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예수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죽음을 이기고 부활한 파스카의 신비는 오늘을 사는 우리 신자들에게 가장 큰 희소식이자 기쁨이 아닐 수 없다. 교회는 그래서「축일 중의 축일」인 부활절을 초대 교회 때부터 성대하게 지내왔고, 세계 각국에선 지역마다 고유한 풍속으로 경축행사를 마련해 왔다.
그러나 선교지역인 한국 교회는 부활절보다「X-Max」즉 크리스마스를 더 성대히 보내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고 있다. 연말연시의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 교회 역시 부활절보다 오히려 화려하고 풍성하게 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교회의 가장 큰 핵심이자 우리 신앙의 원천인「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부활절. 이 부활절이 한국 교회 안에서도 의미 있는 풍속으로 생활 속에 스며들어 신앙의 원천이 되기를 기대하며 부활절의 신앙적 의미와 다른 나라의 부활절 풍속을 살펴보고자 한다.
◆신앙적 의미
우선 부활절「EASTER」이란 말은 어디서 유래되었을까?「이스터」란 말은 게르만 민족의 봄의 여신「에오스트레」에서 유래됐거나「에오스툴」이라는 근동 지역의 봄맞이 축제에서 전래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부활절 풍속은 따라서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을 주제로 한 교회 전례와 민중 속에 독특하게 내재되어 있던 세속적인 의식들이 잘 융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사전적 의미로「죽었다가 다시 살아남」(소생)을 뜻하는 부활은 그러나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그 깊이와 넓이를 더한다. 부활은 신비다. 다시 말하면 부활은 전체 구원의 신비 안에서 결정을 이루는 일대 사건이다.
부활은 예수 그리스도가 당한 온갖 비참과 수모가 무효하지 않았음을 드러내 주고, 죽음까지도 부활을 통해서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신앙의 대상은 바로 이것이며 이 믿음을 통해 우리도 장차 그리스도와 같이 부활하리라는 희망을 안고 살아간다.
또 우리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증거하는 사도들의 강력한 메시지를 성서를 통해 전해듣고 있다. 사도들은 부활한 예수를 보고 만지고 함께 음식을 나누었던 사람들이다.
바오로 사도가「만일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면 여러분의 믿음은 헛된 것」(고린1 15, 17)「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이 현세에만 있다면 우리는 모든 사람들 가운데 가장 불쌍한 사람들일 것」(고린1 15, 19)이라고 증언하고 있듯이 부활절은 우리 신앙의 꽃이며 우리 모두의 존재 근거다.
부활을 통해 우리 곁에 늘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는「말씀」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사람이 먹고 마실 수 있는「빵」으로 실재한다. 즉 세례로써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하고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 신자들은 성체성사를 통해 살아계신 그 분과 파스카 잔치를 나누는 것이다.
부활은 이렇듯 우리 신앙의 기초이며, 믿음의 시작이자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느님 나라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이미 와 있다」는 것도, 현세에 살면서도 이미 천상 영복의 맛을 보며 살 수 있다는 것도 바로 이러한 부활신앙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세계의 풍속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부활절」의 의미를 세계 각국은 과연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생명의 원천이자 존재 근거라는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는 부활신앙이 생활 속에서 녹아들어 있는 다른 나라의 부활 풍속도를 통해 우리 교회 안에서의 부활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이태리
전 이태리 및 로마의 부활절은 성당에서는 물론 일반 사회에서까지 예수 부활을 찬미하는 종교적 축제 분위기 속에 잠긴다. 신부들은 축일 전에 부활계란 등 음식을 축복하고 주부들은 부활 식탁 가운데에 계란을 놓고 그 계란 주위에 다른 음식을 배치시켜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먹도록 한다.
특히 많은 이태리인들은 토끼 형상의 무늬를 넣어 빵과 과자를 구우며 수천의 순례자들이 성 베드로성당서 거행되는 부활절 미사에 참여키 위해 「로마」로 순례의 길을 떠난다.
로마 교황청에서는 성주간 동안 모든 사무를 일체 중지하고 각 대학은 방학을 하며 세계 각처에서 유학온 각양각색의 학생 신부들은 성주간 행사를 돕기 위해 손이 모자라는 각 본당이나 수녀원으로 파견된다.
성주간 행사는 성 목·금·토요일 행사를 중요시 여겨 성대하게 거행하며 다른 곳과 달리 로마에서는 성 목요일 미사 후 무덤 제대를 아릅답게 꾸미기 위해 각양각색의 꽃다발을 바치며 일반 교우나 외인들도 수많은 묘소를 순방하며 주의 기도와 영광송을 드리기도 한다. 또 로마에서는 교황의 강복을 받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베드로 대성당과 광장에 모여드는 것이 장관이다.
▲미국
대개가 토착민이 아니고 이주자들이라 지방에 따라 그 풍습이 다르다. 어떤 도시들은 제의 수요일 전 화요일을「판케이크의 날」이라 하여 흥겨운 연회와 춤으로써 지내며 옛날 영국의 풍습에 따라 판케이크를 먹으며 즐긴다.
