자주 고해성사를 보아야 합니다.
대희년의 두 번째 목표는 그리스도께 대한 증언을 강화하는 일입니다. 그리스도께 대한 우리의 신앙이 강할 때 우리는 이웃과 이 신앙을 나누게 될 것입니다. 97년 인천교구 사목 계획의 중요한 두 가지 목표는 새로운 양 찾기 운동과 잃어버린 양 찾기 운동입니다. 이 운동이 성공적인 것이 되려면 각자가 먼저 기도하고 보속하며 작더라도 매일의 희생을 봉헌해야 합니다.
대희년 준비에 도움이 될 다음의 문헌을 읽고 공부할 것을 권장합니다.
1.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교서「제3천년기」
2. 한국 주교회의 소책자 대희년 길잡이 1, 2, 3.
◆수원 김남수(안젤로) 주교 - 이웃 복음화 역군 되자
부활 전야의 예절은 네 부분으로 나눠집니다. 1부에서는 빛의 예식을 거행하고 2부에서는 말씀의 전례, 3부에서는 세례예식이나 세례서약 갱신식을 거행하고 마지막으로 성찬전례를 거행합니다.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을 자주 찾아 뵈옵고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우리 자신과 이웃들의 구원을 위해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성체성사로 힘을 길러 이웃 복음화의 역군이 될 것을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오랫동안 공산주의로 교회를 박해하던 북방 세계가 이제 개방되고 있습니다. 북방 세계의 복음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바라건대 북한도 멀지 않아 개방되리라 생각됩니다. 오랫동안 교회를 박해하던 북방 세계를 주님께로 인도해 드리는 역군이 되기로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예수 강생 2천년대를 마감하고 3천년대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각오로 인류 구원의 역군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새로이 개방되는 북방 세계가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2천년 전에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이 전 세계로 당신의 열두 제자를 파견하셨듯이 오늘도 이웃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해 우리를 파견하십니다. 성체 안에서 우리를 부르시는 예수님을 알아뵈옵고 예수님이 가라시는 대로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하겠습니다.
◆대구 이문희(바오로) 대주교 -「천상적인 마음」절실
예수님은 부활하심으로써 사람들에게 참으로 길이 되셨습니다. 그 길은 생명의 길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우리는 이 세상의 죽음으로부터 삶으로 건너가게 되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저 세상에서 영원한 삶을 살 사람이라면 잠시 지나가는 이 세상에만 매여 살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여러분은 지상에 있는 것들에 마음을 두지 말고 천상에 있는 것들에 마음을 두십시오』(골로 3, 2) 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사람인 우리들은 천상의 것에 마음을 두고 살아야 합니다. 지상의 일을 소홀히 하라는 것이 아니라 천상의 일에 마음을 쓰라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사는 이 사회가 얼마나 천상적인 것을 생각하고 있으며 우리들 또한 얼마나 천상적인 것을 마음에 품고 살고 있습니까? 우리들도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 꼭 같이 이 세상만을 생각하고 살고 있지나 않습니까.
영원한 삶이 주어졌다는 기쁜 소식을 노래하는 알렐루야에 마음을 실어 하늘나라로 우리 마음을 나아가게 해야 참으로 부활이 우리에게 전해진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나에게서 풀려나고, 이 세상에서 해방될 때 부활의 참 기쁨이 우리에게 충만할 것입니다. 부활을 기뻐하고 부활의 기쁨이 여러분의 것이 되기를 빕니다.
