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책머리에『명색태중 (胎中) 신자인 내가 아직 종교적「테마」로 된 전작물 (全作物) 하나 못 갖고 이런 이삭줍기 같은 글들을 신앙생활의 소산이라고 내놓게 되니 부끄러움이 앞선다.』고 겸양하는 말을 하고 있으나 이 한마디 속에 이미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의 전모가 엿보이는 듯하다.
종교작가로서의 求道者的인 정열과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의 가톨릭 詩人이 지니고 있는 고민과 갈등을 예고한다. 내용을 보면 크게 4部로 나누어져있는데 제목은 붙어 있지 않다.
그러나 대체로 제1부에는 靈魂과 恩寵에 관한 것이고 제2부는 敎會像 제3부는 聖書얘기 제4부는 가톨릭 文學에 관한 것인데 폭넓고 융통성 있게 엮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이 책을 지극히 감명 깊게 읽었으며 많은 문제들을 되새겨 보게 되었다.
그러나 정교하고 우아한 고려자기에 담긴 山海珍味처럼 종교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이 혼연일치되어 분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고려자기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나로서는 입을 열 자격조차 없기 때문에 우아한 그릇에 담긴 내용만을 대충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
우선 주목해야할 특색은 거론되는 인물들일 것 같다. 元晥 마르셀 모리악 보들레르 끌로오델 마리땡뻬기이 니이체 吳經熊 聖 프란치스코 聖女 데레사 그레엄 그린 릴케 생떽쥐 베리 프린씨스 톰슨 등 실로 다양하다. 그러나 한결같이 宗敎를 위해서 살고 싸우고 고민하고 몸을 바친 巨人들이다. 또 하나 특색은 그들 중에 대부분은 20세기 초에 20代靑年으로 유럽의 거센 時代思潮속에서 앞장서던 맹장들이라는 점이다.
著者는 타고난 詩人、타고난 가톨릭 信仰人으로서 격동하는 이 시대 사조속에서 信德을 지키고 芸術을 살리기 위해서 그들 못지않게 투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흔적이 모든 글에 스며들어있다.
「너희가 神을 알았을 때 神은 결코 너를 쉬게 안할 것이다」라는 끌로델의 말을 인용하면서 가톨릭作家의 어려움을 이렇게 말한다.
「아주 어릴 때 가령 성탄날밤에 산타클로스할아버지가 선물을 놓고 간다는 것 같은 것을 믿을 때까지는 몰라도 그 후 철이 나서부터 50을 넘은 오늘날까지 나는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행복했다기보다는 가톨릭신자이기 때문에 고민했다는 것이 더 정직한 고백일 것이다」
「흔히 우리는 얼마나 많이 不戰勝을 이룬 듯한 구역질나는 가톨릭신자들의 얼굴을 대하고 있는가!」
「가톨릭작가들 저러한 모순과 갈등이 언제나 괴롭힐 것이다」
「그리고 신앙과 자기성실의 파열 속에서 언제나 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러나 한편「영혼놀이」(Pㆍ97) 같은 평화에 가득찬 글을 누가 또 쓸 수 있겠는가?
「臥禪問答」(Pㆍ48) 같이 대담한 信仰告白을 어디서도 만나볼 수 있을까?
그러나 끝까지 남는 문제가 있다.
「하와이교회점묘」에서 著者가 던진 문제、즉「가톨릭인으로서 현대를 살아가는데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하는 물음이다.
이 물음에 대한 하와이 知性人의 대답은 옳은 방향이었다고 생각된다.
즉「우리가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을 이중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이 대답 속에는 수없이 많은 새로운 문제들이 새로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들은 신앙을 후손에게 전해주어야 하는데 우리가 풀고 대답해야할 문제까지 그대로 무슨 秘方藥보따리처럼 전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표절信仰」같은 것이어서 세상에 살아남을 능력이 없을 것이다.
「臥禪問答」은 이러한 신앙의 고민을 체험적으로 告白한것이 아닌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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