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일본인들의 족보(族譜) 의식은 그리 강하지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이래 일본에는 각자의 근본을 찾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10일「뿌리」라는 미국의 텔레비전 드라마가 일본에서 방송되고 난후에 특히 그런 운동이 일고 있다는 얘기다.
그 「뿌리」가 우리나라에서도 방송(TBCㆍTV 3월 25일부터 8일간)되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시사회(試寫會) 시청소감을 적어본다.
「뿌리」 (Roots)는 77년 1월 23일부터 30일까지 미국 ABCㆍTV를 통해 방송된 알렉스ㆍ헤일리 원작의 12시간짜리 8부작 다큐멘터리ㆍ드라마다. 순수제작비 6백만불을 들여 울프ㆍ프로덕션이 2년만에 완성한 이 작품은 데이빗ㆍ그린 등 4명의 감독이 연출했고 윌리엄ㆍ불린 등 4명의 작가가 각색했으며 주연급 배우만도 70여명이 등장한 대작이다.
이야기는 18세기 중엽아프리카의 갬비어에서 발단된다. 「주프레」라는 작은 마을에는 맨딘카족(族)이 살고 있었는데 1750년 이른 봄 킨테 집안에서 태어난 쿤타ㆍ킨테를 ▲대(代)로 해서 5대에 걸친 흑인들의 파란만장한 자유 쟁취의 역사가 펼쳐진다.
제1부에서는 알라신(神)의 축복을 비는 가운데 쿤타ㆍ킨테가 태어나고 15세때 맨딘카족의 용사가 되기 위한 의식(종족 번성을 꾀한 일종의 割損禮)이 베풀어지며 17세때 백인(白人)들의 노예사냥에 끌려 첫사랑의 소녀 판타 등 여러 아프리카인들과 함께 노예로서 아메리카대륙에 팔려가게 된다.
제2부에서는 노예 운반선라고 니아흐에 태워진 쿤타가 생지옥과 같은 여정에 올라 1767년 9월, 미국 에릴랜드주「애너폴리스」항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과 경매에 붙여져 판타와 이별하고 농장에 팔려가는 얘기.
제3부에서는 농장에서 탈출시도를 여러 차례 해서 거듭 실패하고 다른 농장으로 팔려간 쿤타가 미국태생의 흑인 노예 벨과 사랑에 빠진다.
제4부에서는 쿤타와 벨이 결혼하고 미국북부에는 노예 페지론이 대두되고 있다고 듣지만 딸 키지가 태어나 탈출하지 못한다.
제5부에서는 쿤타의 딸 키지가 다른 농장으로 팔려가는 생이별의 비애가 그려지고 제6부에서는 키지가 주인의 아들 치킨ㆍ조오지를 낳는다. 그 후 결혼한 조오지는 주인이 진 빚으로 영국에 건너가 일하게 된다.
제7부에서는 노인이 돼돌아 온 조오지가 자유를 얻었지만『자유를 얻은 흑인은 60일 이내에 떠나야한다』는 주(州)법률 때문에 아내 마틸다와 아들 톰에게 훗날 자유를 안겨주겠다고 약속하고 떠난다.
제8부에서 남북전쟁이 끝나 흑인들은 자유의 몸이 되지만 여전히 학대를 받는다. 이때 조오지가 돌아와 가족들을 데리고 신천지 테네시로.향한다. 거기에는 조오지가 사놓은 기름진 땅이 있다.
포장마차에 가족들을 태우고 신천지로 향하면서 조오지는 집안얘기를 시작한다.
『맨 처음 이 땅에 건너온 우리의 조상은 긍지에 넘치는 아프리카인이었다. 처음 건너오신 할아버지의 이름은 쿤타ㆍ킨테-북을 만들기 위해 냇가에서 나무를 찾는 도중 노예사냥으로 붙잡혀서…이윽고 벨이라는 분과 결혼해 키지라는 딸을 낳았지…』
그 키지의 아들이 조오지 자신이고 그의 아들은 톰이며 톰의 딸이 신디아였다. 신디아의 손자가 바로 이 작품을 쓴 알렉스ㆍ헤일리. 이 프로그램 마지막에 작가가 등장해서 자유를 찾은 조상의 길을 걸으며 회고를 하는 장면이 나다. 쿤타가(家)의 7대로서 12년 동안 아프리카와 영국, 미국을 헤매며 이 작품을 썼기 때문에 전편을 통해 더욱 절실한 감동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제6부에서, 그러니까 쿤타가 아메리카 대륙에 노예로 팔려온 지 100년 남짓 지났을 무렵 쿤타의 후손들은 스스로 그리스도교 (침례교) 예배당을 짓고 주일예배를 통해서 『하느님, 이 악덕한 백인들의 죄를 사해주소서!』하고 기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알라 신(神) 대신 「하느님」을 믿게 된 이들은 그토록 오랜 세월을 두고 백인들의 혹독한 학대를 받아왔으면서도 그 백인들을 용서해 주십사고 빌었으며, 작가 자신이 말했듯이 「인간은 피부빛깔에 상관없이 똑같은 하느님의 창조물이라는 보편적인 진리」를 이 작품은 상기시켜준다.
근착(近着) 외지(外誌)들은 영국 BBC방송이 제작하고 있는「2천2백여년전 철기시대의 인간생활」에 관한 다큐맨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미국의 흑인이 일으킨 뿌리 선풍이 다른 대륙에까지 미치고 있음을 보면서 국내 TV들도 민족문화를 재조명하는 일에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2백년의 뿌리를 캐고 영국이 2천년의 뿌리를 캔다면 우리는 5천년의 뿌리도 캘 수 있을 것이기에 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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