◆광주 윤공희(빅토리노) 대주교 - 꿋꿋한 믿음 필요
그리스도의 부활을 경축하는 빠스카 축제는 인간이 죄와 죽음에서 해방되어 그리스도와 함께 새 생명으로 다시 나게 된 구원의 은혜를 경축하는 것이며 우리는 이 큰 기쁨의 축제를 합당하게 준비하기 위해 영신적 정화의 사순절을 지냈습니다. 이제 이 빠스카 신비의 전례적 축제는 예수승천 대축일로 이어지고 마침내 성령강림 대축일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부활의 기쁨과 평화를 우리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성령의 역사하심에 신뢰를 두며 하느님 나라의 희망을 가지고 매일매일의 삶을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의 일상적 믿음과 사랑 안에 진전돼 나갈 때 거기에 그리스도께서 현존해 계시며 성령께서 역사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다함께 노래하는 부활의 기쁨은 미래에 맛 볼 천상적 기쁨만이 아니라 동시에 우리가 몸 담고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정의가 세워지고 하느님의 자비가 실현되는 현세적 기쁨도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의 빠스카 신비에서 오는 기쁨과 평화 속에서 흔들림이 없는 믿음과 희망을 늘 간직하고 역사의 주님이 되신 그리스도께 신뢰하며 언제나 성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오늘의 세상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증거하고 펴나가는 주님의 충실한 일꾼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청주 정진석(니콜라오) 주교 - 진정한 회개 필요
우리는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가정과 사회 안에서 그리스도의 부활을 증거하며 새로운 복음화를 이루어 나가야 하겠습니다.「예수는 다시 살아나셨다」는 천사의 말은 기쁨과 참 희망의 초대입니다. 모든 일요일은 바로 주님의 부활, 파스카의 신비를 되새기는 주일이며 신앙인 모두는 이 미사에 정성되이 참여함으로써 그 희망과 기쁨을 늘 새롭게 해야 하겠습니다.
진정한 회개야말로 다시 살아나신 주님을 따르는 첫걸음입니다. 악마와 죄를 끊어버리고 두려움을 떨쳐버릴 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 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랑에 의지해 모든 신앙인들은 본분에 충실하려 애쓰고 자주 고해성사를 받으며 특히 쉬고 있는 가족, 이웃 신자들이 기꺼이 이 화해의 성사를 받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
부활은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길임을 밝혀주는 것입니다. 사랑은 내어줌이며 부활하신 주님은 미사 때마다 당신 자신을 내어주고 계십니다. 복음 선포는 신앙인의 권리요 첫 사명입니다. 신앙인들은 자나깨나 기회가 좋든 나쁘든 본연의 사명인 이 선교 사명을 위해 투신하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2천년 대희년의 문턱에서 우리는 축복과 저주, 생명과 죽음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생명과 축복을 선택한다는 것은 진정한 회개와 굳건한 믿음 안에서 하느님을 경외할 줄 알고 인간을 소중히 여기는 풍토를 조성해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주 김지석(야고보) 주교 - 낡은 인간성 벗어야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심으로써 이 세상의 고통과 죽음의 참 의미와 가치를 우리에게 알려주셨고 또한 우리에게 부활의 희망을 주심으로써 현세에서의 인간다운 올바른 삶의 당위성을 제시해 주신 것입니다. 주님의 부활을 우리의 머리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따라 새로운 생활을 해야 합니다. 옛 생활을 청산하고 낡은 인간성을 벗어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 모습으로 창조된 본래의 인간성을 되찾아 진리를 따라 생활하도록 해야 합니다(에페 4, 22-24). 이와 같이 새 사람의 모습으로 생활할 때 예수님 부활의 참 증인이 될 것입니다.
오늘날과 같이 가치관이 변질되고 윤리 도덕이 땅에 떨어진 현 시점에서 더욱더 참 신앙인의 존재가 요구되는 것입니다. 올바른 인간성과 도덕성을 지닌 참 신앙인은 무엇보다도 건전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납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교구가 금년을「가정의 해」로 지내고 가정 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가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을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우리 가정 안에 모시고 모범된 성가정으로서의 삶을 통해 우리 모두가 주님 부활의 증인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부활 축하드립니다.
◆부산 이갑수(가브리엘) 주교 - 고통·죽음 통해 부활 만끽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여 죄와 죽음의 세력을 물리치고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가득하길 빕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나그네입니다. 죄와 무관한 사람은 없습니다. 죄로 더럽혀진 나를 씻어버리고 철저히 비워서 나의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때 즉 나의 정체인「무」로 돌아갈 때 비로소 하느님은 우주 만물을 없는 가운데서 창조하신 것처럼 새로운 나를 창조하실 것입니다.
우리 각자는 반드시 양자택일을 해야 합니다. 죄를 뉘우치고 회개함으로 마리아 막달레나와 베드로 사도, 그리고 우도쪽에 속하든지 아니면 죄를 그냥 품고 좌도와 유다스 편에 서든가 하는 숙명적인 존재입니다.
