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떨 때는 시간을 내어 그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심심해하는 여자 환자들과 이불도 꿰매고 옷 정리를 하고 바느질도 했다.
옷 창고문을 열면 수십개의 올망졸망한 보따리들이 쌓여 있었다.
그들의 전 재산인 그 보따리 속에는 길가에서 밥을 끓여먹던 냄비, 소금통, 쌀, 기름등 갖가지의 물건들이 있다.
마치 에베레스트원정대가 산을 정복키 위해 가지가지 준비를 갖추듯 그들은 이 험한 생의 최고봉을 정복하기위해 그 모든 것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난 임자 없는 방랑인들의 소지품을 정리하면서 자주 눈물을 흘리곤 했었다.
때로는 그들의 행복했던 학창시절 또는 월남전선에서 용감한 한국인이 푸른 제복을 입고 찍은 앨범들을 볼 때도. 그런데 왜 이들은 종말을 이렇듯 비참하게 당해야 하나를 반문하며 괴로워 했다.
그러나 난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도 찾아와 주지 않는 외딴 그곳에 남모르게 임종을 맞이하는 그들에게 주께서 친히 지켜주시고 위로해 주심을 목격했다.
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어린애같이 청순하고 맑기 만한 선망에 찬 마지막 그 눈길을 고들 중 오랫동안 교편생활을 했다던 어느 교사와 또는 15년간이나 신문기자로 있었다는 그분 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느 시인과 같은 그런 지성인들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10여년동안 쇠고랑을 차서 팔목이 썩어가던 전과자도 자살하려고 독한액체를 마셔서 목은 들어붙고 다리에다 토한 약물로 인해 생긴 상처와 옆구리에 구멍을 뚫고 호수로 죽을 넣어주며 링겔주사로 목숨을 연명하여 하느님을 알려주었던 그분도, 영도다리에서 바다에 떨어졌던 그분도 소매치기 였다던 그 아이도 주께선 모두 천사로 만들어주신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십자가의 살인강도 두사람이 통회로써 한사람은 구원을 받고 한사람은 악담과 저주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어떤 사람은 죽어가면서도 술을 찾고 욕설을 하고 어떤 여자환자는『내 오바주소』『내 아모레 화장품 누가 가져 갔나 좀 봐주소』『나 좀 더 살게 해주소』하며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만들기도 했다.
너무도 조르는 통에 진리를 갔다주고 화장품을 갖다 주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난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모른다. 주께서 이 세상에 오심은 가난한 자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포로 된 자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고 눈먼 자들에게 눈 뜨임을 주시기 위함이라는 이사이야 예언서의 참뜻을 통절히 절감했다.
그리고 지금만일에 예수님이 오신다면 제일 먼저 불쌍한 저들에게 오실 것이라고 믿어졌다.
정말 너무나도 비참했고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피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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