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열심하다는 교우 댁에 가톨릭시보, 경향잡지, 소년을 들고 권유하러갔더니 그분 말씀이 시보는 성당 신부님께 빌어다 보고 경향 잡지는 이웃반장 댁의 것을 갖다 보고 소년은 주일학교 선생님 것을 같이 본다면서 구태어 돈을 들여서 볼게 무어냐고 말하는 것이었다.
「세속의 자녀들이 자기네들끼리 하는 거래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더 약습니다.」(루까16ㆍ8)라는 성경말씀이 생각나서 탄복하였다. 또 교우들 중에는 아직도 성당에 나와서 무릎이나 꿇고 앉았다 섰다하는 것이 신자생활의 전부라고 착각하는 분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진정한 크리스찬이라면 하느님께 대한 절대적인 신앙심을 전제로 부지런히 공부하여 지식을 쌓고 그 지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느님의 도구와 연장이 되어 그분께 영광을 드리는 것이 목적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불과5ㆍ6개월의 예비자교리로 세례를 받고는 졸업을 한 기분으로 교리공부에서 멀어지고 손바닥만한 기도서, 아니 그것조차도 없이 빈손으로 한평생을 걸고 사도도 되고 성인도 되려고 하니 얼마나 무모하고 힘든 일이겠는가.
수원시내만을 돌아봐도 개신교측 서점은 3ㆍ4군데나 있는데 가톨릭은 아직한 곳도 없고 기껏해야 본당 한구석에다 기도서 몇 권 묵주 고상 책 몇 부 갖다논 것이 고작이다.
책을 읽고 싶어도 책을 못 구해보지 못 하는 분들을 생각하고 늙어가는 여생을 여기에 봉사하겠다고 결심한 것이 출판물보급을 시작한 동기이다.
안성본당에서 6개년 사무원으로 봉직한 후 전별금 2만원과 아들딸들이 준 용돈을 모아서 겨우 3만원을 쥐고 1976년 3월 22일 가톨릭출판사를 찾아가서 업무부장의 따뜻한 호의로 40ㆍ50권의 책을 사서 가지고 왔다.
우선 먼저 첫 주일에는 본당의 세류동 본당에서 다음 주일에는 고등동본당에서 전을 펴고 장사를 시작했다. 각계의 따뜻한 격려는 백만 대군의 응원을 받는 것과 같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十자가는 또 있었다. 집에서 외아들 내외가 야단이었다. 70노인이 무슨 짓이냐는 것이다. 용돈은 필요하신대로 드릴 터이니 아버지와 자식들의 체면을 봐서라도 제발 그만두어 달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마음이 흔들려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평생소원인 하느님께 흠숭을 드리고 영광을 바치며 이웃에게 유조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죽으면 썩어빠질 체면은 차려서 무엇 하겠느냐고 고집을 부려서 난관을 넘어섰다.
그 후 시내 본당을 비롯하여 용인, 양지, 안성, 평택 등 각 본당에서도 본당신부님들의 후원으로 책을 펴놓고 외쳐보기도 했다.
지난 2월말 현재 2년 동안 내손을 거쳐나간 서적이 11, 645권 이중에는 기도서 63%, 정기간행물 35%, 기타 2%였다.
작년 1월부터 황신부님의 지시로 시작한 정기간행물도 당초에는 경향잡지30부, 소년20부, 시보30부이던 것이 현재에는 경향이 5배인 1백50부, 소년이 3배인 65부, 시보는 6배가 넘는 2백부, 사목은 한권도 없던 것이 11부, 합해서 4백26부나 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수원시내 2만 신자에 고작 보급률은 2%에 불과하니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막걸리 대포2잔 거북선1갑 화장품들을 조금만 절제하면 한 평생을 살고 죽은 후에 영생을 누리며 무궁한 행복을 누릴 영혼의 양식이요, 길잡이인이 도서가 이 꼴이니 될 말이겠는가.
4대 교리도 똑똑히 모르면서 교리는 혼자만 다 아는체, 예비자는 한사람도 못 끄는 주제에 전교는 혼자 다 하는체, 성경한권도 없는 주제에 책을 사라면 다 있는체하는 교형자매들을 대할 적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할지를 모른다. 어느 공무원 댁에 시보를 1개월 무료 증정하고 신입을 받으러 갔더니 일간신문 만해도 넉넉한데 성당에서까지 왜 신문을 돌려 귀찮게 구느냐면서 가져오지 말라는 어름같은 거절이었다. 여러가지로 약장사를 해보았지만 그 집 부인에게는 통하지 않고 나중에 하는 말이 교무금도 2년분을 깎아먹었는데 신문쯤 안보면 어떠냐는 배짱이었다. 말문이 막혀서 뒤통수를 털고 돌아서고 말았다.
이런 분이 있는 반면에 날품팔이를 하면서도 경향시보 소년을 꼬박꼬박 보시는 분이 계신다. 평동에 사시는 김찬목씨가 바로 그분이다. 이분은 신구합본성경이 나왔을 때 우리본당에서 제일 먼저 사신분이다.
이들의 말없는 성원에 오늘도 어려움을 참아가며 이일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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