부활은 기쁜 축일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기 전에 죄를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는 고통과 십자가의 죽음으로써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우리가 희망하는 새로운 인간, 쇄신된 인간으로 부활하려면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
고통이 쌓이고 죽음을 통해서만 부활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고통과 죽음은 죄의 결과이기에 싫은 것이고 아프고 쓰라린 것입니다. 그러나 이 쓰라린 고통과 죽음에서의 부활이란 엄청난 보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신비가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꼭 알아야 하겠습니다.
◆대전 경갑룡(요셉) 주교 - 신앙의 소명 다할 때
예수님의 부활은 단순한 재생이나 환생이 아니었습니다. 더 이상 죽음의 그림자가 범접할 수 없는 영원한 새 생명으로의 탄생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활은 예수님 한 분에게만 국한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리라는 확실한 보증이 주어진 사건이었습니다.
옛적부터 부활을 두고 파스카 축제라고 합니다. 파스카는 넘어감이란 뜻으로 부활을 산다고 하는 것은 넘어가는 삶을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죄에서 은총으로 넘어가고 불의에서 정의로 비인간적인 것에서 인간적으로 것으로 자기 중심에서 이웃 중심으로 마침내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아가는 전이가 바로 부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는 병든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분이십니다. 그분이 세상에 계실 때 병자 죄인 강도 파렴치범 매국노 등 사회를 병들게 한 모든 이를 고쳐주셨습니다. 그러면 그분이 떠나신 후 누가 그분이 하신 일을 이어가야 합니까? 예수 부활을 믿는 제자들이 빛과 소금의 사명을 수행할 수 없으면 그들은 세상에서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오늘의 세상이 아무리 절망스럽게 보이더라도 실망해서는 안 됩니다. 예수 부활은 바로 이 희망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활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에서 부활을 살 때 그 희망은 구체화되고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주 이병호(빈첸시오) 주교 - 부활 희망 잊지 말자
주님의 부활은 우리 자신의 부활을 보증하기 때문에 영원한 생명 속으로 우리를 들게 하는 이 신비보다 더 큰 기쁨은 다시 없습니다.
부활이야말로 우리 믿음을 떠받쳐 주는 기반이기에 바오로 사도와 함께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가 전한 것도 헛된 것이요 여러분의 믿음도 헛된 것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람은 죽음의 문제를 외면하고 살 수가 없는 존재입니다. 사람이 죽음의 문제를 애써 외면하면 그 삶이 쉽게 균형을 잃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사람의 경우에는 삶과 죽음이 참으로 묘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옛 성현들은 사람이 참으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삶에 대해서는 죽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았습니다.『자신의 목숨을 죽이는 사람은 죽지 않고 그것을 살리는 사람은 살지 못한다』고 말한 장자는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인물에 속합니다.
우리는 모두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서 알려진 이 영원한 생명, 그곳을 향한 위대한 희망을 다시 찾아내어 그것을 매일의 삶에서 가장 큰 힘으로 간직해야 하겠습니다. 부활에 대한 이 희망을 잃으면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 신앙인은 누구보다도 가련한 사람일 것이며 그것을 찾아내면 우리는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빼앗을 수 없는 행복을 얻을 것입니다.
◆마산 박정일(미카엘) 주교 - 희망의 증인돼야
인간은 영원을 꿈꾸는 존재입니다. 다시는 고통과 눈물 억압과 죽음이 없는 나라 영원한 자유와 평화의 나라를 꿈꾸는 존재입니다. 새로운 출애굽의 밤, 새로운 파스카의 밤을 기다립니다.
예수님은 인간의 이 긴 기다림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구약의 파스카절을 기념하는 그 밤에 예수님은 스스로 파스카의 어린 양이 되셔서「영원」을 향한 탈출의 길 새로운 출애굽의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죄의 용서를 통한 인간 구원의 길을 열어 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이런 희망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게 합니다. 환경오염문제, 잘못된 정치, 경제가 맞물린 한보사태, 향락소비주의 풍조의 만연, 노동계문제, 온갖 폭력과 고통, 죽음 등등이 상존하는 현실을 보면서 과연 우리는 희망에 대해 무엇을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신앙인이 이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것 중에서 희망의 증인이 되는 것보다 더 값진 것은 없습니다.
