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 다음날 이른 새벽의 일이었다. 아직 어두울 때에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무덤에 가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이미 치워져 있었다. …한편 무덤 밖에 서서 울고 있던 마리아가 몸을 굽혀 무덤 속을 들여다 보니 흰 옷을 입은 두 천사가 앉아 있었다. …천사는 마리아에게「왜 울고 있느냐?」하고 물었다.「누군가가 제 주님을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다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마리아가 이렇게 대답하고 나서 뒤를 돌아다 보았더니 예수께서 거기에 서 계셨다.… 예수께서「마리아야!」하고 부르시자 마리아는 예수께 돌아서서 히브리 말로「라뽀니」하고 불렀다. (이 말은「선생님이시여」라는 뜻이다). 예수께서는 마리아에게「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붙잡지 말고 어서 내 형제들을 찾아 가거라」그리고「나는 내 아버지이며 너희의 아버지 곧 내 하느님이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고 전하여라.
막달라 여자 마리아는 제자들에게 가서 자기가 주님을 만나뵌 일과 주님께서 자기에게 일러주신 말씀을 전하였다』(요한 20, 1~18 참조).
요셉 신부님!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의사 선생님이 산소 호흡을 중단했으면 하는데… 선천성 뇌성마비로 21년째 병원과 집을 오가며 고통을 겪고 있는 마리안나 어머님의 전화를 받고 한참 동안 말문이 막혀 할 말을 못하고 십자가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요셉 신부님! 의사 선생님이 그러셔도 안 되는 일이지요… . 말이 21년이지 태어나면서부터 온 가족에게, 특히 어머니에게 마리안나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십자가 중의 십자가였습니다. 제대로 고개를 한 번 들어보지 못하고 안겨보거나 업혀보지도 못한 마리안나는 21년을 누워만 있었기에 동창의 고름이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오죽했으면 그러셨겠습니까? 누구보다도 마리안나를 21년 동안 살게 해준 분이신데… .
마리안나의 키는 1m 15cm, 몸무게는 27kg으로서 정상인보다는 훨씬 못하지만 얼굴만은 정상인과 다를 바가 없는 크기와 모습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말도 알아듣지 못하고 의사 표시도 전혀 못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이따금씩 웃는 모습만은 꼭 하느님 나라의 천사 같았습니다. 천사 마리안나를 어떻게 죽일 수 있겠습니까?
만일 하느님께서 마리안나의 몸무게 만한 27kg짜리 순금 덩어리를 주셨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마리안나가 태어난 후 21년 동안 저희 집안과 가문에 우환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온 집안과 가문의 십자가를 마리안나가 혼자 짊어지고 살았는데 보기 딱하다고, 제가 힘들다고 산소 호흡기를 제 손으로 뗄 수는 없습니다. 신부님….
요셉 신부님!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23년 만에 마리안나를 천당으로 데려가신 하느님께서 동생을 주셨는데 제 나이가 벌써 마흔 여섯이 넘었습니다. 나이도 나이지만 마리안나와 같은 동생을 또 보면 어떻게 하나? 해서 말입니다. 믿음이 부족한 남편은 펄펄 뜁니다.
… 요셉 신부님!『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것이 없다』(루가 1, 37) 하셨으니 저도『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가 1, 38)라고 하신 성모님의 기도를 감히 바치겠습니다.
전화는 무엇하러 하셨습니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혼자 다 말씀하실 일을…. 전화를 끊고 성당에 들어가 십자가 주님을 바라보면서『당신께 부르짖사오나 대답도 없으시고, 당신 앞에 섰사오나 왜 가만히 보고만 계십니까?』(욥기 30, 20) 하신 욥 성인의 기도를 회상하며 마리안나 어머니의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을 주님 친히 어루만져 주시기를 애절한 마음으로 청할 뿐이었습니다.
요셉 신부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정말 큰 일 났습니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고… 천당에 간 마리안나가 하느님께 간청하여 동생 마리아를 보내더니 이번에 또 마리아의 동생을 보낸 것 같습니다. 남편은 홀아비가 되기 싫으니 어서 병원 가자고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손녀 같은 마리아를 안고 찾아온 데레사 자매님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처럼 부어 있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세기 17, 15~18(성조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가 90세에 이사악을 얻음)의 말씀과 루가복음 1, 5~25 : 57~66(세례자 요한의 출생)의 말씀을 읽어드렸더니, 알겠습니다. 신부님! … 저와 믿음이 부족한 남편 야고버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요셉 신부님!『신부님 덕분에 쌍동이를 얻었습니다. 그것도 아들 쌍동이입니다. 쌍동이는 물론 쌍동이 엄마 데레사도 모두 건강합니다. 퇴원하는 대로 찾아 뵙고 신부님한테 꼭 유아세례를 받도록 하겠습니다…』싱글벙글하는 마리안나의 아버지 야고버 형제님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쌍동이인가? 쉰동이이지… 혼자 웃어 보았습니다.
『하느님!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생각해 주시며 보살펴 주십니까?』(시편 8, 4). 크고 무거운 십자가일수록 그만큼 아니 그 이상의 상금을 주시는 하느님이시라 믿으면서도 순간순간적으로 감당하기가 힘이 들다고 투정대는 저희를 끝내 잊지 못하시는 하느님!『어찌하여 이런 시련을 내리십니까? 그 까닭이라도 알려 주소서』(욥기 10, 2) 하신 욥 성인보다 훨씬 못한 믿음을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은총으로 깨우쳐 주시고, 부활의 큰 빛으로 비추어 주옵소서.
『어쩌자고 우리를 에집트에서 데려내 왔습니까? 이 광야에서 죽일 작정입니까』(민수 21, 5) 불평불만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하느님의 심오한 구원 계획을 알아듣지 못하고 방황하는 저희를 위해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부활시키신 하느님! 죽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구리뱀을 쳐다본 이스라엘 백성들의 간절한 마음으로 구원의 십자가를 만나뵙게 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처럼 부활의 은총과 기쁨을 주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감히 청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사도들에게 달려가 예수님 부활을 전한 막달레나처럼 자신만의 십자가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들에게 달려가 예수님 부활의 증인이 됩시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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