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서울ㆍ광주 양 대신학교 합격자현황을 교구별로 보면 서울이 28명, 대구가 13명으로 이들 두 교구가 전체의 45.3%를 차지한 반면 여타교구는 1~4명으로 그나마 성소명맥을 유지했으나 한명도 보내지 못한 곳이 3개 교구나 된다는 현실은 성소문제의 심각성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지금까지 말로만 들어왔던 서구의 성소위기를 직접 실감나게 목격하는 가운데 위기해소를 위한 대책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는 사실을 중시하나 않을 수 없을듯하다. 특히 이 같은 성소위기에 따라 이미 몇몇 교구에서 성소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그 해결책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은 퍽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성소주일을 맞아 대구대교구가 그동안 벌여온 성소계발을 위한 활동상을 간추려 보기로 한다.
교구가 처음으로 성소계방을 목적으로 교구수준의 교육을 실시한 것은 1971년의 일이었다.
이 교육을 통해 대신학교에 진학한 학생은 3명이었으며 그 당시는 교육내용이 다소 빈약하고 여러가지 복잡한 사정으로 지속이 되지못했다.
그러나 교구가 성소계발에, 집중적인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은 76년도에 대신학교를 지원한 학생이 단 1명뿐이라는데 자극을 받으면서 부터였다.
이때부터 교구 사목국장 겸 성소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최시동 신부가 성소계발을 위한 기본계획을 세우고「성소피정」이란 이름으로 그 첫 작업을 지난해 여름방학을 이용, 왜관서 착수했다.
교구 내 각 본당에서 추천한 고교 1ㆍ2ㆍ3년생 48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된 제2차 성소피정은 공동체묵상회 방법을 도입, 피정과 교육을 병행시키면서 최신부의「소명」에 대한 해설과 보람에 살아가는 사제생활의 전모를 숨김없이 밝힘으로써 참가한 학생들이 사제의 길을 새로이 깨닫고 자신의 미래를 숙고하는 계기를 갖게 했다.
2차 피정을 가진지 한 달 후 최신부는 고3학생들만을 따로 소집, 성소피정에 대한 각자의 소감을 듣고 대학입시를 앞둔 학생들의 진로문제를 상담했다. 2차 피정에 참가했던 고3학생 14명중 13명이 참석한 고3학생 피정에서는 학생 대부분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으며 이들이 사제를 보는 눈은 피정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져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사실은 2차 피정에 참가했던 고3학생 14명중 8명이 금년에 광주 대건신학대학을 지원, 7명이 합격하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조심스럽게 시도된 성소피정은 일단 성공을 거두기에 이르렀다.
이에 힘입어 교구는 금년 2월 다시 제3차 성소피정을 고1ㆍ2ㆍ3년생 42명을 대상으로 왜관서 개최했다. 2월 27일부터 29일까지 2박3일간 가진 이번 3차 피정은 교구사목국의 의뢰를 받은 이성우ㆍ김종헌 두신부의 지도로 수녀 5명과 2차 성소피정을 거쳐 대신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5명이 각자의 소명체험을 나누는 그룹대화를 곁들여 진행됐다.
특히 이번피정에서는 신ㆍ구약성서에서 성서와 관계된 부분들을 발췌, 중점강의 했는데 제1강의에서는 하느님의 부르심(창세기12ㆍ1)에 대해 설명하고 제2강의는 부르심에 대한 거부의 내용 (출애4ㆍ13)을 그리고 제 3강의는 반대로 부르심에 기꺼이 순명하는 모습(루까 1ㆍ38)을 보여준 후 마지막 제4강의에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한 사람이 하느님 안에서 누리는 기쁨(시편23ㆍ1)을 현제의 사제생활과 비교, 연결시키는 순서로 진행됐다.
교구는 이번 3차 피정에 참석한 학생들이 피정을 계기로 갖게 된 사제성소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키고 증대시켜 앞으로 대신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매월 1회씩의 정기모임을 갖도록 하고 있다. 이 모임을 통해 참석자들은 서로의 신앙생활을 비교 검토하면서 예비신학생으로서의 자신을 미리부터 다져나가게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대구대교구가 근래에 와서 사제성소계발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교구자체의 사제성소가 위험수위에 다 달았다는 절박감에서 출발되긴 했지만 한국 전체교회를 위해서도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 같다.
그것은 이미 한국교회에도 불어 닥친 성소위기를 인위적인 노력에 따라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증해주고 있을 뿐 아니라「계발하면 성소증가는 가능하다」는 희망과 확신을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 종래의 수수방관적이고 무사안일적인 성소관에서 과감히 탈피, 보다 능동적이고 전략적인 성소계발대책의 수립과 추진만이 성소난국을 지혜롭게 대처해나갈 수 있는 철경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