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지난 6일 명동문화관에서 있은 최창무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부 교수)의 「성서가 말하는 성윤리」란 제목의 화요강좌 강의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인간은 남자와 여자로 태어나 각각 특정한 기능을 갖고 생활하며 성숙한다.
온전히 성숙된 남ㆍ녀로 일생을 마치는 것이 행복하며 구체적인 성의 특성을 얼마만큼 발휘하느냐에 따라 한 인간의 상태도 결정된다 하겠다.
이렇듯 인간생활의 중심이 되는 성문제를 성서는 어떻게 언급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1. 성서의 서술적 표현
① 구약 = 구약성서에서는 사람에 관한 첫머리부터 남자와 여자로 표현하고 있다.
사람을「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고(창1ㆍ27) 남자와 여자는 「대등한 돕는 이」로서 「남·녀가 한 몸을 이룬다.」(창2·24)고 서로 서술했다.
여기서 아직 성윤리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지만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규범이 성립돼 있음을 볼 수 있다.
성서는 인간으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 예를 들어 변태성욕자, 상피, 수간 등에 대해서는 엄격히 단죄하고 있다. (창19ㆍ5~ 레위20ㆍ13~16 출애22ㆍ18) 그 외에는 주로 가정윤리, 사회윤리를 중심으로 한 성생활의 규범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구약시대의 남녀관계는 씨족 동족의 번식을 주된 가치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이에 반대되는 행위는 크게 단죄하나 자손번영과 혈통보존의 방법에 관해서는 비행으로 규탄 받지 않았다. (창19ㆍ30 창38ㆍ15~) 성경이ㅡ 다른 표현으로 여성의 위치는 자녀출산에 머무르는 엄격한 남존여비사상이 지배적이다. 또한 이스라엘 종교의식의 금기사항 중에는 여자에 대해 정결과 부정의 기준을 매우 까다롭게 규정짓고 있음을 볼 수 있다.(레위20ㆍ18)
그러나 사회적 측면에서가 아닐 때 남녀 간의 구별은 평등했다.
성경상의 남녀(부부)는 서로 공동생활을 하고 성실하며 반려자이어야 했다.
이런 이상적인 평등한 부부관계는 인간관계뿐 아니라 야훼 하느님과 이스라엘민족과의 관계로도 상징되는 것이다.(例ㆍ구약의 여러비유들) 즉 성윤리의 기본적 의미를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로까지 승화시켜 상호간의 성실 인내사랑으로 맺어지는 관계는 육체적 만남보다는 남자와 여자의 인격적 만남을 가르치고 있으며 또한 지향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② 신약 = 예수께서는 특별히 성윤리에 대해 가르치신바가 없다. 그러나 그의 근본사상은 하느님의 뜻을 선포하고 그 뜻을 충실히 사는 것이었으므로 성에 대한 윤리도 근본적 의미를 더 확실히해주고 형식적 피상적 성윤리관념을 과감히 비판해주셨다. 예컨대 육체의 간에 앞서 마음의 간음을 탓하셨고 (마태오5ㆍ27) 결혼의 신성함과 이혼불가성(마르꼬10ㆍ2~)을 역설하셨다. 또한 여인들과 거리낌 없이 만나셨고 더욱이 율법에서 부정하다고한 하혈하는 여인 (루까8ㆍ43) 죄스런 간음하는 여인(요한8ㆍ2~11)에게까지 당신의 손길을 펼치셨다.
예수는 자유롭고 평등하게 모든 이들과 함께 하셨고 이런 기본정신에서 성윤리에 관계되는 생활규범도 재인식 할 수 있었다. 사도 바오로도 예수의 이와 같은 사상을 이어받았고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가 동등하다고 무차별을 역설하셨다.(갈라3ㆍ28) 그리고 구약의 유산을 이어받아 부부관계를 교회와 그리스도와의 관계로까지 승화시켜 비유했다.
신약에서 특기할만한 것은 동신제도에 대한 가치부여다.
예수 친히「하늘나라를 위해 스스로 결혼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마태오19ㆍ12)고 말씀하셨다.
바오로사도는 독신생활의 의미, 고상함,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결혼과 독신생활의 특성 등을 가르쳐주셨다. (꼬전7장)
이상으로 볼 때 성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성윤리 외에 특별한 것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신학적으로 하느님과 이스라엘과의 관계, 교회와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부부관계에 비유한 것과 독신의 의미와 그 생활만이 독특하다. 그러나 우리가 생활하는데 근거로 삼고 기준할만한 성에대한 기본적 교리는 충분히 가르쳐준다. 이를 신학적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2. 계시진리
첫째,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는 점이다.
성서는 성의 실재성과 구별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인간은 남자나 여자 한쪽에 속해있다.
하느님이 창조 때부터 부여하신 성은 신성하고 은혜로운 것으로 부부의 결합은 숭고하다.
결혼은 인간의 기본적 생활양식이며 창조의 섭리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하느님은 인간을 당신의 얼이 담긴 고귀한 존재로 창조하셨다.
인간의 실존은 육화된 령으로서 육체해탈이 목표가 아니고 육체를 완성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스도 강생의 신비로 이미 인간의 육체는 구원과 연결됐고 또한 부활로 축성된 것이다. 창조로 은혜를 입고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된 그리스도인의 부부생활은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사랑을 증거해야 한다.
결혼이 하느님께서 축복해주신 기본 성생활양식이라면 독신생활은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된 인간에 대한 계시진리의 신비 속에서 이해해야만 한다. 독신생활은 하느님께 순순히 봉헌되는 상징이며 그리스도의 부활로 축성된 인간은 종말론적 실존임을 증거하는 것이다. 마치 동정녀 마리아가 자기를 하느님께 조건없이 바치고 그 뜻에 순명한 것같이 영신적 의미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독신자는 성모의 신심을 가진 사람들이다.
셋째, 성은 좋은 것, 축복받은 것이지만 하나의 주어진 능력으로서 옳게 받아들이지 않거나 오용하면 도리어 독소가 된다는 점이다.
본능의 충동을 제어하지 않으면 자멸하게 되는 것을 알아야한다. (창6ㆍ3)
이 같은 점에서 인간은 성의 능력으로 성숙되어져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원죄로 말미암아 손상되고 상처 입은 능력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3. 성윤리규범
성윤리규범도 다른 법칙과 같이 우선 인간에게 유익하고 좋은 것은 받아들여야한다. (필립4ㆍ8) 이 수납의 과정에서 다시 구원의 진리로 조명ㆍ평가돼야 하는데 위에 지적한 기본원리와 다른 계시진리에 따라 평가하고 부당한 세상의 비판은 받아들이지 말아야겠다.
또한 모든 것이 다 건설적이고 유익하지 않다는 것, 즉 인간의 성은 한 인격전제와 구원의 진리 안에서 평가되고 받아들여야 본연의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섹스는 에로스에 승화시키고 에로스가 약속하는 바를 그리스도적 사랑 안에서 받아들여야, 즉 아가페의 사랑으로 승화시켜야한다.
인간은 종말론적으로 볼 때 남녀의 의미를 초월하여 영원한 구원에로 나아가는 동반자일 따름이다. (꼬후11ㆍ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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