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의 주요테마는 단식과 유혹 영광과 기쁨과 희망이다.
이 인간구원의 중요과정의 묘미를 우리 선조들은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씀바귀라는 풀은 먹을 때는 입에 쓰지만 그 뒷맛이 달고 식욕을 돋 구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병을 낫게 하는 약은 입에 쓰다.
인생은 역시 자꾸만 살고 싶으면서도 살면 쓰디 쓴 맛을 맛보면서 살게 되어있는 것은 인생의 불가사의 중의 하나이다.
그 쓴 것을 뱉어버리면 성공하지 못 한다.
이유야 어떻든 인생은 고통을 통하여 잘 되도록 되어있는 것이 현실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큰일을 시작하기 전에 일정한 수련기를 거치게끔 되어있다.
고통을 거치지 않으면 인간은 해이해져서 내리받이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물성적 타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은 간절하지만 육신이 말을 듣지 않는구나』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예수님이 육신생활의 대수 난을 앞에 보면서 영(靈)과 육(肉)의 마지막 투쟁을 여실히 말씀해주신 것이다.
이 영과 육의 싸움은 성서사상에서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과 악마의 꾐에 빠지는 것과 둘 중에 어느 쪽을 따르느냐 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하느님의 길은 영(靈)의 길이기 때문에 어렵고 노력이 필요하다.
반대로 악마의 길은 육의 길이기 때문에 그리로 빠져들기가 매우 쉽다.
이것을 유혹이라 한다.
사순절은 이 靈肉의 싸움을 조금이나마 훈련하는 제도이다.
40일 동안 교우들이 정신적으로 긴장하고 평소보다 더기도하고 평상시보다 더 허리를 졸라매는 것은 위를 향하는 신앙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사순절은 예수님이 인류를 구속하시려는 대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가지신 일대 수련기간으로 광야에서 식음을 전폐하시고 악마의 교묘한 유혹을 받으신 것을 본받는 것이다. (마태ㆍ4장11절)
「마귀는 인간이 육신생명을 이어나가는데 필요한 것, 그리고 인간이 꼭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을 건드리며 방해한다. 마귀가 우리에게 무섭고 징그럽게 나타난다면 우리는 그것을 쉽게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마귀는 우리에게 번지르르하게 나타나고 궤변을 써서 감언이설을 농한다. 천사는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우리 귀에 속삭인다.
마귀가 인간을 꼬실 때는 천사는 한 발짝 물러서게 된다.
인간이 우선은 번지르르하고 감언이설을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에 가서 인간을 살려내는 것은 천사이다.
예수님의 40일 대 재계 동안에 된 일을 보아도 알 수가 있다. 사람이 무슨 대 계획을 세울 때는 하느님의 입김을 받는다. 좋은 일은 악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수님도 성신의 입도하심으로 광야로 가셨다. 그리고 40일 동안 밤과 낮으로 식음을 전폐하시고 기도에 열중하셨다. 하느님과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고 잘되기를 빌으신 것이다.
그러나 일을 망치는 것은 악마의 취미이다. 취미가 그렇기 때문에 일을 망가뜨리는 재주도 비상하다. 인간의 가장 필요한 것을 건드리고 건드리면서 감언이설로 사리를 따져준다.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며 먹으라고 할 때 먹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고맙기까지 할 것이다.
예수님이 40일 동안 굶주리신 끝장에 마귀는 유혹의 시기를 포착한 것이다.
『네가 만일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들을 떡으로 만들어먹으라』는 것이었다.
예수님은 인류구속을 위하여 성부께서 보내신 그야말로 하느님의 아들이시다.
들을 떡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을 잘 알고 계시다. 애당초 먹지 않기 위하여 광야로 가시지 않았는가, 문제는 초지를 관철하는냐, 못하느냐에 달려있다.
마귀도 실수를 저질렀다. 굶주린 사람을 꼬시러가면서 빈손으로 간 것이다.
마귀의 둘 째번 유혹『네가 만일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꼭대기에서 뛰어 내려 보라.』
이번에도 인간의 자기를 내세우려는 자만심을 건드렸다. 그리고 제법성경말씀을 인용하면서 꾀었다. 성경에 쓰여져 있기를「천사들이 너를 떠받들어 돌부리에 부딪히지 않게 하리라」고 하셨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자칫 용기와 자만심을 분간하지 못한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용기와 자신을 가지지 못하면 일을 해낼 수가 없다. 그러나 그 용기와 자신감은 언제나 분수에 알맞게 가져야지 잘못하면 만용이나 자만심에 흐르기 쉽다.
자기가 하는 일이 크게 생각되면 생각될수록 자만심에 빠지기 쉽다. 그러면 일은 낭패로 돌아간다. 옛 격언에도 있듯이 벼이삭이다 익은 것을 인정 받을려면 고개를 숙여야한다.
믿음이 깊으면 병도 낫고 독약을 먹어도 해를 받지 않는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역시 성경말씀을 들먹인다. 믿음이 깊고 얕은 것은 하느님이 봐서 판정하실 일이지 자기가 판정할 일이 아니다. 우리는 소박하고 겸허한 믿음이면 족하다. 마귀는 제2의 유혹에 서도 실수를 저질렀다.
하느님의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 앞에서 하느님을 시험해보라고 했기 때문이다.
마귀는 인류의 첫 사람인 아담에게 이 사과를 먹으면 하느님과 같이 된다고 꼬셔서 성공한 적이 있다. 같은 숫법을 예수님에게 쓴 것이 마귀의 헛 점이었다.
셋째번 유혹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들추어내었다.
그것은 명예욕과 지배욕이다.
「네가 만일 내 앞에 무릎을 꿇면 저 세상의 모든 영화와 재물을 다 네게 주겠다」둘이서 성전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로마대제국의 영화 그 찬란한 물질문명은 그것을 지배하는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기에 족한 것이었다. 예수님이 하느님의 사업을 하러 내려오신 그 숭고한 사명을 저버리고 마음만 들린다면 눈앞에 보이는 저 영화는 모두 그의 것이 될 것이다.
그것은 후에 죽은 사람을 살리고 병신을 온전하게 고치신 신적인 능력발휘에서 증명된다.
그러나 인간예수는 이 유혹을 물리쳤다. 마귀는 여기서도 실수를 저질렀다.
세상지배의 유혹을 던지면서 자기에게 무릎을 꿇라 했으니 말이다. 이모든 광경을 한 발치 물러서서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던 천사들은 마귀가 물러가자 진짜로 유익한 시중을 들었다.
이제 예수님은 기운을 얻고 대사업에 착수하실 것이다.
극기(克己)와 유혹 이것은 우리가 크고 작은 일을 하면서 늘 겪어야할 사순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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