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만물위에 군림하는 피조물로 인정받아야하고 또 그렇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주신 지혜가 가리워졌을 땐 벌레의 본능보다도 우둔한 동물이 된다.
이것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자유의지를 잘 사용했을 때 만물의 영장으로 높여지나 잘못 사용되었을 때 얼마나 미련한 짓을 하게 되는지를 각자의 경험으로 알 수 있다.
오만심과 쾌락과 명예와 허영에 눈이 어두었을 때 일어나는 비극이다. 인간의 문명과 과학과 현대화가 얼마나 편리하고 호화로운가 하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참된 자신의 자세를 잊을 때 기계의 노예요 문명의 시녀가 되고 만다.
기계를 위해서 사람이 있고 문명을 위해서 무슨 인격 이하의 짓이라도 해야 한다는 현대판 에덴동산의 죄악이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여기 그 실례한가지를 소개하겠다.
1977년 5월19일 전남여천군 여천공업단지 직원주택시 사업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국 내에서 여천공업단지하면 중화학공업단지로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현지에 시찰을 해본 분이면 누구나 어마어마한 국가 대업의 공업지대임을 알 수 있다.
특히 화학공업은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많이 다루어지기 때문에 여기서 일하는 직원과 가족들의 숙소는 멀리 떨어진 해변에 마을을 만들어야했다. 그래서 몇 십리 떨어진 바닷가를 산을 무너뜨려 수백수천명이 기거할 깨끗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었다.
조용한 남해바다의 비탈진 언덕에 택지는 마련되었으나 물이 없었다. 식수를 찾기 위해 한국서 이름 있는 모 재벌의 방계회사인 모 지하수계발회사에 지하수 탐지를 의뢰했다.
한국 내에서 정상의 기술진과 최신장비를 갖추어 전기탐사와 방사능탐사 등으로 지하의 지층을 알아내고 수맥이 있을 곳을 굴착했다.
수십미터씩 이곳저곳해서 지하수의 반응이 있는 곳 마다 사정없이 팠었다.
7곳을 시추했다. 물이 있을만한 반응이 있는 곳은 다 뚫어본 셈이다.
결국 하루에 몇 백 톤의 물길은 찾지 못한 채 철거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택지로 조성한 공사는 모두 허사란 말인가.
그 땅값과 공사비용과 특히 지하수탐지로 들인 7곳의 시추비와 탐사비는 어떻게 계산한단 말인가.
그 계산은 엄청난 금액이었다.
결국 지하수 탐지기 치고는 허술한 이 신부를 불러내는 것이었다.
기계치고는 편리한 기계다. 제 발로 돌아다니면서 너무도 쉽게 그것마저 말을 해가며 더군다나 바위사이의 물이니 흙 사이의 물이니 몇톤이 나오며 몇미터 밑에 흐르는 등 세밀히 표시하는 인간국보 지하수탐지기이다.
그들은 측량판을 갖다 대고 야단법석이었다. 정확한 지점을 정한다는 데서 현대기술을 동원시켰다.『그럴것 없죠. 바로 이 지점에 몇센치도 자리를 바꾸지 말고 편차가 없도록 해서 32m의 깊이에 물이 2백~3백톤 흐르고 있다.』는 것을 측정했다.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지하수를 찾느라고 7곳이나 팠다는 최신현대식장비와 한국굴지의 과학도들은 물길이 없는 곳을 그나마도 비가오면 흐르고 비가 그치면 마르는 지표수를 찾아서 팠었다.
어쩌면 그렇게도 용케 물이 없는 곳을 찾아서 팠을까? 물론 말을 못하는 최신 현대장비는 영혼을 갖지 못했으니 지표수는 지하수든 제 느끼는 대로 제지에 표시를 했을 테지, 그런데도 왜 그렇게도 큰물이 지나는 지하수맥은 피했단 말인가.
공사를 해서 결국은 보고가 왔다. 1977년 8월 4일에 결과를 보고 받았다.
15m지점 깊이에서 1백10톤의 물이 걸렸고 32m의 깊이에서 1백70톤의 물이 걸려서 2백80톤의 대량의 물이 용솟음쳐 나온다는 소식이었다. 대성공이다. 이젠 이곳의 수만평 택지가 살았으며 영구히 이곳에 거처할 우리 후손들이 먹는 물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목욕과 풀장까지 해결됐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지하수탐지에는 무거운 기계를 수없이 매고 다니면서 수십 곳을 헛수고를 해가며 파고 전기탐사방사 등 탐사를 하고 있다.
인간은 현대판 봉이 김선달과 같은 기계를 들이대고 청진기나 X레이나 전류의 흐름 같은 기계가 아니면 믿지 않으려는 사고방식은 어떤 때는 바꾸어야 하리라.
하느님이 창조하신 걸작 중에 걸작이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는 인간이 많아질 때 우리는 참된 문명의 행복을 누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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