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빛보다 더 짙은 어둠을 통하여 문풍지처럼 헛되이 울어버린 날들 분산된 남루한 의식을 모두어 봅니다.
올올이 찢기운 파편(破片)을 모안으로 안으로만 불씨를 묻던 날들 이글 타오르던 적동색(赤銅色) 숨결을 듣습니다.
마음의 걸인(乞人)되어…
검은 사념(思念)에 갈바 없이 나르다 돌아오는 새벽
『당신을 에워싼 많은 영(靈)들이
어둠으로 깃들었을 때 지나던 이들마다 코웃음 치며
「너는 성전을 헐고 사흘 안에 다시 지겠다 했겠다
십자가에서 내려와 네 목숨이나 구하라」
그러나
당신은
성부여
저들은 저들이 하는 바를 모르나이다
내 원의대로 하지 마시고
당신 뜻대로 하소서』 하시던
이천년 전 당신을 찾아나섭니다
골고타 언덕으로 떠나던
마지막 날
긴 긴밤의 역사 그 속의
신음소리를 듣습니다
시침(時針)을 따라 멍들어가는
영혼이
오열(嗚咽)을 느끼면서도
염치없는 합장(合掌)으로 끓어
죄어오는 가슴 안고
당신 앞에 나아갑니다
미이라인양 굳어져
옹고된
또 하나의 순간 순간의 순응을
분수(噴水)처럼 발산시키지 말게
하시고
분노를 생명수로 마시지 않게 하여
주소서
가늘게 피 흘리는 밤마다
지나온 나날들이 허사 같아
눈물과 자학(自虐)으로,
허탈한 심사(深思)로
뒤돌아보지 않게 하여주소서
한낮의 그 모두를
이천년전
죽음에 대한 생명의
슬픔에 대한 기쁨,
악에 대한 선으로서의 승리였던
당신 부활로
어둡고 눅눅한 가슴마다에
산을 사르는 불꽃
숲을 태우는 불길을 지피게하여 주소서
죽어 넋으로 슬피 울지 않을
마음의 걸인들에게
어제보다 내일
더 맑은 조촐한 시냇물을 찾게하여주소서
깊은 밤을 지나는
뜨거운 열망(熱望)은
어둠을, 죽음을, 죄악을 떨치던 십자가
믿음으로
샘줄기 흐르는 듯한 맑은 찬미가를
타는 입술로 바치오니
귀를 기울이시어 들어주소서
부활의 주님, 광명의 주님…
당신을 기다리며 초조한 이들
지축(地軸)이 흔들릴 때
목청도 드높게
「알렐루야」의 환성을 울리게하여
주신 주님
남몰래 다져온
드리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읍니다
그러나
이 밤 따라 막혀버린 말문임을
어찌하겠읍니까?
나를 가장 잘 이해하여 주시리라
믿기에…
부활하셔야 했던 주님!
열린 창문으로 밤하늘이 흘러들어
옵니다.
먼 곳 가까이에서의 부활 새벽녘에
당신의 현존하심과
나 살아있음의 의미를 깨닫게 하여
주십시오
부활을 재현하실 그리스도 안에서
산을 사르는 불꽃
숲을 태우는 불길을 지피게하여
주소서
죽어 넋으로 슬피 울지 않을
마음의 걸인(乞人)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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