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꿈은 아담한 시골에서 마음 맞는 불구자끼리 모여 일하면서 생을 보낼 수 있는 것이었는데 그는 그 꿈을 꼭 실현해보겠다고 했다.
나는 그의 꿈을 부러워했다. 12년 동안이나 한번 앉아보지도 못한채 누워있어야만 했던 그가 절망대신 그 큰 꿈을 품고 있으니 대개의 낙오자들이 모두 그 마음과 같다면 세상에서 실망하여 우는 자가 없을 것이다.
그가 온지 며칠 후 나는 같이 따라온 보호자는 일단 보내고 일주일에 한 두 차례 면회만 허락했다.
그 후 하루 이틀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의 신앙은 더욱 굳어만가고 눈을 감고 누워있는 그의 가슴엔 언제나 묵주가 들려져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몹시도 슬픈 표정으로 식사도 하지 않고 그 큰 눈에 눈물을 그득 담고 있었다.
『어머! 한민수씨 웬일이세요? 민수씨 답지 않게 어디 아프세요?』난 성격적으로 원래 다정하지 못했지만 애써서 이것저것 그에게 말을 걸었다.
얼마 후 그는
『수녀님 꼭 들어주셔요, 그리고 결정을 내려 주셔야해요.』
『이야기 해봐요 어서』
그의 이야기는 대강 이러했다.
그를 따라온 여인은 동생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고 3학년 때 관절염으로 몸이 그렇게 되었는데 그 병환 중에도 그는 절망하지 않고 글을 썼다.
『연필도 잘 들지 못하는 굽어진 손가락으로 저는「누구의 죄 였던가」라는 제목으로 어느 신문사에 연재소설을 썼는데 그것이 당선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침대 밑에서 꾸겨진 원본을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그와 같이 방랑생활을 하던 중 너무도 찌드러져 글씨를 알아볼 수조차 없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때 어느 병원에 입원해있었는데 홀어머니와 살던 문제의 그 처녀가 자기 어머니의 수술비문제로 병원당국과 크게 싸움을 벌이게 되었단다. 그런데 싸움 중 그 처녀는 돈 문제로 어떤 이로부터 뺨을 얻어맞기까지 했다.
그때 한민수씨의 주머니엔 두툼한 원고료가 든 봉투가 있었다.
처녀의 딱한 사정을 보다 못한 그는 그 돈을 모두 그 처녀에게 주어 그 처녀 어머니의 입원비를 다 내주었다.
그러나 그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어머니는 기어이 돌아가셨다. 그러자 그때부터 그 처녀는 은혜를 갚기 위해 3년 동안이나 하루같이 그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리어커에 그를 싣고 다니며 그의 보호자 노릇을 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 여자는 자기는 일생동안 그를 위해 바치겠다고 하지만 그는 『왜 내가 남의 처녀신세를 망쳐놓아야 합니까.』며 그 여자의 행복을 위해, 그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앞으론 그 여자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여자는 계속 자기 곁을 떠나지 않으니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것이다.
이야기를 다 듣고난 나는 한참 생각한 후 말했다.
『한민수씨! 민수씨는 그 여자의 행복을 위해 그 여자와 헤어진다고 말하지만 그 여자의 행복은 민수씨와 헤어지는데 있지 않고 민수씨와 같이 있는데 있다면 어떻게 그 길이 그 여자의 행복이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
물론 그 여자가 민수씨를 떠나고 싶어 한다면 놓아드려야겠지만… 한번쯤 권유해 보는 것이 좋지만 너무 강요하지는 마세요.』
그는 나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 후로 그는 2년간 구호소에 있다가 그 여인과 함께 경북 고성이라는 옛 고향을 찾아간다며 떠났다.
그런데 그 후 3년 동안 계속편지를 하더니 소식이 없었다.
아마 지금쯤은 천국에 있으리라…
그 당시 의사선생님께선 그 사람은 하체의 아픔도 잘 의식 못하니 심장만 멎으면 간다고 하셨다. 사실 그는 몇 번이나 의식을 잃었다가 회복하곤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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