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훼님의 정착지」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은 멀리 전라남도에서 피어나고 있는 백합송이 같은 소록도。세상에서 배척당한 이들끼리 모여서 피어나는 기도소리 속에는 역시 세상에서 배세 척 당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
어느 날 구비구비 황토 길을 지나는 도중「수녀님!」하고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다보았다。
지체불구인 몸으로 양팔을 벌리고 흔들면서 뛰어오는 신생리 마을에 사는 마리아 아주머니의 모습은 어린이와 같았기 때문에 나 자신도 모르게 뛰어가서 차가운 그의 두 손을 덥석 쥐었다。
쏟아질듯 한 눈물을 참으면서 우리는 팔 장을 끼고 나란히 걸었다.
예수님! 당신은 왜 옛날부터 나환자들을 지극히 사랑 하셨는지 저는 알았습니다.
하늘 높은 곳에도 빛나는 별님 속에서도 당신을 찾을 수가 없었는···
그러나 활짝 피어나있는 그 얼굴 속에서 당신은 현존하셨습니다. 손가락이 없어 고무줄로 숟갈을 팔에다 동여매고 바둑알을 떠서 바둑을 두는 가 입원실에 입원한 철이의 아버지는 백합처럼 활짝 핀 얼굴로 나를 반겨주었다.
나로 하여금 기다리던 예수님을 대면하는 순간이었다고 하겠다.
아직 수련생으로서의 나는 더불어 즐거운 나날로 종신 수녀인양 피고 있었다.
머리를 긁다가 떨어져 버렸다는 엄지손가락을 찾아 앞뜰 땅속에 고히 묻어주고 아침 미사에 참석한 순희 어머니는 오늘 저녁에는 수녀님을 초청하겠으니 5시에 저녁식사 하러 오라는 사투리 섞인 엄마 같은 엄마의 목소리.
한쪽 손에는 반창고로 붙이고 또 한쪽의 주걱 같은 손으로 김을 쟁이며 어떻게 썰었을까 모르는 김 위에 성냥개비 한 개를 꽂아 들고 들어오면서
「많이 드셔라우」
「글쎄! 오늘 아침부터 우리 바깥양반께서는 수녀님이 오신다고 방안 공기가 맑아야 하니까 담배를 절대 피우지 말라는 주장을 내세웠구만요. 이제는 피워도 되겠지라우?」
「네! 피우세요. 저는 담배 연기를 아주 고소하게 느끼기 때문에 좋습니다」
예수님! 이런 것이 사랑인가 봅니다. 예수님 당신 손으로 만드신 이 뜨거운 밥과 미역국을 짠 것도 신 것도 알 수없이 꿀맛처럼 한 그릇을 먹었습니다.
역시 순희 엄마는 팔에다 숟갈을 동여매고 먹느라고 아직도 한창이다.
주여! 이들은 하늘과 땅 사이에 핀 하이얀 백합송이입니다.
그 누가 버섯이라고 했습니까? 그것은 틀렸습니다.
우리의 영원한 고향으로 가고 있는 생의 여정은 시작도 끝도 당신을 향해 피어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쉴새 없이 소록도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지상에서의 하소연을 성난 파도의 모든 것은 받아준다는 바의 모든 것은 받아준다는 바다 속으로 던져버리고 하루의 미사 지향을 잔잔한 바다에 실려 천주님께 전달 시켜주는 머나먼 남쪽나라 작은 섬···
바다와 그리고 소록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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