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가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구호소의 그 많은 환자 중 베트콩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아마 그는 트기인지는 몰라도 이국적인 특이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너무도 말을 많이하는 데다 입빠른 소리도 잘하고 또 결핵은 몹시 심했다.
그러나 크고 건장한 그의 체격 때문에 얼른보기엔 병자 같지 않았다.
더욱 우스운 것은 그는 베트콩이라는 자기의 별명을 늘 만족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난 이래 뵈도 병사요』
자기가 베트콩이 아니고 베트콩을 쳐 죽이는 병사라는 것이다.
그는 결핵균이 바로 베트콩이라 했다.
누구보다도 그는 튼튼한 자기의 체격을 믿고 있으며 환자들의 안정시간(잠자는 시간)에도 그는 혼자밖에 나와 돌아다니길 잘했다.
모든 것에 참견도 않고 유머도 풍부하여 항상 환자들을 웃기고 우리에게 야단도 많이 맞고 아무튼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성당에서 묵주의 기도를 하는 나를 언제 보았는지 내가 그가 있는 8호실에 가니
『수녀님 묵주 좀 봅시다.』하고 조른다.
난 주머니에서 묵주를 보인 후 다시 넣었다. 그 후론 매일같이 그는
『수녀님 그 묵주 나주소』하며 못 견디게 조르는 것이다.
다른 묵주를 구해줬더니 싫다하면서 꼭 나의 푸른 묵주가 그렇게 갖고 싶다는 것이다.
그 묵주는 내가 수녀원에 올 때 어느 수녀님께서 편지와 함께 나의 가방 속에 나도 모르게 넣어주신 것이다.
『꾸준히 인내하며 이 묵주로 열심히 기도하세요.
앞으로 만날 불쌍한 사람들 위해서도…』
그 수녀님의 말씀대로 난 오랫동안 그 묵주로 기도해왔다.
그 수녀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그러나 나의 작은 애착을 끊어버리기로 하고 그 묵주를 원하는 그에게 주어버렸다.
그는 어린애처럼 깡충깡충 뛰면서 너무도 기뻐했다
그 광경을 본 환자들은 베트콩의 춤추는 모습에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런데 그 후 어느 날.
베트콩은 이제 사회에 나가 일을 하겠다며 퇴원을 신청했다.
의사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그의 결핵은 활동성이고 심하다고 했다.
좀 더 머물기를 권고했지만 가고 싶은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
기어이 그는 그곳을 떠나고 말았다.
그가 떠난지 2년이 지났을까, 난 그때 임시로 다른 일을 맡고 있다가 다시 구호소에 가게 됐다. 그런데 어디서 본듯 한 얼굴이보였다.
그러나 이름이 잘 기억 안났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푹 쓰러지며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한손으로 묵주를 보이며 외쳤다.
『수녀님 베트콩이에요 베트콩』
『베트콩 놈들을 다 못 죽이고 저는 이렇게 패잔병이 되었읍니다요.
이제사 모든 것을 성모님께 맡겼어요.』정말 패잔병과도 같은 초췌한 모습이었다.
사실 그는 자기의 체중을 늘 자랑했지만 심하게 폐를 좀먹는 결핵균을 이길 수는 없었던 것이다.
얼마 후 그는 임종대세를 받았다.
그 묵주로 꾸준히 기도하라는 그 수녀님이 주신 내 묵주는 이렇게 해서 그와 함께 관속에 들어갔다.
대신 지금 난 구호소환자들이 손으로 예쁘게 만든 나무묵주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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