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년내내 찌푸린 얼굴로 살수는 없다. 그렇다고 늘 웃으면서 살수도 없다. 인간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게 마련이다. 인생은 근심과 기쁨이 교차되는 리듬을 타고 있는 것이다. 근심과 슬픔은 누구나 다 싫어하는 것이지만 이것이 현실일 바에야 어떻게 근심과 기쁨의 변화하는 리듬을 타느냐에 따라 근심도 슬픔도 극복할 수 있다.
가톨릭교는 짜임새 있는 교리체계가 그 본질적인 장점이지만 신자들의 일 년 생활을 통회와 기쁨의 교차를 기묘하게 짜서 만든 전례력 년은 매력 있는 제도이다. 하느님나라가 이루어지는 푸르른 희망의 계절이 지나면 성탄의 기쁨을 노래하고 그리고는 죄스러움을 뉘우치며 사순절을 지낸다.
사순절에 완전한 회개와 충분한 보속을 다하지 못했더라도 내가 죄인임을 느끼며 적어도 겸손한 마음가짐을 가져보는 것이다. 부산한 인생생활 속에서 이렇게 리듬 있게 한해를 지도하는 것이 바로 교회의 전례이다. 사순절에 성당에 들어가면 신산한(辛酸)느낌을 갖게 된다.
제단에 꽃도 없고 성가는 애조를 띠고 있다.
신부님의 미사제의도 침침한 색깔이다.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수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하는 효성에서이다. 옛날 교우들은 사순절의고행은 그야말로 그리스도의 수난을 진정으로 몸에 느낄 수 있을 만큼 고되었다고 한다. 자기 몸에 채찍질을 하고 십자가의 길을 맨발로 산에서 걷고 성지순례 등 자기 죄의 보속을 고행으로 했다고 한다. 지금은 세대가 바뀌어 생활도 달라지고 사고방식도 달라진 가치관도 달라져서 죄를 보속하는 고행양식도 간소화되었다.
사순절 고행을 실천한다고 40일동안 숨을 끊는다. 담배를 안 피운다 하는 현대의 고행방법을 내려다보시는 하느님은 미소를 지을 것이다. 혹은 사순절동안 매일아침 미사를 궐하지 않고 특별 기도를 드리기도 한다. 옛과 오늘의 차이는 있지만 하여튼 교우들이 일 년에 한번 정신적으로 긴장된 생활을 한다는 것은 가상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사순절의 정신은 자기 자신에게 영적인 자극을 주어 극기에 그친다면 그 참뜻이 없다. 사도 바오로께서 말씀하셨듯이 사랑이 없으면 믿음도 헛된 것이니 사랑의 실천이 없으면 극기의 고행도 쓸모없게 된다. 매일 미사에 참예하여 영성체를 하면서 남의 흉허물을 헐뜯는다면 사순절은 있으나 마나하다. 무슨 심령회다 피정이다 남달리 특별한 훈련을 받고 나와서 남을 마구판단하고 해를 끼친다면 얼굴을 찌푸려야할지 웃어야할지 모를 일이다.
하느님을 흠숭하는 의식에 남달리 열성적이면서 남을 헐뜯는다면 이것은 하나의 만화가 아니겠는가? 설사 그 사람이 비난받을 만큼 나쁘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동네방네 헐뜯으며 다닐 수는 없다.
사랑이 없는 모든 하느님 공경은 소용이 없다.
『나를 보고 주님 주님 하는 사람이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하늘나라에 들어간다.』고 주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버지의 뜻을 곰곰이 헤아려 볼 일이다.
우리는 아무 나라나 막 들어가려는 것이 아니고 하늘나라에 들어가려는 것이다.
사도 성 바오로의 사랑의 찬가를 읊자!
「내가 천사의 말을 한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꼬전13장1절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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