비록 지금은 갖가지 고통과 시련을 겪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고통과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 진정한 자유와 평화, 희망의 싹이 움터 열매 맺기를 빌며,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제주 김창렬(바오로) 주교 - 영생 얻는 일, 첫 자리에
예수님께서 이루어주신 구원사업의 목적은 오직 죽은 인류의 재생과 영생을 위한 것임을 확실히 깨닫게 해 줍니다. 이리하여 우리는 자연히 감격에 넘친 감사와 찬미를 하느님께 드리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해요, 믿음해」그리고「신앙으로 살아가는 교회 공동체」의 해인 금년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여 신앙과 영원한 생명을 주제로 말씀드렸습니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서서히 진행되어 온 그 준비는「대희년 준비 3년」에 들어선 금년을 기점으로 하여 더욱 박차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입니다. 5대양 6대주에서 크고 작은 회의들이 수없이 열리고 허다한 문헌들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그래서 말과 글들의 홍수, 그리고 부산한 움직임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칫 여러분이 방향 감각을 잃고 목표를 놓치지나 않을까 적이 염려됩니다.
우리 교구는 선교 1백년의 희년을 목전에 두고 그 준비에도 힘을 기울여야 할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분에게 몸과 마음을 가누고 차분히 준비하여 이 두 대·소희년들을 경축하자고 호소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참회하고 복음을 믿어 영생을 얻는 일을 가장 첫 자리에 놓고 현세 생명과 사정에 관계되는 여타의 것들은 제각기 가치의 서열에 따라 뒷자리에 두도록 합시다. 그리고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우리의 고유 사명을 끊임없이 일깨워 더 많이 기도하고 더 열심히 일합시다.
◆안동 박석희(이냐시오) 주교 - 물질주의를 극복하자
부활 축일은 죄와 죽음에 대한 예수님의 승리를 경축하는 날이며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속박에 대한 그분의 승리를 경축하는 구원의 날입니다. 부활의 승리로 세상과 인간이 참으로 해방된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물질과 육체에 대한 해방을 선포한 사건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정신과 영을 물질에 예속시킴으로서 정신과 영을 물질화시키는 냉혹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물질에 대한 무절제한 소유욕 때문에 인간은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게 되었고 자기 자신도 쾌락에 내맡기어 함부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물질만능주의는 인간을 물질의 노예가 되게 하여 쇠락의 길을 걷게 합니다. 정신 또는 영이 물질에 예속되면 둘 다 파괴되고 맙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물질 숭배와 과소비에 물든 사회의 회개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예수님의 부활로 육체와 물질은 영의 세계로 고양되었고 하느님의 피조물이 누리는 복을 얻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부활신앙으로 영과 육, 정신과 물질의 가치 질서를 바로 세우고 과소비의 관행에 젖은 우리 삶을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부활신앙으로 소유에 대한 존재의 우월성과 사물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바른 가치관을 세워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곧 주님의 부활을 믿는 우리가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초월적 표지가 될 것입니다.
◆군종 정명조(아우구스티노) 주교 - 회개·쇄신의 삶 절실
부활하신 주님의 생명이 우리 안에 넘치고 그 기쁨이 여러분의 삶에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온갖 죄악과 죽음의 사슬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신 주님의 부활을 기뻐하며 참다운 부활의 의미를 오늘 우리 생활 안에서 돼시기고 싶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부활의 사실을 믿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더 나아가 예수님의 부활절인 오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 자신들이 참으로 예수님의 부활을 믿고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진리를 살고 그 기쁨을 누리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나라 안이 온통 절박한 위기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무엇이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과 기쁨, 생명과 빛을 줄 수 있겠습니까?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그를 믿는 우리만이 이 사회에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모든 문제는 그 근본으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바로 이러한 삶이 회개와 쇄신의 삶입니다. 회개의 실천은 절제와 도덕적 생활입니다. 우리의 회개와 희생은 이 사회를 살리는 유일한 길입니다. 비록 우리의 희생이 보잘 것 없이 작아 보인다 하더라도 나의 변화를 통해 세상은 분명히 변화될 것이라고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우리에게 희망이듯, 우리의 부활이 이 사회의 희망입니다. 다시금 부활의 기쁨이 군종교구민 모두에게 가득하길 빌며, 부활하신 주님의 생명이 우리 안에 넘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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