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내몸의 피로함을 힘들어한 것은 아니다.
매일매일 새로이 일어나는 참혹한 현실을 소화시키기엔 내영은 아직 어렸다.
그때마다 우리 원장수녀님께선 여러모로 격려해주시고 친엄마처럼 보살펴주셨다.
그리고 우리 신부님의 지도를 받았다.
『발이 없는 자가 불쌍하다고 발 없는 자와 같이 앉아서 울기만하는 것은 동정도 사랑도 아닙니다. 우리는 발 없는 자의 발이 팔 없는 자의 팔이 되어야합니다.』
우리 신부님의 그 신뢰에 찬 말씀은 얼마나 내영을 살찌웠는가 모른다.
맞았다. 역시 바치는 생활은 얻는 생활이요 주는 생활은 받는 생활이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높이 달릴 때 모든 사람을 내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하셨다.
나를 바치자. 나를 못박자.
그들을 내안에 영접하라. 내가 내양들을 치게 할 것이요 내가 그들을 쉬게 하리라.
잃은 양을 찾고 헤매는 양을 데려오며 다친 양을 붕대로 매어주고 병든 양을 낫게 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결코 저버릴 수는 없었다.
난 그때마다 좋은 지원자를 주시라고 기도드렸다.
추수할 것은 많으나 정말일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이일을 하는 것은 어른들게 대한 순명도 아니요 오직 자발적으로 원해서 그분을 기쁘게 해드리려 애썼다.
복음에서 부자와 나자로 중 부자는 나자로를 못살게 굴어서 벌 받은 것이 아니다.
오직 무관심 때문이었으며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도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선 행동해야함을 주께선 가르치시지 않으셨던가.
내 이웃이 지금 저렇듯 고통을 당한다.
그들은 추위와 굶주림 사회의 무관심과 냉대 온갖 질병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모르고 죽어간다. 추수 때 가지나 마구 짓밟히는 곡식을 창고에 거두어드리지 않는 어리석은 농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무관심은 죄악이다」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며 그들을 피하고 싶은 유혹을 잠시나마 가졌던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아직 잊지 못하는 몇 가지의 이야기가 있다.
난 자주 엉뚱해서 수녀님들을 웃기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아직 우리 구호병원 종합병원이 생기기전 이었으니 행려자중 중환자가 오면 시립병원이 아니면 가까운 유료병원에 가서 입원을 시키는데 구호소환자는 대부분 결핵이라 입원이 불가능해서 구호소에서 의사선생님 한분과 우리수녀들이 도맡아 치료를 했다.
어느 날 아가의 잘못으로 화재를 만나 가족이 모두 타죽고 할머니와 어린꼬마들만이 화상을 입은 채 입소되었다.
물론 시립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그리로 보낸 것이다.
어린꼬마가 엄마가 보고 싶다고 매일 울어대는 그 모습이 어찌나 불쌍한지 난 그 아이 두 명을 엄마처럼 귀여워했다.
화상도 차차 나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아이는 소아마비처럼 다리를 절기 시작했다.
의사선생님께서도 혹시 파상풍이올지 모른다고 긴장하셨다.
물론 후에 다리도 나았지만
그날도 선생님과 드레싱을 하는데 갑자기 본원에서 특별강론과 묵상이있다고 다른 수녀님이 연락을 가지고 왔다.
급히 준비하여 성당에가 앉았는데 잠깐 졸았었나보다.
강론이 끝나고 수녀님들이 조용히 개인묵상을 하는데 난 큰소리로 외쳤다.
『미정아 치료할 때 안 울면 사탕 3개다. 응?』
누가 내 옆구리를 쿡 찌르기에 정신을 차리니 수녀님들이 여기저기서 킥킥하는 소리와 함께 웃음을 참느라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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