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소록도는 이름 그대로「작은 사슴의 섬」이라는 말이다.
광주에서 녹동가는 버스를 타고 세 시간정도 가면 녹동항이 나온다.
여기서 5분 배를 타고가면 바로 눈앞에 무두가 외면하고 싫어하는 일명문동병자들의 섬이나온다.
72만평의 아주 작은 섬인데 첫발을 디딘 순간부터 선입관과는 달리 푸른 하늘과 어울리는 파란 파도. 12월이었는데도 모든 나무들은 싱싱한 초록옷을 입고 잘 왔다는 듯이 반긴다.
더군다나 아열대성식물들과 이상한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고 있어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
처음으로 우리들을 반긴 분은 핵톨 신부님이었다.
신부님은 병에 대해서는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하시며 환자들이 너무 착하여 우리들이 부끄러울 정도라고 귀띰해주었다.
그곳에는 대략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수위실을 중심으로 환자들이 살고 있는 환자지대와 이들에게 의료봉사를 하는 관사지대로 나뉘어져있어 서로 한 섬에 살고 있지만 만날 수는 없다. 처음 소개된 곳은 성당이었는데 그냥 마루여서 거의가 눈이 없고 다리가 없어 목발인 그들에게는 오히려 편할 거라고 생각되었다. 미사 20분전에 와서 조국과 성직자와 수도 또는 냉담자들을 위하여 큰소리로 매괴신공으로 시작하여 매일 모시는 성체를 거룩하게 영하고 들어오는 모습들… 비록 눈이 허옇게 멀고 코가 없고 눈썹이 없으며 입이 삐뚤어져 있을지언정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들이었다.
이어 양로원 맹인센타가 입원실 등을 둘러보면 처음 들어섰을 때에는 그들의 살 썩는 냄새에 숨이 막히는 것 같았지만 나중엔 그 냄새가 친밀할 정도였다.
이곳에 입원한 환자 수는 대략 3천2백명가량 되는데 모두가 한명도 빠짐없 교우들이다.
그중에서 겨우 4백50명만이 가톨릭교우이고 나머지는 모두 장로 교인이다.
지역은 성당을 중심으로(이곳이 제일중심지이다. 왜냐하면 중한 환자들이 수용되어 있는 곳부터 먼데로 갈수록 좀 나은 환자들이다) 9개 부락이 나뉘어져있는데 그 먼데서도 아침미사에 참석하기위해 열심히 나온다.
이들의 주식생활은 모두가 국가에서 배급하여주는 것으로 살고 연료도 배급받는다.
그리고 나머지는 마늘농사나 돼지치기 토끼 등을 길러 보충한다.
우리들이 가서 같이 식사를 하면 너무 좋아서 우리를 큰상 아랫목에. 그네들은 웃목에서 그저 한방에서 먹는 것만으로 족하다고 어쩔 줄 몰라 하나 억지로 같이 상을 차려 먹는 동안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모두가 외면한 자기들과 같이 식사한 것을 주님께 감사드리는 착하고 순박한 사람들이다. 손가락이 없어 손목에다가 고무줄을 끼워 거기에 숟가락을 고정하여 식사를 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그들의 절단된 손은 서로 남이 빨래를 해주고 밥을 해주고 설겆이를 해주며 성당을 위해서 아낌없이 사용하기에는 원망스러운 두 손이다.
이들은 식사시간이 매우 빨라 아침·6시, 점심·11시, 저녁·오후 4시에 식사하고는 일찍 자리에 든다. 문화시설은 별로 없고 다만 몇 집에 텔레비젼과 라디오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교리공부에는 굉장한 열의가 있어 수요일 저녁이면 각 부락에 모두 모여 반사로부터 성경이며 교리를 듣고 기도하며 헤어진다. 그들은 예수님이야기를 하면 머리 속에 영화처럼 그려본단다. 그러면서 현세의 고통은 언젠가는 지나가리라는 것 또 아름다운 천국이 있다는 것을 굳게 믿으며 대나무지팡이로 땅을 더듬어 각자 처소로 들어가는 얼굴에 그리스도를 닮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분의 미소가 떠오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