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열 몇 번에 걸쳐서 재미 있을듯하면서도 별로 흥미 없는 이야기들만 계속 해왔다.
요즈음 세상은 이론보다도 결과를 먼저 보기를 바라는 듯한 스피드의 시대이며, 뼈를 깎고 피를 짜는 듯한 노력보다는 힘 안들이고 풍성히 거두기를 즐겨하는 세대인 듯하다.
그렇다면 과학적인 근거가 있기에 역사가 있고 그 많은 사람과 길고긴 세월을 두고 이용되었고 또 많은 이론 (異論)도 있었다는 과학점술의 기술을 가졌다는 필자도 결과를 하나소개해보라 하고 싶을듯해서 여기 간단한 실례 한가지를 소개하겠다.
요즘 우리는 통일을 밤낮없이 염원하면서 좀 더 잘살아보려고 어떤 어려움도 섭섭함도 참고 견디며 별을 보고 일어나고 달빛 아래 집을 찾아들면서 고되게 일을 하고 있다.
애국애족을 위한 이런 큰 욕심에 그 누구도 합심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이런 시대에 외화획득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업 중의 하나가 조선사업이라는 것을 들었다.
배 한척을 만들어 팔면 무척 비싸게 팔리며 또 건조하기가 힘드는 일이기에 함부로 사업을 벌리기 어렵다는 것을 보통상식으로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필자는 우리나라 조선사업에 기술을 제공한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겠다.
1977년 6월 22일에 경남 거제도의 옥포조선소에서 일할 분들을 위해서 장승포 시내에 옥명주택단지를 만들었는데 식수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갔다.
깨끗한 현대식건물을 잘 지어두고 식수만 해결되면 문화인다웁게 살 수 있는 고층건물이었다.
간단한 막대 하나를 들고 그것도 별로 힘들이지 않고 그나마 두 번 가지도 않고 옆사람과 산보하듯 이야기를 하면서 지나가기만하면 땅 밑을 훤히 보는 듯이『바로 이 지점에 몇m 깊이에 얼마만큼의 양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고 있으니 이아파트의 건물 바로 이 방은 밤낮 거주하는 거실이 되지 않도록 안배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물이 몇 줄기 있으니 제일후보지 제2후보지 등 이렇게 공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하고 평소에 하듯이 꾸밈없이 줄줄 이야기를 해드렸다.
곁에서 끝까지 지켜보시던 조선소의 연세 많으신 소장님께서 보실 때 무슨 신들린 듯, 명도가 점하듯 줄줄 쉽게 땅 밑을 보는 듯이 이야기하며 우서운 말을 많이 하니 이상한 듯이 느끼신 모양이었다.
그러면서도 오늘의 기압과 기온과 습도가 어떠니 어떻고 미터자로 ㎝까지 내면서 지점을 정해주니, 세상에 거대한 공사현장에서 치수를 따지는 이 상가는 신경을 쓰면서 몇 번이고 주의해서 정확히 몇십m밑에 이 지점에 도달되도록 기계로 굴착을 해야 한다고 하니 그것참 신기하고도 또 꼭 이용할 곳이 있다하신다.
『현재 옥포조선소는 1백만톤급 조선소의 도크 (배를 건조하는 장소)를 만들고 있습니다.
보통 10만톤짜리 배를 만드는 것도 선진국 대열에서나 하는 일인데 그의 열배나 되는 대형의 배를 모으는 거죠. 여기에 꼭 신부님의 그 기술이 동원되어야 되겠읍니다』하신다.
세상에 태어나서 보람된 일에 또 한번 참여하는 보람을 느꼈다.
『그럼 지금 곧 그 현장으로 갑시다』하신다 과연 공사현장은 어마어마했다.
바닷물이 못 들어오게 큰 댐을 막아놓고 바닷물보다 12m아래를 파서길이가 500m이며 폭이 150m 되는 배를 만들도록 한다는 도크공사라 반킬로나 되는 넓은 그라운드였다.
그것마저 해저12m를 팠으니 바닷물이 수천톤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그 바닥을 2m두께에 철근을 몇겹 넣어서 시멘트로 운동장을 만들어놓았다. 그런데 마지막엔 바닷물을 막은 댐을 헐면 이 도크입구에 문이 있어서 마음대로 물을 채우고 뽑고 해야 만들어진 한 도시와 같은 배가 떠나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입구 200m가 넘는 그 아래 즉 수심12m아래의 암반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물길을 꽉 막지 않으면 배를 만들기는커녕 바닥이 배가되어 떠버린다는 것이다.
하기야 바다보다 12미터 아래니 6대1의 비율로 바닷물이 밑에서 떠 밀어 올릴테니 뜰 수밖에『그거야 그렇죠.』했더니『그렇게 되면 말짱 헛일입니다』하신다『그런 물길 찾는 거야 식은 죽 먹기죠.』사실 죽 먹기가 쉬운지는 모르지만, 그랬더니 너무도 고마워하신다.
우리 온 겨레가 욕심 부릴 거대한 일에 세심히 물길을 열 몇 곳이나 찾아드렸다.
『깊이도 방향도 X-레이 사진 찍듯이 알았으니 그곳을 집중적으로 그라우팅 (구멍을 암잔에 뚫어서 시멘트를 불어 넣는 일)을 하면 절대 안심입니다』하시면서 너무나 기뻐하시는 것을 보고 크게 보람을 느꼈다.
<계속>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