부활절 아침에는 야외에서 미사를 드리는데 대개 먼동이 틀 때「헐리우드」나「캘리포니아」, 하와이의「호놀룰루」같은 야외 원형 경기장에서 거행된다. 또 어떤 지방에서는 교회 성가대들이 동트기 전에 노래를 부르면서 사람들을 깨우러 다니기도 한다.
부활 후 월요일이 되면 어린이들은 워싱턴시의 백악관 잔디에서 부활계란 굴리기 시합에 참가, 즐겁게 놀기도 한다. 이 부활계란 굴리기 시합은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어 온 부활절 풍습이다. 1878년 미국의 하이스 대통령이 어린이들을 위해 고안해 낸 것으로 지금도 대성황 속에 치러지고 있다.
▲스페인
전국 각처에서 성 금요일에 수난 행렬이 거행된다. 이 행진 중에 그리스도의 마지막 한 주일간의 행적을 재현하며 부활주일은 스페인춤을 추고 투우를 구경한다.
▲네덜란드
성 토요일 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초롱불 행렬을 갖고 장터에 모여 노래와 춤을 즐긴다. 또 남녀노소가 함께 계란놀이를 하고 어린이들은 성주간 동안 집집마다 다니며 계란을 얻어 모아놓는다.
▲희랍·루마니아
성 금요일 희랍인들은「에피타피오스」라고 불리는 축제를 갖게 되는데 4사람이 나무로 만든 그리스도의 관을 운구하는 가장 장례 행렬에 참석하고 이 행렬이 교회로 돌아오면 신부가 축복한 초와 꽃을 받는다.
또 이들은 부활절날 붉게 칠한 달걀들을 톡톡 두드리면서 『그리스도 부활하셨습니다』하고 인사하면 그 상대방이『참으로 그리스도 부활하셨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한다.
부활절 후 월요일에는 그들 고유의 전통적인 옷을 입고 노래와 춤을 즐긴다.
루마니아에서는 성 토요일 미사에 참례한 사람들이 자정미사를 마치고 그 미사에서 사용된 촛불이 집에 도착하면 젊은이들은 미래를 점쳐보기 위해서 거울을 촛불에 갖다 대고 그 거울을 통해 촛불을 유심히 보기도 한다.
▲폴란드·불가리아
폴란드에서는 신부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음식을 축복하는데 부활날은 음식을 만들지 않기에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축복한다. 이들은 이 음식을 「할로우페어」(신에게 바친 음식)라고 부른다.
불가리아에서도 마찬가지고 신부가 음식을 축복하며 편도 열매로 구운 과자와 부활계란을 서로 나눠 먹는다.
▲우크라이나
존경과 기도로 성주간을 지내고 부활 후 주일은 연회와 춤을 추며 보낸다. 또 각 마을은 부활계란을 좀 더 예쁘게 장식하기 위해 각각 특이한 디자인으로 부활계란을 만들기도 한다. 또 소녀들은 붉게 칠한 부활계란으로 그들의 빰을 문질러 홍조를 만들기를 좋아한다.
▲멕시코
성 토요일 수천의 사람들이 거리에 모여 예수를 배반한 유다의 상을 만들어 치고 매달아 불태운다.
▲벨기에·불란서
어머니들은 어린이들에게 부활종이 그들의 계란을 가져 왔다고 말하며 불란서와 다른 유럽 지방에서는 성 금요일에서 부활까지 교회종이 울리지 않는다.
전설에 의하면 교회종이 부활 전까지「로마」로 날아가서 돌아오는 길에 소년소녀들이 찾을 계란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건초로 둥우리 만들기를 좋아한다.
▲독일
재의 수요일 전날인 참회 화요일을 축제의 밤이라 하여「축제의 밤」이라 불리우는 빵과 비스켓을 먹는다. 또 성 목요일에는 계란을 녹색으로 칠하여 온종일 갖고 다니면서 행운을 찾는다. 어린이들은 부활 토끼가 그들이 정원에서 찾는 계란을 숨겼다고 믿는다.
부활 후 월요일에는 젊은이들이「아이에르레젠」이라고 불리는「부활계란 굴리기」시합을 해서 최우승자는 1백1개의 부활계란을 상품으로 타기도 한다.
세계 각국의 부활축일이 교회 축제를 넘어서 사회 축제로 승화되어 있는 것과 관련 전례학자인 가톨릭대학교 정의철 신부는『우리나라에서의 부활절은 성탄절에 밀려 그냥 지나가는 축일 정도로 지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하고 『가톨릭 신앙의 꽃인 부활절이 신자들의 축제임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기념될 만한 축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가톨릭 신앙의 토착화가 선행되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탄과는 달리 사회적으로도 봄을 맞아 바쁜 생활을 시작해야 되는 우리나라에서의 부활이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의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전례의 토착화는 물론 한국 가톨릭 그리스도교 문화가 창달되어야 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될 때「예수 부활하셨도다」라고 부르는 부활절 성가의 의미가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크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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